- 현 축구협회 집행부는 10년 뒤 내다보지 않아
- 정몽준 회장, 대통령선거 당시 물러났어야
- 프로축구 흑자 못 만들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
- 독일월드컵 목표는 16강이 적절
- 2010년까지는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 이동국의 적(敵)은 술, 자기관리 철저해야
- 이운재는 2002년 독일의 올리버 칸 역할 할 수도
특히 최근 문을 연 ‘한국축구연구소’와 ‘축구지도자협의회’가 축구협회 지도부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축구계 전체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느낌입니다. 축구연구소를 창립한 두 해설위원을 모시고 대담을 마련한 것 또한 최근 현안을 포함해 한국축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함입니다.
우선 최근 현안부터 논의할까 합니다. 협회장선거를 하는 대의원 총회 전에 축구인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는 ‘축구인 대토론’이 끝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 말이죠. 축구연구소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참석하지 않으면 ‘축구인 대토론’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일부에서는 “정 회장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축구인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문선 저도 그 글을 봤습니다. (토론회가) 자칫 잘못하면 이전투구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대토론’ 논의에서 협회가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먼저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아닙니다. 지도자협의회측이 토론회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요. 지난 연말에 한 스포츠신문을 통해 축구토론회 얘기가 나왔고 저나 이용수 위원은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뿐입니다. 한국축구의 위기라는 화두를 두고 (현안에 대해) 토론하자는 데 어느 자리엔들 못 가겠습니까.
바로 그 무렵에 협회가 나섰죠. 공개적인 자리에서 팬들을 앞에 두고 대토론회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 회장이 나오는 것이 옳다”고 하니까 공식적으로 토론회 제안을 한 조중연 부회장은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또 중요한 행사가 많아 토론회 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럼 왜 정 회장이 나오셔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느냐, 토론회는 생산적이어야 합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거나 축구인들끼리 싸우는 것처럼 비친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해요. 생산적인 토론이 되려면 축구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참여해야 되는 겁니다. 최근 12년 간 축구협회를 이끈 행정 최고책임자는 정몽준 회장이고 한국축구 위기의 중심에 있는 사람도 정몽준 회장 아닙니까. 회장을 새로 뽑는 대의원 총회를 앞두고 토론을 통해 정 회장 집행부의 공과(功過)를 가릴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생각으로는 (협회가 토론회를) 정말 하고자 했던 게 아니라는 느낌도 듭니다. 흡사 놀림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요.
사회 축구지도자협의회는 법인화와 세무조사 등 축구협회에 몇 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축구연구소와는 견해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용수 연구소와 지도자협의회가 공식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축구계 현안을 해결함에 있어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자는 생각이죠. 지도자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제기한 의견에 대해 저희 연구소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신문선 지도자협의회에 계신 많은 분이 연구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차경복 회장, 박종환 회장, 김호 회장이 저희 연구소 자문위원입니다. 하지만 이 위원이 말한 대로 연구소와 협의회가 공식적으로 견해를 공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 명의 기업인 출신 회장
사회 정몽준 회장이 이끌어온 지난 10여년간 축구협회의 공과 과를 평가해주시죠.
신문선 제가 공에 대해서 말하고, 과는 이 위원께서 하시죠(웃음). 정 회장의 공이 많습니다. 우선 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게 한 것 자체가 큰 기여죠. 물론 히딩크 감독에게 고액 연봉을 주고 월드컵경기장 10개를 새로 만든 것 등은 국민이 낸 세금이나 지자체에서 낸 공적인 자금이 투입된 거니까 정 회장 (개인) 돈이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인프라 구축 기회를 창출한 것은 정 회장의 공이고 그 부분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용수 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99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정 회장이 AFC 부회장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였죠. 그곳에서 현대에서 파견나온 간부급 사원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이전에 회장을 지낸 최순영, 김우중 회장이 돈을 적게 써서 임기가 끝난 후 욕을 먹는 게 아니다. 물러날 때 존경 받는 회장이 되려면 여러분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전 회장들과) 똑같습니다. 정 회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회장직을 수행할지는 모르지만, 5년, 10년 뒤의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2002월드컵을 통해 얻어진 축구 인프라 이외에 축구발전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했습니까? 초중고교 선수들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무슨 일을 했습니까? 천안에서 있었던 초등학교 축구부 숙소 화재사건을 보세요. 사건 발생 열흘 후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축구부 숙소를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협회도 일선 감독들의 의견 한번 들어보지 않은 채 같은 지시를 내렸어요.
신문선 최순영 회장, 김우중 회장, 정몽준 회장의 공통점은 주위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번은 제가 술자리에서 정 회장에게 말한 적도 있어요. “왜 직언에 귀를 열지 않냐”고요.
또 하나는 투명하고 열린 행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더러 협회에 들어가 일하라고 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고민한 것은, 제가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신문선은 밖에서 떠들기만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안에 들어가면 제 입과 손, 발이 묶이게 됩니다. 대화가 안 되고 공개된 회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상황이 바뀌고 여건이 달라져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제가 축구를 통해 받은 사회적 혜택을 환원해야겠지요.
“돈보다는 마케팅 능력”
사회 축구인들은 이용수 위원께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기술위원장을 맡아 한국축구 4강 신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축구협회에서 일하던 시절 얘기를 좀 들려주시죠.
이용수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감독 선정부터 선수 선발까지 굉장히 중요한 일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기술위원회는 협회 조직도에는 없는 기구입니다. 그러나 예산집행은 조직도의 결재라인을 따릅니다. 그러니 위원회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어도 이사회나 기획실을 통해 건의하는 형태밖에 안 됩니다. 프랑스의 경우 일반적인 업무는 사무국장이 처리하지만 적어도 축구에 관한 것은 기술국장이 처리합니다. 현재 자케 감독이 기술국장을 맡고 있죠. 대표팀, 여자, 유소년, 지도자, 심지어 트레이닝센터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인 부분은 일괄적으로 관리합니다. 당연히 조직도 안에 들어 있고 실질적으로 여러 일을 ‘집행’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우리 협회에는 이 구조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거죠.
사회 두 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축구협회장의 모델은 어떤 사람입니까.
신문선 저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직후의 일본이 요즘의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축구를 비롯해 경기단체장을 많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일본체육회는 달라집니다. 각 종목협회 회장은 전문선수 출신이 맡고 경제인은 자문이나 기부를 통해 참여하는 식으로 바뀐 겁니다.
한국은 이렇게 될 수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정 회장이 들어오기 전까지 축구계는 일방적으로 회장의 찬조금에 의존해 협회행정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또 선수출신 가운데 행정능력이 있는 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회장 자리는 경제인이나 정치인들로 채워졌고, 정치인은 권력을 이용해 스폰서나 정부예산을 따내는 방식으로, 경제인은 직접 돈을 대서 협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던 겁니다. 그런데 이젠 한국도 회장의 찬조 없이 축구라는 상품을 팔아서 협회를 운영할 만한 시대가 왔습니다. 시장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에 맞는 인물이 맡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우선 경영마인드가 있어야겠지요. 협회가 굉장히 비대해졌습니다. 국제업무도 굉장히 많아졌고요. 또 기업간 거래 등 상업적인 행위도 필요합니다. 기업마인드와 더불어 이를 통합적으로 마케팅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회장이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상품은 축구입니다. 축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회장이 되면 축구를 상품으로 바라봄으로써 축구의 상업적 가치를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일 수 있고, 고객에 대한 마인드도 뚜렷해질 것입니다. 반면 지금의 축구협회는 축구를 상품으로 보지 않고, 팬을 고객으로 보지 않아 축구인들로부터 독선적인 행정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겁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
‘이벤트성 보여주기’에만 열중
사회 정몽준 회장이 12년간 축구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해프닝이 많았던 시기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통령선거까지가 아닌가 합니다. 축구인으로서 그 시기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이용수 좀 안타까웠습니다. 축구로 쌓은 좋은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된 것 같아서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대선이 임박해서는 축구협회장직을 내놓고 정치를 하는 것이 옳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신문선 정 회장이 대선 후보로 나선 이래 가장 바빠진 사람 가운데 하나가 저일 겁니다. 갖가지 미디어에서 저에게 정 회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찾아 서 왔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이전에 친하던 기자들과 언성을 높인 일도 있었고요. 제 견해는 이랬습니다. 정 회장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다면 축구와 관련해서지, 정치적인 부분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통령후보로 나선 사람에게 축구의 관점에서 호불호를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와 돌아볼 때 아쉬운 점은, 정 회장이 당시 회장자리에서 손을 털고 나갔다면 히딩크 감독 이상으로 축구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한국축구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월드컵 직후 관중으로 미어터지던 프로축구 경기장이 썰물 때 바닷가처럼 되지 않았습니까. 한창 프로리그가 열리는 중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브라질팀을 불러 대표선수들을 데려다가 국제친선경기를 여는 것 같은 ‘이벤트성 보여주기’ 행사에 열중하다 보니 근본적인 도약의 기회가 사라져버린 거죠.
사회 협회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으로 마치고, 이제부터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축구연구소 개소식을 하면서 학원스포츠를 화두로 꺼내셨는데, 축구 인프라와 학원 스포츠를 연결해 생각해볼 때 어떤 부분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의견을 들려주시죠.
프로축구 흑자구단 만들려면…
이용수 현재 학교 축구팀 운영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선수가 되면 학업은 거의 못하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죠. 예를 들어 고3 축구선수가 1500명이라고 칩시다. 이중 300~400명만 대학이나 프로팀 등으로 진출합니다. 나머지 1000명 이상이 축구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사회에 나오게 됩니다. 해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잘돼야 초중고교 축구 코칭스태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코치도 다 찬 상태다 보니 밥줄이 달려있는 자리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연구소가 올해 첫 프로젝트로 두 가지를 내세웠는데, 하나는 프로축구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학원축구와 관련해 특기자제도 등의 운영방법을 개선해보자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공부도 하고 즐기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축구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유소년 선수, 유럽 경험 쌓게 해야
사회 신 위원은 중계방송할 때 ‘축구는 상품’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한국이 아시아에 속해 있기 때문에 국제경쟁력 면에서 어렵고 불리한 면이 있을 듯합니다. 국제시장에서 축구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신문선 지정학적으로 설명해봅시다. 유럽에선 챔피언스리그가 국가대표 대항전보다 더 인기가 있습니다. 유럽이란 작은 대륙 안에 50여 국가가 모여 있으니 유럽연합(EU)처럼 대륙전체가 하나의 국가 개념이 됐기 때문이겠죠. 반면 아시아는 챔피언스리그를 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시차도 큽니다. 그래서 아시아를 중동, 동북아 등 권역별로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언젠가 미국과 캐나다처럼 한중일과 북한이 통합리그 시스템을 갖춘다면 시장확대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여기에는 국가간 미묘한 역사문제도 개입될 겁니다. 일본이 중국과 한반도를 침략한 적이 있고, 북한도 일본에 대해 ‘민족의 원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적의를 갖고 있으니까요. 넓게 보면 그렇기에 스포츠가 그 절묘한 정서를 깔고 시장을 확대해 재화를 창출할 조건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나라 안을 볼까요. 한국축구 위기의 중심은 프로축구에 있습니다. 현재 13개 구단이 있는데 1983년 슈퍼리그가 생긴 이래 단 한 구단도 흑자를 못 냈습니다. 적자폭이 계속 커지고 있어요. 이를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프로구단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는 도미노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위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요. 몇 년 전 부천SK가 팀 매각을 검토했지만 인수하려는 기업이 없었습니다. 축구가 골프보다 홍보효과가 작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프로축구 재정압박의 중심에는 제도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FA(자유계약선수)제도, 외국인선수 TO(팀당 보유선수 제한규정)문제, ‘업다운시스템(Up-down System·1부 리그와 2부 리그 팀이 성적에 따라 자리를 바꾸는 제도)’이 없다는 것 등입니다. 또 이기기 위한 게임만 하려고 드는 축구인들의 의식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겁니다.
이용수 대표팀의 수준이라는 부분을 놓고 보면 프로축구 강화가 축구발전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인데, 사실 프로축구 경기경험이 월드컵 때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이나 준비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유럽국가에 월드컵 본선진출권이 14.5장이 배당된다고 보면 각 조에 두 팀 꼴입니다. 한국이 16강 이상 올라가려면 무조건 유럽팀하고 겨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생각해보십시오. 각국의 프로리그, 국가간 챔피언스리그에서 1주일에 한두 경기씩 경험하는 선수들과 한국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비교한다고 칩시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죠. 대표팀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K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잠재력이 있는 유소년 선수들이 유럽에서 경험을 쌓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유소년 선수를 우수한 선수로 육성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야 K리그와 대표팀의 경기력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고요.
축구협회가 유소년 선수들의 프랑스 유학을 추진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제가 협회에 있을 때 매년 유럽 5명, 남미 5명씩 10명을 내보내자고 추진했는데 결국 한 번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늘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사회 아까 신 위원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기기 위한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 있는데, 10여년 전부터 주장해온 지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은 바뀌고, 사람은 안 바뀌고
신문선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주체들이 공부를 안 하니 10년 동안 얘기를 할 수밖에요(웃음).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변하지 않았지만,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갑자기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를 이기고 있다는 사실이죠. 축구협회는 자기네 공(功)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을 따지고 보면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 한국축구의 패러다임은 고교를 졸업하면 축구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동국, 고종수 시대가 오면서 그게 깨졌어요. 이 선수들이 바로 프로로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변화가 한국축구 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아닐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도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FA제도를 예로 들어봅시다. 고교 선수들이 프로팀에 와서 최소 2~3년 동안 뛰어야 실질적으로 성숙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FA제도가 생기면서 이 선수들이 팀에서 1, 2년 뛰고 나면 FA에 걸려 비싼 몸값을 요구하거나 다른 팀으로 팔려가게 돼버린 겁니다.
상황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조짐이 보이면 행정가들은 이를 예측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헤아리지 못한 행정가들은 ‘한국축구가 위기다’라고 하면 아니라고 부인하기 급급해요. 협회는 특히 대표팀의 실적만 거론하는데 속사정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기업들은 지금 고사 직전이에요.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무수히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드래프트제가 깨진 겁니다. 프로축구를 살릴 극약처방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드래프트가 필요하다면 다시 해야죠. 올해 외국인선수 숫자제한을 팀당 5명에서 4명으로 줄였습니다. 필요하면 더 줄여야지요. 구단의 경영 부담을 줄일 방법은 인건비 지출을 낮추는 것밖에 없어요.
반발도 있겠지요. 그러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축구인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일본의 업다운시스템은 우리 시장 여건상 안 돼요. 지금 K2리그를 벌이는데 거기서 만약 한 팀이 K리그로 올라온다고 칩시다. 보통 프로구단이 1년에 100억원 이상 쓰는데요, 실업팀이 그 절반인 50억원이라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프로 관계자들은 프로연맹에서 재정을 일정부분 보조해주자고 하는데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꾸 유럽이나 일본축구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필요한 거지요.
이용수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 KBS 해설위원)
신문선 예전에 안양LG 팀은 팀연고지인 안양지역에 있는 고교팀을 사전에 연구하고 LG팀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지역내 고교팀을 지도자로 활용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수한 고교 선수를 우선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시스템이 ‘이천수 사건’으로 없어져버렸어요.
축구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방송입니다. 축구가 진화할 수 있게 만들고 또 가장 많은 재화를 창출하는 창구가 바로 방송인데, 이 시장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4대 메이저스포츠와 유럽축구가 안방에 밀려들어오지 않습니까. 방송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축구 중계횟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선진국처럼 공중파 대신 케이블TV가 중계해야 된다고들 하는데 이건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학원축구 문제와 함께 프로축구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서서히 가라앉거나 확 무너질 수 있습니다. 1970~80년대 영광을 누리던 권투가 지금 어떤 처지인지를 생각해보세요.
외국인선수 TO, 현실에 맞게
사회 총론에서는 공감합니다만, FA제도 등은 시장의 자유화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규제가 점점 허물어져 가는 것이 국제적인 트렌드가 아닌가 싶은데요.
신문선 몇 년 전 호나우두가 이탈리아 리그에 있을 때 몸값을 깎아준 일이 있습니다. 한국 프로축구는 유럽식 클럽시스템이 아닙니다. 기업스포츠라고 봐야 맞습니다. 그러니 구단운영에서 적자를 보는데도, 재정출혈을 줄이려고 하기보다는 팀 성적으로 보상받으려고 하죠. 저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팀도 중요합니다. 대표팀이 약하면 프로축구를 견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표팀 위주로 가면 그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패러다임을 바꿔서 프로구단들이 기술적으로 잘 해결해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에 근거한 제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거죠.
사회 이 위원께서 신 위원이 쓰신 선수들 몸값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셨다고 들었는데(웃음), 이 위원께서도 우리 프로축구선수의 몸값에 거품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용수 감정적으로야 후배들이 몸값을 많이 받으면 좋지요. 하지만 현질적으로 프로축구 시장과 팀의 재정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선수 연봉을 포함해 선수들의 이동문제, 숙소 이용료 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지요. 언제까지 축구단이 한 기업의 부서역할만 할 겁니까.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흑자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비용은 줄이고 수익모델은 늘리는 방법밖에 없어요.
사회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분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는 말이군요.
신문선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최근 5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구단의 비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TO가 5명으로 제한된 외국인선수에게 지급한 연봉이 구단전체 연봉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게는 40%, 많게는 50%에 이른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근 외국인선수 비리사건도 있지 않았습니까.
사회 현재의 TO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인 듯한데, 사실 프로경기에서 외국인선수들이 주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이용수 그런 면도 있습니다. 저만 해도 외국인선수 문제에 대해서는 신 위원과 의견이 좀 다릅니다. 외국인선수의 수를 줄이기보다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들 덕분에 프로축구 수준이 향상된 부분이 있으니까요. 한 예로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K리그 전체 득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전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도 하지만 기량면에서 국내선수들보다 낫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이런 긍정적인 부분도 살리고 우리 선수들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외국인선수 인원을 팀당 5명으로 그냥 두되 2~3명의 연령을 23세 이하로 제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죠. 그렇게 해서 국내선수들과 경쟁하게 만들고 가능성 있는 외국인선수를 키워 다른 구단에 팔아 이익을 남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축구발전을 위해 생각과 의견을 모으면 현실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노력이 없었을 뿐입니다.
사회 두 분은 중계방송 해설을 하면서 ‘세계축구의 흐름을 놓치면 대단히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경기력이나 마케팅 면에서 한국축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용수 최근 세계축구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선수에게 요구되는 체력수준이 점점 높아진다는 겁니다. 선수가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공간, 시간적인 여유가 점점 줄어든다는 거죠. 이를 초중고등학교 축구시스템하고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선수 육성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릅니다. 지금은 학교간 대항전으로 시합을 열고 그 대회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시스템인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만 해도 클레레 퐁테네 축구학교에서 선수를 육성하는 방법은 예전하고 다릅니다. 비슷한 연령대에서 축구를 잘 하는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체력과 성격, 심리적인 요인을 보고 발굴한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티에리 앙리죠. 클레레 퐁테네는 스피드가 뛰어난 앙리를 스카웃했습니다. 이렇게 기본 체력과 성정을 갖춘 소년을 발굴해 한 2년간 기본기만 집중적으로 지도해 완벽하게 터득하게 한 후에 전술적인 부분을 가르치니까, 단지 어릴 때 축구 경기를 잘하던 선수를 키우던 예전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게 된 겁니다. 적어도 프로구단이나 축구협회에서 유소년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방법은 이런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가야 한다고 봐요.
신문선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 장기적인 전략으로 선수를 선발해 트레이닝했고 이것이 성공을 거뒀습니다. 흔히 국제적 트렌드라고 하면 선수를 국제무대로 내보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발상을 한번 바꿔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행정가들이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령별로 가장 중요한 체력요인은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만일 국내 지도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대표팀에만 비싼 몸값의 지도자를 영입할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대의 선수들을 가르칠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다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킬 수도 있는 겁니다.
본질적으로 교육이라는 건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꾸준히 투자해야죠. 축구는 통합적 마케팅입니다. 어느 한 부분만 갖고 이리저리 옮겨봐야 해결이 안 됩니다. 한국시장에 맞는 적절한 기획능력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협회의 의지, 구단들의 투자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동업자 의식과 프로페셔널리즘
사회 이번에는 한국축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구성원인 선수, 지도자, 축구팬들에 대한 ‘쓴소리’를 좀 들었으면 합니다.
이용수 국내 축구지도자들에게 아쉬운 것은 스포츠과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선수 트레이닝법과 원리, 선수심리 같은 부분에서 스포츠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국내 축구지도자들은 이에 대해 열린 마음이나 활용하겠다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굉장히 폐쇄적이라는 점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과거 자기 경험에만 의존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냐는 겁니다. 지도자협의회나 우리 연구소가 그런 자료를 제공하려고 애쓰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도자들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선수의 경우, 프로팀 레벨의 선수들은 동업자 의식이 부족합니다. 서로 보호해줘야 하는데 K리그 경기를 보면 지나칠 정도로 거칩니다. ‘수비는 곧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또 선수시절에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선수일 때가 시간적으로 가장 여건이 좋습니다.
팬은 가장 멀리 있으면서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구단이나 대표팀이 이들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적어도 내부 정보를 팬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면 축구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지나칠 정도로 개인이나, 협회, 연맹, 일부구단을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겁니다.
신문선 국내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퀄리티를 높이려는 노력입니다. 언론과의 인터뷰 능력도 그 중 하나입니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를 볼까요.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언론에 했던 말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일정한 궤를 갖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의 얘기를 쭉 했다는 말입니다. 그건 머릿속으로 늘 생각하고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히딩크 감독 얘기를 하나만 더 하자면, 국내 지도자들에게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경험을 앞세운 선후배 상하관계로 선수들을 주눅들게 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겁니다.
선수들에게는 ‘프로답게 행동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현대축구에서 살아 남으려면 개인전술과 체력이 향상돼야 하는데 그런 훈련을 스스로 하는 선수가 드뭅니다. 1970년대 선수들만 해도 특유의 기술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요즘에는 거의 찾기 힘듭니다. 대표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양보하고 팀 파워를 높이기 위해 개성을 줄이는 것도 기본적인 프로정신 가운데 하나인데, 월드컵 4강 이후 대표팀이 어떻게 됐습니까. 해외파 선수들은 패스도 잘 안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축구팬의 경우 자신이 즐기고 성원하는 것까진 좋은데 지나친 요구를 해요. 특히 일부는 인사권까지 관여하려고 하는데 이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사랑의 정도가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16강 이루려면 하부구조부터 바꿔야
사회 뭐니뭐니 해도 축구팬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한국이 독일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가 아니겠습니까. 최근 독일을 3대1로 이기기도 했는데, 전문가로서 내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 예상해주십시오.
신문선 우선 전제할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골프에서 평균타수를 갖고 핸디를 정하는데, 2002년 월드컵 이후엔 한국축구의 핸디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지금의 한국축구는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경기력 폭이 굉장히 큽니다.
독일 월드컵 대회가 이제 1년 반 가량 남았는데,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단행되고 기술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주고 감독이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과학적인 훈련을 하고 더불어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제가 볼 때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만 하면 큰 성공이라고 봅니다.
사회 예선통과는 낙관하는 겁니까.
신문선 낙관한다고까지는 얘기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기대한다는 겁니다.
이용수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제가 협회 일을 그만뒀는데, 만약 계속했다면 2002년 말에서 2003년 초까지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의 시선을 월드컵 4강진출이란 도취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리도록 구조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6년, 2010년, 2014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목표는 16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6강 이상의 목표를 이루려면 2002년에 4강 진출을 이뤄냈던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되고 한국축구의 하부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최근 일본은 ‘2050년 내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2014년, 2015년 이후에는 세계랭킹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국도 16강 이상이라는 목표를 세우려면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시점부터 적어도 3, 4년 혹은 7, 8년 동안 세계 10위권 안에 들 수 있게 우리의 하부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사회 월드컵 직후 친선경기를 중계할 때 두 분 모두 “선수들이 빨리 월드컵 4강을 잊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축구팬으로서 그 감격을 참 잊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독일 월드컵 1차 예선에서 한국대표팀이 고전하는 것을 저도 참 괴롭게 지켜봤습니다. 몰디브전 무승부 이후 대표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본프레레 감독과 선수들을 어떻게 보시는지 평해주십시오.
이용수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서 본프레레 감독이 개인적으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했던 3주 훈련과 이후 평가전까지 지켜본 바로는, 감독이 기본적으로 선수들, 특히 세대교체 가능한 선수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독일전은 좋은 경험이 됐을 것입니다.
2월9일부터 최종예선전이 시작되는데, 1월 미국전지훈련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기간을 놓치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면 신인선수 발굴은 어려워집니다. 전지훈련 기간에 가능하면 최대한 선수진을 폭넓게 활용하고 그 과정에 발굴한 선수들을 독일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훈련시키는 작업이 성공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뒤집어 생각하면 독일전에서 뛴 국내파 젊은 선수들을 최종예선부터 주전멤버로 적극 기용해야 경기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인가요.
이용수 그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경쟁하고 한 팀이 될 때 최종예선과 본선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신문선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 성적이 부진했는데 그 원인을 감독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면 잘못된 겁니다. 감독은 컴퓨터입니다. 어떤 자료를 인풋(input)하느냐에 따라 아웃풋(output)이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외국 감독은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잘 모르면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천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보다 측면에 두면 더 효과가 있죠. 선수에게 적합한 포지션이 어디인지를 알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는 말입니다. 쿠엘류도 그랬고, 비쇼베츠도 그랬고, 크라머도 그랬습니다.
감독보다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거지요. 예를 들어 사장은 굉장히 공격적인 마케팅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그 밑에 관리형 본부장을 붙이면 트러블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시스템이 완벽했던 것도 2002년 월드컵 성공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와 지원, 외국인 코칭스태프 구성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습니다. 독일월드컵에서 성공하려면 지금쯤 이런 부분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을 대폭 개편할 때나 맞는 표현입니다. 지금은 세대교체보다는 합리적인 부분보강이나 개편을 얘기할 때죠. 2002년 월드컵 주전 가운데 노쇠한 포지션이 어디냐는 걸 정확히 짚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김태영 최진철 등 수비라인입니다. 이미 4년 전에 대비했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모든 문제를 감독 책임으로만 돌리면 안 돼요.
사회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이 위원께서는 한국축구가 어느 정도 안착하기 전까지는 외국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조광래 전 서울FC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파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때가 됐다고 했는데, 어느 시점까지 외국인 지도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이용수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목표를 16강 이상으로 설정했을 때 외국인 감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파 감독 중에 16강 이상을 준비해본 감독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보세요, 1986년 김정남 감독, 90년 이회택 감독, 94년 김호 감독, 98년 차범근 감독. 몇몇 선수는 두세 번 월드컵에 나갔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월드컵에 늘 처음이었습니다. 이건 실패의 경험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2002년까지 제가 기술위원장으로 1년6개월간 재직할 때 언론이나 외부의 축구전문가들이 주장한 것은 딱 한 가지, ‘빨리 베스트 11 정해서 조직력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16강 이상 올라가 보니 베스트 11은 상대에 따라 바뀌는 것이더라는 말입니다. 국내 감독들이 외국 감독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목표에 따라 감독 선임이 결정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저는 내년 월드컵과 2010년 월드컵까지는 외국 감독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명장은 훈수를 둬도 한 수 높다, 이런 말씀이군요.
신문선 가까이에서 지켜본 비쇼베츠나 니폼니시 등 외국인 감독이 국내 지도자들에 비해 앞선 점은 우선 스포츠과학을 이해하는 점이었습니다. 요즘 국내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이는 것은 잘 압니다만, 이는 단순히 ‘달라, 줘라’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수들은 지도자에 대해 확실하게 평가합니다. 그러니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기준도 달라져야 합니다. 국내 지도자 중에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 평가기준의 첫 번째가 뭡니까. 명성입니다. 프로구단에서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이러한 풍토나 지도자에 대한 평가잣대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국내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시기는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을 경험했습니다. 합리적인 선수단 운영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법 등을 체험했습니다.
이제 국내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자 하는 야망이나 목표가 있다면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독일처럼 주니어팀, 청소년대표팀 등 전임감독으로 차례차례 과정을 밟아 올라오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능력 있고 준비된 특히 스포츠과학을 이해하는 지도자들이 그 과정을 거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만이 우수한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도 깨야 합니다.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이 위원 말씀이 옳다고 봅니다.
이천수는 전술적 협응력 부족
사회 이번에는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요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당부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신 위원께서 쓴소리를 자주 했던 이동국 선수부터 시작할까요.
신문선 이동국 선수의 축구인생에 이번이 월드컵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죠. 군대 갔다 와서 많이 성숙한 것 같습니다. 본선까지 불과 1년6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 기간이 그동안 축구를 해온 모든 시간보다 더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축구는 단체경기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너지면 팀에서 제 몫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동국의 가장 큰 적(敵)은 술이었습니다. 재능은 이미 인정받은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용수 저는 개인적으로 이동국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두 가지만 당부하고 싶습니다.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경기할 때 이동국 선수는 수비가담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강한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최전방에서 곧장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물론 이는 체력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죠.
또 하나는 공격상황에서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용어로 ‘타깃맨(target man)’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즉 미드필드에서 볼을 연결해줄 때 볼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동국은 너무 쉽게 볼을 빼앗깁니다. 이 두 가지만 해결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능력을 황선홍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이용수 황선홍이 낫습니다. 근래 스트라이커로서 황선홍만한 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동국도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 이천수에 대해서는 이 위원께서 먼저 얘기해주시죠.
이용수 이천수의 가장 큰 장점은 체력입니다. 2002년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체력테스트로 셔틀런(shuttle-run) 테스트를 했는데 끝까지 남아 있는 선수가 이천수, 차두리, 이영표, 박지성이었습니다. 이천수는 지구력과 스피드를 겸비했습니다. 문제는 체력과 기술이 따로 논다는 점이죠. 또 하나, 결정적인 찬스에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슈팅연습을 좀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선 천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술적 협응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공격수로서 위치선정이나 움직임을 통해 동료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 말입니다. 천수는 쉽게 자기중심적인 플레이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번 올림픽 때도 그랬는데, 경기에 지고 있거나 의도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자기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에게까지 스트레스를 주는 플레이를 한다는 점입니다. 천수의 표정이 달라지면 바로 주위에서 불안해 하거든요. 그 부분은 꼭 고쳐야 합니다.
안정환은 ‘섀도 스트라이커’
사회 공격수 중 본프레레호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선수가 안정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용수 안정환의 장점은 슈팅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포지션이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섀도 스트라이커(shadow striker·최전방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스트라이커) 역할이 가장 맞는 것 같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하고 마주앉아서 안정환을 주전에 포함시켜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실전에서 크게 활약했습니다. 특히 유럽팀과 경기할 때 활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문선 안정환은 페인팅이나 페이크 동작이 굉장히 큰 것이 장점입니다. 문전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때 수비를 제치는 능력은 대한민국 최고입니다. 페인팅을 써서 발을 이렇게 접어놓고 슈팅하는 특유의 기술이 있습니다. 그 장점을 살리려면 측면도 적합하지 않고, 몸싸움을 하고 등지는 플레이가 많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도 안 맞고, 오직 섀도 스트라이커뿐입니다. 또 안정환은 위치선정이 좋고 키가 큰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헤딩감각이 뛰어납니다. 대신 스피드와 지구력은 떨어집니다. 후반에 들어가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이것은 감독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사회 박지성은 2002년 히딩크 감독 때나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에서는 스리톱에서 오른쪽에 섰지만 지금 대표팀에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거든요.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팀 전술 운용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문선 올림픽대표팀 김호곤 감독이 “박지성은 어떤 자리에 둬도 된다”고 하더군요. 박지성은 네덜란드에 간 이후 무빙(moving) 상태에서 볼을 갖고 다니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박지성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공격에 비중을 두는 포지션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천수와 같은 순발력 있는 애드리브는 조금 부족합니다. 또 박지성은 한번 다치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특히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사회 현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위치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이용수 히딩크 감독 시절 울산에 첫 합숙훈련을 가서 1월9일 울산 프로팀하고 연습게임을 하는데 운동장 한쪽에 살얼음이 얼었어요. 그 지점에서 박지성이 볼을 갖고 있는 상대수비에게 태클을 시도하더군요. 히딩크 감독이 저를 쓰윽 쳐다보는데 ‘지성이는 됐다’는 표정이었어요. 적어도 정신적으로 됐다는 뜻이었습니다.
박지성에겐 3-4-3 포메이션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큰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 아닌가 합니다. 수비를 커버하면서 공격상황에서는 역습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체력을 갖췄습니다.
유상철이나 이운재를 리더로
사회 2002년 월드컵 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격에 황선홍, 수비에 홍명보라는 팀의 정신적인 리더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축구인들은 현재 이 둘의 역할을 할 만한 선수로 유상철을 꼽고 있는데, 유상철을 내년 월드컵 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거라고 보십니까.
신문선 유상철에 대해선 고민이 좀 있습니다. 올림픽 때도 와일드카드로 나와 슈팅이나 크로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을 공에 대지 못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잦은 부상에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한창 전성기 때도 유상철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앙보다는 측면이었습니다. 유상철이 대표팀에서 베스트 11에 끼려면 우선 신체적으로 완전한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포지션은 과거와 달리 극히 제한적입니다. 대표팀이 좀더 빨리 수비수의 세대교체를 했다면 유상철의 포지션에 대해 좀더 쉬운 판단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용수 경기장에서 리더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이 보여준 좋지 않은 결과들은 리더역할을 하던 홍명보, 황선홍의 은퇴에 따른 공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2006년까지는 유상철을 수비수나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월드컵에서 팀의 리더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유상철입니다. 유상철이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 생활에서나 경기장 내에서 적극적으로 리더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야 전체 선수들이 안정감 있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신문선 저는 그 대안으로 이운재를 꼽고 싶습니다. 최근 한 신문 인터뷰 때문에 이운재를 만났는데 현재 대표팀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정확히 짚어내 깜짝 놀랐습니다. 이운재가 2002년 독일대표팀의 골키퍼 올리버 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박주영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신문선 박주영의 가치에 대해 과대포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장점이 많은 선수이기는 합니다. 근육형 선수가 아닌데도 스피드가 있죠. 저 같으면 대표팀에 선발하겠습니다. 주전으로 뛰지는 못하더라도 상급레벨의 훈련을 받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용수 박주영은 다른 국내 선수들하고는 조금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문전에서 슈팅타이밍을 한 박자 빨리 잡거나 혹은 한 박자 늦추는, 그래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감각이 있습니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국내 축구계가 구조적으로 어릴 때 잘하는 선수일수록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감독이나 동료 선수들이 ‘야 너는 수비가담하지 말고 공격지역에 있다가 골만 잘 넣으면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선수의 역할은 거기서 끝납니다.
하지만 그것은 국내 축구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죠. 좋은 선수들은 가급적 일찌감치 어려운 환경에 자꾸 처하게 해야 됩니다. 박주영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기술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겁니다.
사회 1월18일이면 4년간 축구협회를 이끌 회장을 뽑는 대의원 총회가 열립니다. 항간에 출마설이 떠돌아 곤혹을 치렀던 신 위원도 여기 계신데요(웃음). 정 회장이 연임하는 경우와 새로운 축구협회 회장이 탄생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눠 앞으로의 과제나 당부 등을 들려주시죠.
협회여, 귀를 열라!
신문선 지금 한국축구는 위기입니다. 누가 회장이 되든 한국축구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특히 프로구단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됩니다. 한국축구는 요즘 내수침체까지 겪고 있는 한국경제와 같습니다. 새 회장은 4년간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언제부턴가 정 회장은 연두기자회견하던 것도 없애고 서면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나 언론에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도 듣지 않는 구조가 돼버린 거죠. 이 부분은 정말 재고해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이용수 정 회장이 다시 선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일선 지도자들을 포함해 축구인뿐 아니라 전체 체육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축구협회 집행부 임원은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능력 때문에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집행부 임원들이 봉사한다는 생각을 갖고 4년 동안 일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