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포부는 크게, 그러나 ‘가슴’은 작게

  • 심형보 엔제림성형외과 원장

    입력2005-01-26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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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부는 크게, 그러나 ‘가슴’은 작게

    여성형 유방증은 남성 20명 중 1명이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새로운 포부로 가슴 쫙 펴게 되는 요즘, 마음 놓고 기지개도 못 켜는 이들이 있다. 나름대로 ‘근육’이라 우겨보지만 아무리 봐도 여성처럼 봉긋한 가슴을 가진 ‘여성형 유방증(ginecomastia)’ 남성들이다.

    여성형 유방증은 남성 20명 중 1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 하지만 환자들이 옷을 껴입거나 공공장소에서 절대 옷을 벗지 않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성형 유방증 환자는 성적 놀림감이 되기 쉬워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트레스가 심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유즙까지 분비돼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기도 한다.

    여성형 유방증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호르몬 불균형이다. 실제로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비율이 불균형을 이뤄 사춘기 남학생의 65%가 가슴이 커지는 증상을 경험한다. 물론 성장하면서 호르몬 분비상태가 균형을 이루면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약 7%의 남성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남는다.

    사춘기에 발생한 이런 특발성 여성형 유방증과 구별해야 할 것은 성인이 된 후 갑작스레 발생한 2차성 여성형 유방증이다. 2차성 여성형 유방증은 드물게 고환이나 부신, 갑상선,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 호르몬 계통의 이상으로 생겨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기에 특별한 징후가 없었고, 현재 체중증가가 없는데도 갑자기 가슴이 나온다면 내분비계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나 대개는 청소년기에 발달한 가슴이 이후 살이 찌면서 그대로 남거나 더 커진 경우인데, 질병이 아니므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유선조직도 함께 커진 상태라 운동으로 체지방을 태운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는다는 점. 따라서 성형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



    실제로 남성 성형 환자를 조사했더니 여성형 유방증을 치료받은 경우가 10년 전보다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가 늘었다기보다 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외모를 경쟁력으로 삼는 트렌드의 영향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이가 많아진 덕분이다.

    여성형 유방증은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옆구리 부위를 1cm 정도 절개한 뒤, 초음파 지방흡입술을 통해 가슴 내부의 지방과 유선조직을 제거하면 된다. 부분마취나 수면마취 상태에서 시행되며 2∼3일 안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여성형 유방증이 심한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항에스트로겐 약물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여성형 유방증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지만 청소년기의 비만상태와 연관이 있으므로 어릴 때부터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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