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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폭로

중국 선양감옥서 한국인 재소자 가혹행위

“개구리처럼 엎드려 떨 때까지 전기고문 당했다”

  •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중국 선양감옥서 한국인 재소자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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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시 조씨는 1년 넘게 독방에 갇힌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조씨에 대한 선양 총영사관측의 공식 면담 기록에는 이런 사실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씨에 대한 영사 면담은 2002년 3월과 7월, 그리고 2003년 1월에 걸쳐 세 차례 이뤄졌으나 가혹행위 등을 진술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의 이러한 설명과는 달리 전기고문 사실을 폭로한 조씨와 함께 선양 제2감옥으로 이감되어 온 나머지 한국인 재소자 2명 역시 그 무렵 비슷한 방법으로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조씨는 전한다. 이 2명은 지금도 수감중이다. 기자는 이중 징역 14년형을 받고 복역중인 A씨의 한국 내 가족과 접촉할 수 있었다. A씨의 가족도 그가 중국측 관계자로부터 전기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A씨 형의 증언이다.

“2001~2002년 면회했을 때 초죽음이 되어 있던 동생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기고문 사실을 전해들은 것도 그때다.” 한마디로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조씨나 A씨 이외에도 한국인 재소자에 대한 가혹행위를 증언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선양 제2감옥에서 지난해 말 출소한 최기주씨(가명)가 동료 재소자들에게 듣고 전해온 내용이다.

“한국인끼리 싸움이 나거나 사소한 말썽 때문에 보안과로 불려가면 일단 무릎부터 꿇리고 나서 구둣발로 등을 내리찍는 등 앞뒤 안 가리고 매질이 가해졌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현재 선양 제2감옥에 수감중인 동료 재소자 B씨는 구타 후유증으로 거의 1년 동안 허리를 쓰지 못할 정도였다.”



기자는 조씨가 말한 동료 재소자 B씨와도 통화할 수 있었다. B씨는 “1998년 선양으로 이감되자마자 중국인 재소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허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 바람에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마약혐의로 중국 현지에서 체포돼 하얼빈(哈爾濱)에서 사형당한 신모씨가 체포될 당시 공범으로 잡혔던 정모씨가 문제의 선양 제2감옥에 수감중인 사실도 재소자와 출소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정씨와 함께 수형생활을 했던 한국인 재소자들은 “정씨 역시 조사 과정에 고문으로 인해 치아가 대부분 손상돼 틀니를 끼고 있으며 한쪽 눈에도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가혹행위 증거 없으니…’

당시 신모씨 사형 사건은 중국 내 한국인 재소자들의 인권 실태에 대해 경종을 울린 최대의 사건이었다. 외교부가 주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인 재소자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신씨에 대한 사형집행과 이 사실을 중국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외교부의 무능력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양 제2감옥의 한국인 재소자들이 전기고문을 비롯, 1999~2001년 사이에 벌어진 가혹행위 사실을 주선양 총영사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도 털어놓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외교부의 태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재소자는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해도 ‘증거가 없다’거나 ‘이미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한국 영사관측은 물론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분해했다.

한편 주선양 총영사관측은 재소자들의 ‘가혹행위’ 주장에 대해 “2003년 당시 베이징 주재 주중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이 선양 제2감옥을 방문했을 당시 가혹행위 사실을 전해듣고 중국측에 재발방치 조치를 요구한 일이 한 차례 있으나, 그 이외에 한국인 재소자로부터 구타나 가혹행위 진술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한국인 재소자들에 대한 가혹행위와 차별대우가 계속되자 일부 한국인 재소자들이 감옥 내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2003년 12월과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인 재소자 전원이 식사를 거부한 채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2003년 12월 당시는 감옥당국 실무자가 한국인들의 단식 사실을 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쉬쉬하며 덮었다는 것이 재소자와 출소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단식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5일 동안이나 계속된 이 사건으로 인해 주선양 한국총영사관이 나서서 직접 사태를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도 “선양 제2감옥에서 식사와 부식 지급 문제로 재소자들의 불만이 제기돼 주선양 영사관이 직접 나서서 요구조건을 다 들어주고 해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재소자들의 단식투쟁

당시 선양 제2감옥 한국인 재소자들의 단식사건은 ‘동아일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신동아’ 편집실로 걸려온 제보전화를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에게 전달해 기사화한 것이었다. 재소자들은 “‘동아일보’ 보도 때문에 영사관측이 기민하게 움직인 것 같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후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외교부측의 설명에 대한 한국인 재소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한 재소자는 “당시 한국인 재소자들에 대한 부식비로 매달 2000위안(元)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영사관측은 이 비용을 한인회로 떠넘기고 발을 빼는 바람에 부식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재소자들은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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