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취재

창업 실패자들에게서 배우는 ‘반면교사 성공학’

“나는 이렇게 망했다”

  •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창업 실패자들에게서 배우는 ‘반면교사 성공학’

2/6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의 통계자료를 보면 2003년 창업자금을 지원한 업체 중 24.3%가 2004년 현재 휴폐업중인데, 특히 음식숙박업의 비율이 32.2%로 높다. 이러다 보니 은행 빚조차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년 11월 현재 자영업자들의 연체 잔액이 총 2조8900억원이고 연체율은 3.2%나 된다.

이렇게 자영업이 침체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창업에 쉽사리 뛰어들었다가는 앞서 소개한 유씨의 경우처럼 투자금액도 못 건지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창업자 중 30%는 성공, 40%는 현상유지, 나머지 30%는 실패한다는 3:4:3의 이론은 무너지고 5%만 살아남는다는 양극화가 올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창업하지 말라’고 충고해야 할까. 한국창업전략연구소(www.chan-gupok.com) 이경희 소장은 “불황과 과열경쟁에서도 살아남은 5%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다양한 리스크와 실패한 사람들의 사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세우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가 창업 후 1년 이내 실패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자가 느끼는 실패요인으로는 1위 경기불황, 2위 과열경쟁, 3위 자금 부족, 4위 전문성 부족, 5위 주먹구구식 창업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소장은 “동일한 조건에 놓인 업소를 분석하면 가장 큰 실패요인은 주먹구구식 창업과 경영역량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즉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업자가 있다는 점에서 외부요인보다는 창업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내부요인을 분석하고 미리 대처하면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것. 또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의 다양한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업황도, 지역도 잘못 골랐다

학습지 영어교사 출신의 정모(47)씨는 유행의 끝물을 타는 바람에 창업에 실패한 예다. 1990년대 초부터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저렴하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각종 학습지가 인기를 끌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정씨는 학습지 방문교사로 취직해 10년 넘게 일했지만 학습지 시장의 과열경쟁으로 본사가 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 후 ‘전공’을 살려 프랜차이즈 학습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002년 당시 사업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래도 잘 아는 분야라 웬만큼 수익은 거둘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역부터 잘못 선택했죠. 송파구 잠실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그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곳이 모두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인구가 확 줄었어요. 재개발하지 않는 큰 평수의 아파트는 집값이 비싸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가구가 별로 없었고요. 또 영어교육을 전공한 제대로 된 교사를 구하기도 힘들었죠. 방문교사는 한물간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거든요. 결국 적자를 메우지 못하고 2년 만에 접어야 했죠.”

그 후 정씨는 전화영어 말하기 학원을 차렸다. 수익은 꽤 괜찮았지만 또 다른 복병이 있었다. 원어민 교사들을 채용했는데, 이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나 책임감이 희박하고 불성실했다. 수업시간에 지각하는 것은 예사고 아예 펑크를 낸 적도 많았다. 불만이 쌓이면서 고객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싫은 소리라도 하면 이들은 바로 사표를 냈다. 영어교사에 대한 수요가 많아 어느 학원이라도 갈 수 있었기 때문. 원어민 교사들과 불평하는 고객들에게 시달린 그는 1년여 만에 이 사업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지난해 여름 서울 강동구 아파트 밀집단지에 소수정예 영어 말하기 학원을 차렸다. 젊은 중산층이 몰려 사는 이 지역은 아이들도 많았다. 원어민에 질린 그는 교포나 한국인 유학생을 교사로 채용했다. 특히 영어를 전공했거나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영어전문교사 양성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우대했다. 그래도 원어민보다 봉급이 적었다. 말하기 교육이 대세인데다가 교사들이 성실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김씨의 학원은 매달 85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간의 실패에서 얻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 덕분이다.

2003년 봄 서울 잠실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인 신천에 1억5000만원을 들여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낸 강모(36)씨는 상권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창업에 실패했다.

2/6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목록 닫기

창업 실패자들에게서 배우는 ‘반면교사 성공학’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