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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형폐지운동 나선 전직 교도관 고중렬

“사형집행 200여회 참관, ‘포인트’ 당길 때마다 나도 함께 죽었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사형폐지운동 나선 전직 교도관 고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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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운동 나선 전직 교도관 고중렬
독재정권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정적을 만들고 살해했다. 고씨는 인간의 생사 여탈이 그 같은 정치적 목적에 좌우되는 현실에 끝없이 좌절했다. 그렇다고 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30년이 지났건만, 사형집행 광경은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요즘도 그 장면들이 가끔 꿈에 나타나 가슴을 짓누른다. 그때마다 고씨는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법무부 장관이 사형 날짜를 고시하면 교도소장이 사형집행령을 내립니다. 사형집행일엔 평소 틀어주던 방송이나 야외 사역, 아침 운동도 없지요. 교도관은 ‘1995번 의무과 체중 검사!’ ‘교무과장 면회!’라면서 무심한 표정으로 사형수를 불러냅니다.

미결수인 사형수는 교도관의 안내로 서대문구치소 담을 넘어 형무소로 건너갑니다. 교무과나 의무과로 가는 줄 알았던 사형수는 이른바 ‘지옥 3정목’(사형집행장)으로 꺾어지는 길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실감합니다. 그러면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거나 한숨을 내쉬지요. 그를 지옥 3정목으로 이끄는 교도관의 팔엔 더 힘이 들어갑니다. 행여 도망이라도 갈까 싶어 긴장하기 때문이죠.”

사형집행에 참여하는 사람은 원심 검사, 교도소장 및 교무과장, 의무관, 보안과 교도관과 목사, 신부 등 종교인사 들이다.



교도소장은 사형수의 신분장을 펴놓고 그들을 내려다보며 확인 신문을 시작한다. 이름, 나이, 본적, 현주소 따위를 묻고 몸에 흉터나 점은 없는지 등을 살핀다. 사형수 곁에 선 교도관이 옷을 벗겨 직접 확인시켜준다. 어느 한 과정도 지체되는 법이 없다.

사형수는 교수대인 마루청 위에 앉는다. 마루청 밑은 1.5m 높이의 2평 남짓한 콘크리트 공간이다. 사형수들은 버둥거리지 못하도록 손발이 꽁꽁 묶여 있다. 유언을 남기는 사형수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린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하던 사람, ‘담배 한 개비만 피우게 해달라’며 시간을 벌던 사람, 말없이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사람…. 죽음의 순간에 초연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들의 유언이 횡설수설 길어지면 집행관이 말을 끊어버립니다. 언제까지 감정에 휘둘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죠.”

사형수의 시신은 아무도 돌보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더욱 서글프다.

“지하 바닥에 떨어진 시신을 처리하는 건 재소자들의 몫입니다. 물론 사형집행에 참관한 의무관이 사형수의 숨이 끊어졌는지 확인한 다음 교도관들의 지도하에 이뤄지죠. 시신은 의무과에 3일간 안치됩니다. 그 사이 가족이 찾아가지 않으면 인근 성당의 공동묘지나 벽제 근처 교도소 공동묘지에 고이 묻어줬습니다.”

지금도 그는 자신이 대부(代父)가 되어준 한 사형수의 묘지를 찾는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도 등을 돌린 그를 위해 기도한다.

7번 죽는 사형수

흔히들 사형수는 6번 죽는다고 한다. 1심 선고 때, 2심 때, 3심 확정판결 때, 사형집행장인 ‘지옥 3정목’으로 가는 길목에 이르렀을 때, 집행장 건물을 봤을 때, 그리고 교수대에서 모두 6차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7번, 8번 죽어야 했던 사형수도 많다. 엉성한 사형집행 방식 때문이다. 한 번의 집행에서 죽음에 ‘성공’하지 못한 사형수는 또 한 번 죽음의 의례를 치러야 한다. 고씨는 이왕 보내야 할 사람을 단번에 편하게 보내지 못한 것을 죄스러워했다.

“한 번에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다시 교수대에 올라간 사형수도 부지기수입니다. 사형수의 목에 오랏줄이 제대로 걸리지 않거나 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포인트를 당기는 바람에 사람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거죠. 때론 밧줄을 너무 길게 걸어 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손발이 묶인 사형수들은 비명을 질렀고, 온몸은 피투성이가 됐습니다. 교도관들은 바닥에 떨어진 그들의 몸을 끌어올려 다시 밧줄을 목에 드리웠습니다. 15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의무관이 그들의 숨이 끊어졌는지 확인합니다. 이후에도 15분을 더 매달아 놓습니다.”

사형으로 그 누구보다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람은 바로 교도관들이다. 고씨 또한 자신의 손으로 타인의 목숨을 끊어야 하는 잔혹한 운명을 몸서리치게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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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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