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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르포

학대받는 우리 아이들

온몸 칼로 난자, 매질 끝에 장기 파열, ‘똥싼다’며 손발 묶고 굶기기도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학대받는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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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생존해 있는데도 아동일시보호시설인 쉼터에서 생활하는 김진석(14)군. 김군은 9세에 처음 가출을 시도했고 중학생이 된 후 일년 동안 10여 차례 가출했다. 김군의 아버지(39)와 어머니(36)는 그가 7세에 이혼해 김군은 아버지와 계모(33), 세 살 위인 누나와 함께 살았다. 공장 기술자인 아버지 김씨는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후 지금까지 일년 넘게 실직상태이고, 아내가 벌어오는 월 100만원 미만의 생활비로 네 식구가 살고 있다.

김군은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해 선생님에게 야단맞을까 봐 학교를 빼먹었는데, 그 사실을 안 아버지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처음으로 집을 나갔다. 이후 잦은 가출을 하게 된 것도 아버지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김군은 친구들과 놀다 늦게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야구방망이, 젖은 물수건 등으로 매를 맞았고 팬티바람으로 쫓겨나 몇 시간씩 집 밖에 서 있기도 했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의자에 앉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 최근에는 책과 가방, 교복을 미처 챙기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나 일주일간 학교를 못 간 적도 있다.

김군의 아버지는 “자식이 말썽을 피우면 부모가 때릴 수도 있지, 그게 뭐 큰 잘못이냐? 때리고 난 뒤에 약도 발라줬다. 우리 자랄 때도 다 그렇게 맞고 자랐다”며 불쾌해했다.

“얼마 전에 아들 친구의 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들을 자기 집에서 돌보고 있는데 아동보호시설에 보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 녀석이 밖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기에 친구 부모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겠나. 걔가 ‘우리 엄마는 계모다’ ‘아버지가 때린다’는 등 별별 거짓말을 해대는 바람에 우리 부부는 사람취급도 못 받고 있다.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이제 질렸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 집에 들어오기 싫다면 차라리 시설로 보내는 게 낫다.”



유치원 때 어머니와 헤어진 김군은 얼마 전 아버지 몰래 친어머니를 만났다가 아버지한테 들켜 호되게 야단맞았다. 김군은 친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고, 김군 친어머니 역시 아이를 기를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아버지 김씨는 “아이를 전처에게 보내느니 차라리 시설에 보내겠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여섯 살 난 딸에게 ‘XX년아’

홍민주(가명·9)·영주(가명·6) 자매도 김군과 비슷한 경우다. 아버지 홍강현(가명·38)씨는 사고로 몸을 심하게 다친 후 일년 넘게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 김은숙(가명·36)씨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고, 집안 정리 등 살림에도 서툴렀다. 10여평 남짓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사는 홍씨 가족의 경제사정은 한눈에도 매우 어려워 보였다.

민주와 영주는 정신지체 혹은 정서적 장애가 의심되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관계기관의 도움으로 특수학교에 다니는 민주는 “어제 엄마랑 아빠가 싸웠다”는 말을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어머니 김씨는 홍씨가 화가 나면 닥치는 대로 두 아이를 때리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 김씨는 “어린이집에 있는 영주가 ‘집에 아빠 있냐’고 묻더니 안 들어오려고 한다. 어제 밥을 먹다가 밥알을 흘렸다고 아버지한테 엄청 혼이 났다. 남편과도 그 일로 싸웠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날 홍씨가 영주에게 한 말은 “나이가 몇 살인데 밥도 제대로 못 처먹고 흘려, 이 ××년아”였다.

지난해 7월 아버지를 잃고 집 안에 방치된 이영미(가명·16)·동욱(가명·14) 남매는 끝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남매는 낯선 사람이나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 도움을 주고 있는 동사무소 직원이 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영미는 학교를 그만둔 지 오래고, 동욱이만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부모는 일찍이 이혼했다. 양육을 맡은 아버지는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을 앓아 아이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고 얼마 전 사망했다.

남매의 사정을 귀띔해준 이웃은 “두어 달 전쯤 집 안을 들여다봤는데 청소도 제대로 안 하고 사는지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었다. 밥이나 제대로 챙겨먹는지 모르겠다. 애들 둘이서 뭘 얼마나 해먹고 치우고 살겠나. 애들 엄마는 지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남편이 죽은 걸 알면서도 몇 개월이 지나도록 자식들을 버려두고 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자기가 애들을 데려다 키우면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이 끊어질까 걱정하더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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