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호

‘흔들리는 지구’의 미래

지각변형 10년 이상 지속, 한반도에도 해일 가능성, 그러나 지축 바꾸기엔 에너지 미약

  •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leeys@rock25t.kigam.re.kr

    입력2005-01-25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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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지구’의 미래
    지난해12월26일 발생한 규모 9.0의 수마트라 해저지진은 1964년 발생한 알래스카 지진 이후 40년 만에 나타난 큰 지진이었다. 이 지진은 인도네시아는 물론 스리랑카, 인도, 태국, 소말리아 등 인도양을 낀 먼 나라에까지 큰 해일을 일으켜 최소한 15만7000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이 지진으로 지축(지구자전축)의 위치가 변하고 지구의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앞으로 하루의 길이가 짧아지거나 급격한 기후 변동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일부 학자들의 견해가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12월28일 조선일보는 “미국 지질조사연구소의 켄 허드너트 박사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수마트라 섬의 북서쪽 끝 지역이 남서쪽으로 36m 이동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소식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지구촌을 불안에 떨게 했다.

    과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추측인가. 앞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환경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지금부터 이번 지진의 특성과 지구에 끼치는 영향, 한반도의 지진 위험성과 대책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핵과 맨틀,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각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대륙지각과 무거운 해양지각으로 나뉘는데, 평균두께는 각각 30km와 7km로 평균 반지름이 6378km인 지구 규모에서 보면, 수프 위에 생기는 얇은 막에 불과하다.

    지구 표면은 움직임을 달리하는 10여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다. 지진은 대부분 판 경계부에서 발생한다. 즉 지진의 발생은 판구조운동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손톱이 자라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판구조운동은 왜 일어나며 그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판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원은 바로 지구 내부의 핵과 맨틀의 뜨거운 열이다. 핵에서 지표를 향해 방출되는 열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맨틀 내에 대류가 발생한다. 이 대류 에너지가 맨틀 위에 떠있는 암권(lithosphere·지각과 상부맨틀의 윗부분으로 구성)을 분열시키면서 양 바깥쪽으로 밀어낸다. 이때 분열되는 암권 사이로 상부 맨틀의 용암물질이 솟아나와 땅이 벌어지는 부분을 해령(海嶺)이라 한다. 이 용암물질은 대륙지각보다 무거워서 낮고 광활한 해저대지를 이루는데, 이것이 지표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해양지각이다. 즉 해령은 해양지각을 만드는 공장인 것.

    지구의 크기는 유한하기 때문에 해양지각이 형성되는 만큼 다른 부분이 소멸하는데, 이런 현상은 판과 판이 서로 만나는 부분에서 일어난다. 무거운 판이 가벼운 판 아래로 들어가면 깊은 해구가 생기고, 대륙판과 대륙판이 만나면 히말라야나 알프스와 같은 높은 습곡산맥이 만들어진다. 지구상에서 지진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이런 판의 경계부이다.

    수마트라 지진의 원인

    ‘흔들리는 지구’의 미래

    이번 수마트라 해저지진(별)과 여진(회색·규모 4 이상)을 나타낸 지도. 굵은 선은 지체구조 경계선이고, 선에 세모가 붙어 있는 부분이 인도-호주판의 해양지각이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버마판과 순다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trench)로 세모가 붙은 쪽을 향하여 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흰 세모로 표시된 것은 화산들이며, 이곳의 지진과 화산이 섭입대와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 [그림 1] (미국 지질조사소, USGS).

    [그림 1]은 이번 수마트라 지진이 일어난 안다만-순다해구 일원에서 그 동안 발생했던 주요 지진을 도시(圖示)한 것이다. 이를 보면 안다만-순다해구(trench)에서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버마판과 순다판 아래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지진은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가 지구 외부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지구순환의 한 과정이다. 즉 지구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약 지구 내부가 완전히 식어 판구조 운동이 없어진다면 지구순환계는 화성이나 달처럼 멈추게 된다. 이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량한 곳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지진학자들은 지진 예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지진 원인도 다양하고 발생 지역의 지각구조나 응력(단위면적당 미치는 힘) 분포가 복잡하며, 같은 지역이라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의 과학이 지진을 제대로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큰 지진이 일어날 때는 몇 가지 전조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그에 따라 예측해볼 수 있다. ①미진 ②호수나 지하수, 바다의 수면 변동 ③지나치게 긴 휴지기 ④지진파(종파와 횡파)의 속도비 변화 ⑤토지 경사의 변화 ⑥ 지전류, 지자기의 변화 ⑦ 라돈 양의 변화 등이다.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지구과학의 혁명을 이끌어온 ODP(Ocean Drilling Program·해양시추계획) 시대가 막을 내리고 IODP(Integrated Ocean Drilling Program·통합해양시추계획) 체제로 확장되었다. IODP의 주목적 중 하나는 지각 아래로 들어가는 해양판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모니터해 지진을 연구하는 일이다. 즉 지진 진원지에서 일어나는 지진 발생 전후의 미세한 현상을 기록하고 분석함으로써 인류 최대의 자연재해인 지진을 정복하려는 것이다.

    이제 수마트라 지진이 지구환경에 변화를 초래했다는 여러 가설을 살펴보고 그러한 주장들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는지 알아보자.

    호수에 돌을 떨어뜨리면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듯,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가 사방으로 전달된다. 지구는 탄성체로서 진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지진이라도 지구는 진동한다. 큰 지진이라면 아주 멀리에서도 감지된다. 지구가 진동한다는 원론적인 의미에서 지축이 흔들렸다고 한다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지축의 위치가 변했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번 수마트라 지진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에너지는 약 1.6×1018J(Joule·줄)다.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2만3000개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지구에서 1년간 발생하는 총 지진에너지를 초월하는 큰 값이다. 하지만 매우 큰 관성으로 자전하는 지구 회전에너지(3×1029J)에 비하면 2000억분의 1에 불과해 지축의 위치를 일시에 바꾸기에는 아주 적은 양이다.

    더욱이 오늘날 큰 지진이 발생하는 곳은 주로 태평양판의 경계부와 인도-호주판의 경계부 그리고 이란-터키-알프스산맥 등지이며, 그 반대쪽인 대서양을 사이에 둔 북아메리카판과 남아메리카판의 동부 그리고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서부는 판구조상 안정적이어서 큰 지진이 드문 편이다. 이는 지구의 한쪽 면에서 큰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만일 큰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지축의 위치가 변했다면 지축은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을 것이다.

    1900년 이래 지구상에 이번 수마트라 지진과 같거나 더 큰 규모의 지진은 4번 있었다. 만일 빈번한 지진으로 지축이 이동했다면 오랜 지질학적 시간을 통해 지축의 위치가 변해왔는지 검증할 수 있다. 지구과학계에서는 지축의 위치가 변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실제로 있었다. 하지만 호주의 맥켈히니 교수는 지난 5000만년 동안 주요 판들의 이동에 관한 각종 고지자기(古地磁氣) 자료를 연구한 결과, 지축의 위치가 변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성관측시스템을 이용해 지축의 이동을 직접 측정하는 것도 지각이 비선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다 단층운동이나 지각변형 등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발생하기도 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지축이 항상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지축은 지구 공전궤도면 수직축에 약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자전한다. 지축의 각도는 약 4만년을 주기로 21.5∼24.5도에서 변하고 있다. 1만년 전 지축은 약 24도까지 기울었으나 현재는 23.5도로 세워지는 단계이며, 약 1만년 후에는 약 22.5도까지 세워졌다가 다시 조금씩 기울어질 것이다.

    [2] 지축 크기 축소설

    지구의 크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학설이 없다. 하지만 지구 자체가 열덩어리이므로 방출하는 열류량의 변화나 지하 2900km 부근에서부터 맨틀을 통해 올라오는 열기둥(hot plume)의 변화, 지각 아래로 들어가는 해양지각의 양에 의해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지구는 아주 조금씩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이번 지진은 인도-호주판의 해양지각이 유라시아판의 일부인 버마판 아래로 섭입(攝入·판이 서로 충돌하여 한쪽이 다른 쪽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되면서 일어난 것이므로 언뜻 지구가 축소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보상하기 위해 해양판 뒤쪽이 솟아오르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즉 이번 지진으로 인해 정말 지구가 축소됐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평소 지구가 신축하는 범위에 들어가므로 큰 의미는 없다.

    [3] 지구 기후 변화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는 50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 ODP는 국제공동연구사업으로 해양과 극지에 엄청난 수의 시추코어를 뚫어 신생대의 지구 기후변동에 대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지질학계와 해양학계가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후변동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받는 일사량은 기후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약 10만년과 40만년 주기의 지구 공전궤도 이심률 변화, 약 4만1000년 주기의 지축 경사각 변화, 약 1만9000년과 2만3000년 주기의 세차운동(歲差運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대부분 시추코어에서 얻은 결과물로써, 이번 수마트라 지진과 같은 대형지진이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기후변화는 일변화, 계절변화, 수년, 수십∼수백년, 수만∼수십만년 변화 등 다양한 주기를 포함하기 때문에 약 1000년 단위의 기존 연구로는 관측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지진이 수년 이상의 긴 기후변동은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흔들리는 지구’의 미래

    지난해 12월26일 지진해일이 태국 남부 휴양지 푸껫의 체디 리조트 안으로 들이닥치는 모습.

    초동파(지진 발생시 처음 기록지에 나타나는 지진파)를 여러 장소에서 관측하면 그 지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수마트라 지진은 인도-호주판의 해양지각 부분이 유라시아판에 속하는 버마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깊이 30km 진원부에 축적된 응력이 일시에 해소되어 일어났는데, 이때 진원을 지나는 북서-남동 방향의 수직단층을 기준으로 서쪽 지각(해구 쪽)이 동쪽 지각(수마트라섬 쪽)의 위로 튀어 올라갔다. 즉 지각의 수직운동이 해수면을 변동시켜 지진해일을 일으킨 것이다. 마치 욕조물 안에 공(서쪽 지각)을 집어넣고 나오지 못하게 꼭 누르고 있다가 손을 놓으면 공이 물 위로 튀어나오는 원리와 같다.

    하지만 지진자료 분석에 따르면 수평운동을 일으켰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미국 지질조사소 국립지진정보센터의 스튜어트 시프킨 박사는 “수마트라섬 일부가 36m나 이동했다”는 켄 허드너트 박사의 주장에 대해 “수마트라섬 북쪽 지역은 지각변동에 의해 옆으로 이동했다기보다는 위로 올라갔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수마트라섬 일부가 이동했다는 설은 추후 정밀한 지질조사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5] 수마트라섬의 지각변형설

    지구에서 수마트라 지진과 같이 규모가 큰 지진은 20세기에만 4번, 이전에도 수없이 일어났다. 이런 대형 지진이 지구에 어떤 변형을 초래하는지는 지질학자들의 연구대상이다.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마트라섬 북서안의 지각 변형도 물론 연구해야 한다.

    최근 일본 지질학자들은 규모 9.0 이상의 큰 지진이 일어나면 그 여파로 인한 지각변형이 10년 이상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홋카이도 동쪽 해안의 퇴적물 시추코어를 분석한 결과, 17세기에 일어난 큰 지진 이후 그 지역이 10여년 동안 1∼2m나 융기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1960년 규모 9.5와 1964년 규모 9.2의 지진을 각각 겪었던 칠레 남부와 알래스카 남부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지각변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지진으로 수마트라섬의 지각이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지질기록을 분석하기 위한 시추코어를 획득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압축하는 지판 움직임

    아마 독자들이 가장 궁금한 점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인가’일 것이다. 유라시아판의 동쪽 연변부에 속하는 한반도는 판 경계부에서 수백km 이상 떨어져 있다. 즉 격렬한 지진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이다. 또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진 에너지는 태평양판-필리핀해판이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일본열도와 인도대륙이 충돌하는 중국대륙에서 대부분 소모된다. 일본열도와 중국대륙이 한반도의 지진보호막인 셈이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말은 아니다. 한반도가 속한 유라시아대륙의 동진, 인도대륙의 북상, 태평양판의 서진, 필리핀해판의 북진에 기인한 4각 구도의 응력 변화가 현 한반도의 지각변형을 주도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지판들은 한반도를 압축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응력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반도와 가까운 서남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은 가운데가 꺾인 형태인데, 이는 2300만~1500만년 전 동해가 확장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일본 교토대의 오이케 박사는 서남일본의 내대(중앙구조선단층의 동해 쪽, 즉 서남일본의 북쪽)의 역사지진(역사에 기록된 지진) 및 관측지진에 근거해 서남일본 지진의 백년 주기설을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판이 서남일본지각 아래로 들어가는 부분(섭입대)에서 지진이 약 100년 주기로 일어난다면, 약 70년간 일본 내대에서 지진 활동이 활발히 생기고 그 후 30년간은 휴진기에 들어간다는 것. 서남일본은 서기 1890년부터 1960년까지 70년간 지진이 다발했으나 1990년까지 30년간 상대적으로 드물다가 다시 1990년 이후 활발히 일어났다. 만약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서남일본에서는 1990년부터 2060년까지 지진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며 2020~2030년에는 정점을 이룰 것이다.

    서남일본과 가까운 한반도에 이러한 주기성이 적용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한반도의 응력 분포는 서남일본과 다를 뿐 아니라 필리핀판의 섭입에 의한 영향보다는 인도대륙과 유라시아대륙의 충돌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고지자기(古地磁氣·지질시대에 형성된 암석에 당시 지구자기장의 기록이 화석처럼 남아 있는 것, 즉 잔류자기) 연구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인도대륙이 유라시아대륙과 충돌한 것은 약 5000만년 전부터다. 3000만~1700만년 전까지 인도차이나지괴를 동남쪽으로 힘껏 밀어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셈이다. 인도대륙의 북진 운동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이제 인도대륙은 중한지괴라는 또 하나의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중국을 동서로 가르는 앨틴 타흐 단층이나 베이징 인근의 움푹 꺼진 타이항산-츄리아 지구대 및 산둥반도를 지나는 탄루 단층계의 활발한 움직임이 그 증거이다.

    최근 한반도의 지진관측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반도는 동서방향의 압축 응력과 이에 따른 남북방향의 신장 응력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 작용하는 이러한 동서방향의 압축응력은 지괴 내 복잡한 지질구조의 불균질성과 다양한 규모로 인해 일관된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존의 커다란 단층계가 에너지 발산 통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강구-경주-포항-울산-양산-부산 일원의 양산단층계와 원산-철원-의정부-서울-홍성 일원의 추가령단층계 옥천대 양단의 경계부 및 내부의 단층계가 경계 지역에 속한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양산단층계와 추가령단층계를 따라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분포한다는 점이다.

    동해에 작용하는 동서압축응력

    2004년 5월29일 오후 7시14분 울진 앞바다 동측해상(36.67N, 129.94E)의 깊이 13.1km 아래에서 규모 5.3의 비교적 큰 지진이 발생했다. 이곳은 양산단층과 평행하게 북북동-남남서로 발달한 대한해협단층의 북부에 위치하며 동해 울릉분지의 경계를 이룬다. 진원을 분석한 결과, 대한해협단층에 동서압축응력이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동서압축응력은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에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한반도를 동쪽으로 밀어낸다는 학설이 주장되어 왔다. 정구공을 위에서 누르면 공이 옆으로 튀어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동으로 이동하고 있는가.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내놓은 지리관측시스템 관측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양은 미미하다. 오히려 남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앞서 정구공의 예처럼 동해가 어딘가에서 한반도를 서쪽으로 밀고 있는 반작용의 힘이 작용하고 있어야 한다.

    반작용의 힘은 정체가 무엇일까? 필자는 유라시아대륙 연변부 태평양판이 30∼40도의 낮은 각도로 동해 아래 깊이700km까지 깊숙이 섭입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지진 심도분포도는 태평양판이 동해를 지나 두만강 유역 하부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태평양판이 저각도로 섭입하면서 유라시아판의 내부 깊숙이 뿌리를 뻗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 밀도가 큰 해양지각인 태평양판은 이처럼 낮은 각도로 대륙지각인 일본열도 아래로 섭입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지각을 들어올리며 서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 결과 유라시아판의 후배호(해양판이 맨틀로 들어가면 일대 요동이 발생하면서 떨어져 나간 대륙 연변부의 약한 부분), 즉 동해에 서향압축응력이 형성된다.

    이런 압축응력은 동해 중심부에 걸려 있으면서 한반도를 동쪽으로 밀리지 않게 하는 반작용의 힘의 근원이다. 동해는 태평양판을 유라시아판 아래 깊숙이 끌어들이는 흡입구다. 울진 앞바다 지진 발생도 이러한 작용(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과 반작용(태평양판의 저각섭입)의 동서압축응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해는 존재하지 않던 바다

    ‘흔들리는 지구’의 미래

    동해의 지각구조와 한반도에 지진해일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단층들. [그림 2]

    동해는 미래 한반도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열쇠이다. 1000만년이 지나면 동해는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고 동해안은 격심한 지진과 화산의 활동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해는 평균깊이가 수천m에 달하지만 그저 편평하게 꺼져 있는 바다가 아니다. [그림 2]에서 보듯 동해 바닥에는 대륙조각이 가라앉은, 2000m 미만으로 솟구친 지형들이 있다. 이 해저지형들과 함께 일본의 꺾인 부분을 모아서 한반도의 동쪽 해안선에 끼워 맞추는 퍼즐놀이를 해보자. 그러면 동해는 없어진다. 그렇다. 동해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으며 약 2300만년 전에 탄생한 바다이다. 즉 이전에 한반도와 일본은 하나의 육지로 연결돼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일본을 수제비 떼어내듯 분리시킨 힘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1980년대 일본 고베대학의 오토후지 교수는 1500만년 전 무언가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일직선으로 놓여 있던 일본열도가 각각 시계방향과 시계 반대방향으로 50도씩 회전했다고 주장했다. 오토후지 교수는 이러한 지각변동이 동해의 확장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동해 한가운데에서 후배호가 확장돼 일본의 중앙부가 양단부에 비해 태평양 쪽으로 많이 밀려났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모양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모습은 부채가 펼쳐진 형상과 비슷하다고 해 ‘부채꼴 확장설’이라 이름붙여졌다.

    최근 필자는 일본열도가 꺾이기 전부터 이미 동해가 확장되고 있었다고 제안하고 부채꼴 확장설을 수정한 모델을 제시했다. 일본열도가 일단 일직선으로 평행하게 밀려 내려오다 어느 순간 가운데가 굽기 시작했다는 ‘2단계 확장설’이다. 2300만년 전 한반도의 동측에 위치해 있던 일본열도의 북측에서 후배호 확장이 일어났다. 열도는 일직선 형태로 남남동 방향으로 태평양을 향해 진행하다가 1500만년 전 일본 서남쪽 일대가 필리핀해판과 충돌하게 된다. 이때 일본 열도의 회전이 일어나 지금처럼 꺾인 형태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일본열도의 서쪽은 북상하고 동쪽은 남하했으며, 석유가스가 매장된 울산 앞바다의 주름진 지층과 단층은 이때 일본 서남쪽 일대가 북상하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동해는 계속 넓어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질학적 증거에 따르면 1500만년 전 동해가 벌어지는 일은 끝났다. 오히려 500만년 전부터는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속한 유라시아판은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 다가오는 것이 태평양판이다. 아래에서는 인도-호주판과 필리핀해판이 북상하고 있다. 이 4가지 판이 한반도의 지각변형을 주도하고 있다.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서로 가깝게 다가선다는 것은 언젠가는 동해가 다시 닫힐 것임을 시사한다. 더욱이 인도-호주판이 북상하면서 유라시아판을 밀어붙여 그 귀퉁이에 있는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동쪽으로 빠져나가도록 힘을 가하고 있다. 이 힘의 영향으로 중국 대륙의 베이징과 만주 지역에는 땅이 벌어져 움푹 꺼진 지구대가 발달하고, 그 지구대의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에 동서방향의 압축응력을 발생시킨다.

    일본 국립천문대가 발표한 지구위치정보시스템(GPS)을 분석해보면 최소한 1000만년 후까지 동해가 닫히는 ‘경향’이 계속되겠지만 동해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현재 판들 사이의 ‘알력’이 비슷하게 유지되어 한반도의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태평양 소멸, 초대륙 형성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000만년 후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복병이 태평양판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1억2000만년 전 거대한 맨틀이 치솟아 태평양판 서측에 만들어진 돌출부는 한반도보다 규모가 조금 크다.

    문제는 이 돌출부가 연간 약 10cm의 속도로 일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거리는 불과 약 1300km로 1300만년 후에는 이 거대한 ‘해저잠수함’이 일본과 부딪히게 된다. 이 돌출부의 밀도는 대륙지각보다 커서 일본 열도는 물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한반도 동해안에는 현재보다 훨씬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 것이며 화산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또 돌출부가 미는 힘 때문에 동해가 닫혀버릴 가능성도 커진다.

    1000만년 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변수는 인도-호주판이다. 이 판은 현재 동남아시아 군도를 연간 7∼10cm의 속도로 힘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 힘으로 동남아시아 군도가 일본 남단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0만년 정도가 될 것이다. 인도대륙의 북상 때문에 작용하는 횡압력의 영향으로 한반도 서북쪽의 베이징과 만주지방을 잇는 지구대에서는 화산작용이 왕성하게 발생해 땅이 벌어지고 깊은 호수도 만들어질 것이다.

    한반도는 중국과 함께 유라시아에서 약간 동쪽으로 밀려나겠지만 태평양판의 저항에 부딪혀 다시 유라시아판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남북 방향으로 발달된 대서양 해령(해저산맥)의 활동으로 유라시아판은 동진을, 북아메리카판은 서진을 계속해 북태평양은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반면 남태평양은 인도양과 대통합된다. 과거 2억년 이상 번성하던 북태평양 시대가 2억년 후에는 종말을 맞게 된다. 이때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친 초대륙이 형성되고 한반도는 이 초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하게 된다.

    국제적 협력체제 구축해야

    우리는 한반도가 일본과 중국이라는 지진보호막에 싸여 있지만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한반도 지각은 동아시아 지진대의 한가운데 놓여 있으며 지금은 한시적으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고요한 태풍의 눈 안에 한반도가 위치한 셈이다.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우리도 치명적인 해를 당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관측된 지진기록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규모 6.0을 넘는 지진이 일어난 적은 없다. 또 수세기 이내에 한반도에서 규모 6.5보다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러한 관점에서 규모 6.5를 천재지변(天災地變)과 인재(人災)의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즉 규모 6.5 이하의 지진은 평소 내진(耐震)설계 등으로 대비하면 충분히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만 규모 6.5 이상의 지진은 천재지변으로 생각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내진설계의 기준 등급을 한 단계 올릴 때마다 경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핵관련 시설 등 특수한 구조물은 이런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해야 하나 다른 일반 건축물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사회가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한반도의 어느 지반도 조건이 같은 곳은 없다. 기반암이 연약할 수도 있고 지하공동(地下空洞)을 수반하거나 지질구조적으로 불안정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밀한 지질조사 없이 구조물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적확한 규정을 제정해 소중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번 수마트라 지진처럼 지진이 바닷속에서 일어났을 때 다국적인 규모의 지진해일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보듯 서해안의 추가령단층계와 동해안의 양산단층계를 포함해 동해 동북부에 위치한 일본 서부 해안의 오쿠시리 단층, 대한해협과 인접한 쓰시마-고토 단층, 황해의 탄루 단층 등은 우리나라에 지진해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한반도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재해의 근원과 특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모니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본·중국과 함께 국제적인 실시간 예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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