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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식인이 본 ‘한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의 파격, 日 역사인식 뒤따라야 완숙

  • 다메다 에이이치로(爲田英一郞) 일본 오비린대 교수

일본 지식인이 본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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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식인이 본 ‘한류’

2004년 11월25일 ‘한류의 코어(Core)’배용준씨가 일본 나리타 공항에 모습을 나타내자 수많은 일본 팬이 환호했다.

일본의 방송국들은 2004년 여름 이후 한국 드라마를 사들이는 데 분주하다. 어떤 민방에서는 재일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멜로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민족문제 같은 심각한 주제에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트렌디 드라마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 급급했던 프로듀서들까지 입맛을 다시며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서 일어난 한국 TV 드라마 붐, 소위 ‘한류’는 서울에서 만든 영화, 팝음악, 패션까지 포함해 대만 및 홍콩까지 세력을 넓혀가며 중화권에서 대폭발한 바 있다. 일본 아줌마들의 ‘용사마’ 절규로 본격화한 한국 대중문화의 일본 상륙은 그보다 거의 5년이 뒤진 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열병의 핵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붐의 버팀목에 관한 한, 중국과 일본의 한류는 사정이 다르다. 필자는 여기에서 한일 문화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지난해 봄 하네다 공항의 광경을 살펴보면, 열기에 싸여 격렬하게 움직인 사람은 30대 후반부터 70대 전후에 이르는 중년층 일본 여성들이었다. 지금까지 이들은 일본 내에서 문화상황을 바꿀 만한 역할로 기대를 모은 일이 드물다. 또한 주체성을 발휘해 사회 변화를 가져오려고 일어선 적도 없었다. 그런 계층이 무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본의 젊은 여성층은 이 드라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젊은 여성의 상당수는 이 드라마를 ‘훌쩍훌쩍 울기만 하는 옛날풍의 지루한 드라마’ ‘있을 수 없는 일을 아무 생각 없이 집어넣은, 황당무계한 심심풀이 이야기’라고 혹평하며 끝까지 배용준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젊은 여성은 한국 드라마 외면’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일본 주간지도 있다. 배용준은 어디까지나 ‘일본 중년 여성의 우상’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런 대조적인 현상에서도 새로운 문화교류의 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다.



결국은 이런 것이 아닐까. 일본에서 (한국도 다를 바 없겠지만) 젊은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TV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방송국은 필사적으로 젊은이의 기호에 맞춰 작품을 만든다. 눈이 부실 정도로 꿈 같은 성공 이야기, 아슬아슬한 섹스 묘사, 스피디한 대화, 과장된 악인 행세와 무법자 폼잡기, 최첨단을 걷는 패션 등이 드라마 곳곳에 배치돼 있다. 빠르게 사랑을 성취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랑을 버린다. 대부분은 울지 않고, 울부짖는다.

전통적인 작품에 익숙한 중년층은 당연히 새로운 조류에 적응하지 못하고 늘 욕구불만에 빠져 있다. ‘지고지순한 사랑’ ‘애달픈 사랑’만을 기다리기 때문에 그들은 언제까지나 갈증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젊음과는 거리가 먼 상태에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꿈과는 너무나도 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공상적이고 달콤한 러브 스토리에 애를 태우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이웃나라에서 ‘겨울 연가’가 왔고, 그들은 앞뒤 볼 것 없이 달려들게 된 것이다.

또 이런 것일 수도 있다. 고도정보사회가 도래하고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상황에서 현해탄의 이쪽과 반대편, 한일 양국민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문화선택권을 얻었다. 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마켓)의 출현이라고 해도 좋고, 한일 양국민이 다극 다층의 채널선택권을 대등하게 얻었다고 해석해도 좋다. 어쨌든 일본의 아줌마들은 그간 일본 시장에선 구매할 수 없던 것을 현해탄 반대편 한국에서 발견했다. 그렇다면 손을 뻗어 잡기만 하면 된다. 국경은 낮아졌고, 언어의 장벽마저 쉽사리 무너뜨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그야말로 21세기형 문화 상황이 바로 눈앞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더 한류를 원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동아일보’ 사설은 배용준을 “조선통신사 이래 최대의 대일문화상품”이라고 평가하고, “국보급 연예인”이라고 추켜세웠다. ‘한국경제신문’은 같은 시기에 “배용준 혼자서 연간 70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곧바로 일본에 전해져 배용준 붐을 가열시켰다. 한국민이 득의만면하리란 사실을 일본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새해 벽두, 일본 신문에도 ‘후유 소나’ 현상의 손익계산서가 실렸다. ‘후유 소나’는 일본에서 20% 이상의 시청률을 보인 데 반해, 한국에서 방영된 일본 TV드라마는 ‘고쿠센’(니혼TV·일본 내에서 최고시청률 기록)마저 시청률이 겨우 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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