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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생물의 다양성 향한 유전학적 접근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

  •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hun@snu.ac.kr

생물의 다양성 향한 유전학적 접근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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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방영중인 미국의 유명 TV시리즈 ‘과학수사대 CSI’를 보면 대부분 범인 검거에 DNA 지문인식법이라는 기술이 사용된다. 유전자도 지문처럼 개인마다 다 다른데, 이를 이용하는 방법이 바로 DNA 지문인식법이다. DNA만 가지고 개인을 구분하는 것은 각각의 생명체마다 존재하는 미세한 유전자의 차이를 밝힘으로써 가능하다. 개인의 정체를 확인하거나 친자 또는 부모를 확인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대구 지하철 화재나 최근 동남아에 불어 닥친 해일 피해자의 신분을 밝힌 것도 바로 이 방법이다.

또 DNA 지문법을 쓰면 ‘유별난’ 방법으로 새끼를 낳고 사는 괴짜 동물을 찾아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성생식을 하지 않는 동물들이다. 유성생식은 암컷과 수컷이 각각 절반씩의 유전자를 새끼에게 전해주는 생식방법. 이를 통해 같은 부모로부터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자식이 나온다. 나와 동생이 다른 것도 인간이 유성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다양성은 오랫동안 종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유성생식이 어려울 때도 분명히 있다. 상대방을 만나기 어렵거나, 짝짓기 과정에 무방비로 공격을 받거나, 상대방의 유전자를 받다가 질병에 걸릴 위험도 있다. 혹은 지금 내가 지닌 유전자가 완벽하다면 자식에게 그것을 몽땅 물려주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상대의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보다 자녀가 생존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나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자식을 낳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를 찾아서 확인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누가 야생의 늑대나 앵무새를 24시간 관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DNA 지문법을 이용해 어미와 새끼의 유전자를 비교하면, 그 종의 생식형태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사는 줄무늬채찍꼬리도마뱀의 사회에는 오직 암컷만 존재한다. 수컷이 필요 없는 무성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양성생식을 하는 도마뱀은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새끼가 나오는 반면, 이 도마뱀은 한 종류의 유전자만을 가진 새끼를 낳는다. 일부는 우월하고, 일부는 열등한 새끼들이 섞여서 나오는 것과 현재는 우월한 한 종류의 새끼만 만드는 경우 어떤 것이 종족의 보존을 위해 유리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자연이 도마뱀을 가지고 이런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연이 벌이는 다양성 실험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생활사를 가진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설파하고 있다. 동물을 중심으로 생물의 다양성을 다룬 책은 많이 있으나, 이 책은 최근에 개발되어 다양한 연구에 적용되는 계통 유전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저자가 들려주는 90개가 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과 현재 우리가 처한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다양한 사고방식과 서로 다른 가치관이 대륙판 부딪치듯 거세게 삐걱거리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 불일치하는 가치관이 왜 필요한 것일까. 우리 모두가 장래가 보장되는 소수의 직종과 목표만을 위해 달린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그 대답들이 바로 자연계에 존재한다.

이 책은 생물학 전공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생물은 어렵고 따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DNA나 유전자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권의 대중서를 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한 역자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최근 현대 생물학이 이룩한 업적을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다.

첨단 기술로 날로 새롭게 밝혀지는 생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느낄지는 바로 독자의 몫이다.

신동아 200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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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h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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