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최근 개장한 서울숲. 2 도쿄 우에노 공원. 3 도심 ‘하수구’로 전락한 도쿄 중심부 시부야강.
자극을 받은 도쿄도는 청계천 복원을 벤치마킹한 이른바 ‘니혼바시 부활대작전’을 발표해 시민의 한결같은 외침에 부응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지난해 11월 ‘니혼바시의 경관을 생각하는 간담회’를 구성했으며, 일본의 많은 전문가가 청계천 공사현장을 찾아 토목기술에 관한 연구활동을 벌였다. 심지어 서울시민의 심성 변화까지 연구 대상으로 삼는 등 도쿄도의 청계천 배우기는 ‘용사마’가 일으킨 ‘연예한류’에 이어 ‘정책한류’로 자리잡고 있다.
청계천, 녹지확산의 거점
청계천 복원 공사가 착공될 즈음만 해도 복원의 효과는 주로 안전성과 도시 경관 개발 측면에 집중돼 있었다. 지금은 여기에다 생명이 꿈틀대는 소리까지 들린다. 복원 이전 청계천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악취가 풍기고 쓰레기로 가득해 쥐와 고양이가 득실댔다. 그러나 청계천 통수(通水) 이후 다양한 생물종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청둥오리, 황조롱이, 중대백로 같은 조류와 메기, 버들치, 미꾸라지, 피라미가 찾아들고 장마철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올라왔다. 서울시는 청계천 잉어가 무사히 하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담팀을 만들었다.
청계천 주변은 전형적인 도시 열섬현상(Heat Islands)이 관찰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2005년 7월 현재 ‘열섬지수’는 1.12로 고가도로 철거 전인 2003년 1.59에서 눈에 띄게 떨어졌다. 기온의 변화도 뚜렷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에 따르면 7월27일 오후2시 청계천 주변 청계 8가의 기온은 32.7℃로 신설동 왕산로(36.3℃)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청계천 수면 위 온도는 27.7℃까지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물이 흐르게 되는 10월 이후에는 기온이 평균 5%에서 최고 13%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꽉 막힌 도심을 시원하게 뚫는 바람길(wind corridor)이 열렸다. 하천을 따라 찬 공기가 흐르는 도시 협곡(street canyon)이 만들어진 것이다. 청계천 주변 토지의 활용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민간자본이 활발하게 유입된다. 자본 투자와 적절한 정책에 의해 노후 건축물들은 풍부한 녹지를 갖춘 첨단 건축물로 급속히 대체될 것이다. 청계천이 지나는 지역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녹지 공간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의 이 같은 친환경적 복원 계획은 세계 건축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2004년 9월 제9회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최우수 시행자상’을 받은 것은 청계천 복원의 역사·문화·친환경적 의미를 나란히 인증받은 성과로 기록된다. ‘물 위의 도시’라는 주제로 열린 당시 행사의 디렉터인 리니오 부르토메스는 “2005년 9월에 완성될 이 놀라운 프로젝트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변공간의 도시적 개입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는 건축 및 도시설계학과에 청계천 관련 강좌를 마련했다.
서울은 청계천 외에도 대형 녹화 프로젝트가 줄을 잇고 있어 녹지면적이 대폭 확충되고 있다. 이에 반해 도쿄의 녹화는 답보 상태다. 서울시 행정구역 면적은 605㎢. 이중 공원 면적이 159.26㎢로 공원율은 26%에 달한다. 1인당 공원면적은 2004년 12월 현재 15.65㎡다. 그러나 여기엔 북한산, 남산, 관악산 등 생활 무대와 떨어져 있는 녹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녹지 체감도와 직결되는 서울의 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은 4.77㎡다. 이는 2002년 4.51㎡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도쿄의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 4.46㎡를 앞지르게 됐다.
“우에노 공원을 따라잡아라”
도쿄를 다녀온 서울 시민은 도쿄 도심의 공원에 감탄하곤 한다. 연간 250만명이 찾는다는 쇼와(昭和)기념공원이나 63만여 평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우에노(上野)공원이 대표적이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었다. 생활권 공원면적에서 도쿄를 추월한 서울은 앞으로 그 격차를 더 벌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조성된 서울숲의 면적이 반영되고 이어 용산숲 등 대규모 녹지가 속속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쇼와공원이 위치한 도쿄 다치가와(立川)지구는 1970년대 주일미군 시설의 정리통합계획에 따라 통합된 일본내 5개 미군기지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기지 반환 1년 전 141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기지를 국립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2009년에는 마침내 공원조성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는 용산 미군기지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한국 정부 및 서울시의 계획과 유사하다. 용산 미군기지는 115만평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