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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논객’ 진중권 탕수육

배고픈 신경세포 잠재우는 새콤달콤한 보복

  • 글·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 사진·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논객’ 진중권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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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 진중권 탕수육

탕수육을 먹는 모자의 모습이 단출하다. 방학을 맞아 독일에서 국내로 들어온 아내와 아들이 마침 일본 처가에 가 있어 식구가 줄었다.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당근과 양파, 오이, 목이버섯, 죽순 등 준비된 채소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그 다음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당근과 양파, 죽순을 넣어 끓인 후 설탕과 간장, 식초로 간을 맞춘다. 설탕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고, 식초는 맛을 봤을 때 시큼할 정도로 넣는다. 여기에 오이와 목이버섯을 넣고 다시 끓이다가 녹말가루 푼 물을 부으면 소스가 걸쭉해진다. 기름기를 거둔 고기튀김에 이 소스를 부어서 먹으면 식도를 살짝 자극하는 시큼한 식초맛을 달콤한 소스가 부드럽게 감싸준다.

진씨는 현재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문화평론가나 논객 직함이 더 어울린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풀어대는 그의 독설에 수많은 사람이 웃고 울고 상처받고 때론 분노한다.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을 그는 한국사회의 원시성에서 찾는다.

“우리 사회의 일반 대중에게까지 폭넓게 문자문화가 전파된 것은 고작 50여 년밖에 안 됐어요. 서구사회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죠. 과거 구술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죠. 그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 지체현상이 인터넷을 만나면서 폭발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인터넷은 사실상 구술문화거든요. 발음하는 대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문자가 변형되고, 문장은 짧아지고 문자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2차 구술문화가 등장한 거죠.”

‘논객’ 진중권 탕수육
그가 꿈꾸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문적 난제에 독창적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쓰는 것. 세계에서 500명만 읽어도 좋다. 그 텍스트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단 몇 명이라도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뒤집어보면 그가 던지는 독설과 풍자는 한없이 가벼워지는 우리 사회를 향한 고독한 외침인 것이다.

그가 매일 아침 방송말미에 전하는 한 토막의 칼럼은 촌철살인이다.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나가니 열흘은 조용할 것이다.’ 그 입은 침묵해도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입이 있지요. 걸어다니는 대통령의 입, 유시민 의원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노무현 신하가 국민 왕에게 매일 상소를 올리고 있다. 하도 올리니까 국민 왕이 지겨워서 그만 올리라고 명령했는데 또 올린다. 그래서 국민 왕이 ‘한번 더 상소를 올리면 목을 치겠다’ 이러니까 목을 들이밀면서 상소를 올린 격이다.’ 이러니 국민 왕이 답답하지요. 배고파서 수라상에 밥 좀 올리라고 했더니, 신하가 밥은 안 올리고 계속 상소문만 올려요. 그것도 목을 들이밀면서요. 아니, 국민 왕이 무슨 종이 뜯어 먹고 사는 염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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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 사진·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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