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지난 2월10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서 AI 살처분에 참가했던 공무원이 병원에 입원하자 언론매체들이 이를 ‘유사 AI 환자 발생’으로 보도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병원에선 “AI가 아니라 뇌수막염 같다”고 했으나 정부가 기침, 고열, 두통 증상을 보인 이 공무원이 AI 환자가 아님을 확진하는 데는 나흘이 걸렸다.
한국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2003년 말 AI가 집중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미국에서 확진 기술을 어렵사리 배워왔지만 아직 확진에 필요한 검사기간을 크게 단축시키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인 H5N1에 감염된 사람은 272명이고 그중 166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이 60%에 육박한다.
한국에선 아직 ‘증상이 있는’ 감염환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만일 실제로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AI의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진 항바이러스 제제 ‘타미플루’가 AI 발생 이틀 안에 먹어야 그 효과가 최대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확진 기간 나흘은 너무 길다. 또 많은 유사환자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안 그래도 부족한 항바이러스 제제를 헛되이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저병원성 AI의 무증상 감염자(감염 후 면역이 형성된 사람)로 확진된 4명의 방역요원은 2003년 말 AI 살처분에 참여했다 감염됐지만, 감염 사실을 아는 데 2년 이상이 걸렸다. 이들이 현재 국내에서 검출되고 있는 고병원성 AI에 감염됐다면 벌써 이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팬데믹’이 온다!
방역당국의 ‘철통 방역’으로 국내에서 가금류 직접접촉에 의한 AI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 더 큰 걱정거리는 방역으로도 어쩔 수 없는 ‘대륙 간 전염병의 범유행(팬데믹, Pandemic)’이다. 팬데믹은 AI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대변이’를 일으켜 전세계적으로 호흡기 전염병을 유행시키는 현상을 뜻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pan(모두)+demic(사람)’에서 알 수 있듯, 한번 발생하면 전세계로 전파되고, 걸린 사람 모두가 사망한다는 의미.
‘조류 인플루엔자’라고 할 때의 인플루엔자는 ‘신종 바이러스의 변이에 의한 급성 감염증’을 가리키며, 보통은 매년 겨울 주기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독감을 의미한다. 이런 인플루엔자의 유행 정도는 인체 내에서 신종 바이러스의 유전자 형질이 변하는 정도에 따라 다른데, 작게 변할 때(소변이)는 인구의 10~20%를 감염시키고 면역성이 높은 사람은 약을 먹지 않아도 대부분 이겨낸다. 흔히 우리가 홍콩 A형 독감이니 B형 독감이니 하고 부르는 게 그것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소변이는 대개 수년 간격으로 오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B형이 있다. 우리가 해마다 접종하는 독감백신도 이들 바이러스의 농도를 묽게 해 우리 몸이 면역을 만들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