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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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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도 디지털화 가능…그럼, 되살릴 수도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가장 작은 생명체 ‘나노브(NANOBE)’.

예전에는 생명체가 지닌 정보량이 엄청나다는 점을 근거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가령 유명한 SF 드라마 ‘스타워즈’에는 우주선에서 행성으로 혹은 그 역으로 사람을 전송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원리상으로 보면 그것은 현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분자와 그 분자들의 상호 작용에 관한 정보를 모두 읽어서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원하는 장소에서 그 정보를 이용하여 주위의 분자들을 모아 사람을 고스란히 복원하는 식이다. 연구자들은 그 정보량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엄청난 것이어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곤 한다.

그에 비하면 유전체의 정보를 컴퓨터로 옮기는 것 자체는 쉽다. 컴퓨터 기술과 정보 저장 능력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연구자들은 이미 인간의 염기 서열 30억개를 비롯하여 여러 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해둔 상태다. 지금은 인류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과 유전병을 연구하기 위해 1000명분의 유전체 정보를 저장하려는 새로운 계획이 진행 중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할 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도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벤터는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일이 생명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유전체 서열 분석을 통해 생물학이 아날로그세계에서 디지털세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그 정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미래를 생각한다. DNA 정보와 활용 능력을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함으로써 다윈 진화가 아닌 인류가 이끄는 진화가 이루어지는 미래를 내다본다.

인간이 빛이 되어 날아간다?

생명체를 정보로 보는 관점을 전파한 또 한 사람은 리처드 도킨스였다. 1976년 그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 중심적 견해를 주창했다. 그 책에서 그가 유전자의 장점으로 꼽은 것이 바로 복제의 정확도, 장수, 다산성이었다. 그것은 컴퓨터의 저장 장치에 담기는 디지털 정보의 속성이기도 하다. 얼마든지 오래 저장할 수 있고, 필요하면 여기저기 복사할 수 있으며, 거의 오류가 없는 정확한 사본을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자주 복사하다 보면 한두 비트씩 조금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유전자에 이따금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또 세포 내 유전자의 복제 오류를 막는 수선 장치가 있는 것처럼, 컴퓨터에도 복제나 전송시 오류를 검출해 수정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래도 오류는 이따금 생긴다. 오류는 때로 심각한 장애를 일으켜 생명 활동과 컴퓨터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든다.

하지만 어쩌다가 ‘바람직한 괴물’이라고 하는 유익한 오류를 지닌 변이체가 생성될 수도 있다. 그 변이체는 환경에 원형보다 더 잘 적응하여 번식할 수 있다. 도킨스는 그렇게 변이를 거치면서 진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으며, 실제로 컴퓨터 바이러스 중에 그런 양상을 보이는 것들이 등장했다.

이렇게 유전학과 정보과학은 점점 더 같은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도킨스는 유전학이 정보기술의 한 분야가 되고 있으며 유전 정보를 인쇄하거나 기타 매체로 옮길 수 있는 순수한 정보로 파악하는 것은 역사에 큰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전 정보를 순수한 정보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면, 이기적 유전자는 신체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다. 그 정보는 종이든, 디스크든, 광선이든 어떤 매체에도 담을 수 있으며 기술이 허용하는 만큼 시간과 거리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우주선에 실어 먼 행성까지 보낼 수도 있고, 아예 빛이나 전파를 이용하여 우주로 쏘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면 이기적 유전자는 지구라는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그러니 이기적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지능을 그렇게 활용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몸을 수단으로 삼기를 잘한 셈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과학 지식은 심화하고 일반 대중이 잘 모르는 전문 분야는 늘어간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 첨단 상품이라는 형식으로 그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를 접한다. 휴대전화와 얇은 화면을 비롯한 첨단 전자 장치들, 병원에서 쓰이는 알 듯 모를 듯한 진단 장비들, 약봉지에 적혀 있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온갖 처방약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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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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