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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등훈련기 T-50, 왜 수출 늦어지나

UAE는 국익 위해 늦추고 싱가포르는 국익 위해 서둔다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한국 고등훈련기 T-50, 왜 수출 늦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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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인도 공군의 카라이쿤다 기지와 미국 공군의 루크기지를 빌려 F-16을 배치하고 전투훈련을 하게 했다. 헬기는 호주의 오케이 공군기지와 미국의 실버벨 육군헬기공항 그리고 그랜드 프레이리 도시공항을 빌려 훈련하게 했다. 다른 나라의 기지와 영공을 빌려 훈련시키는 것은 국토 면적이 좁은 이스라엘도 선택한 방식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터키에서 전투기 훈련을 시키고 있다.

전투 훈련을 제3국에서 할 형편이라면, ‘초짜 조종사’ 양성 훈련은 100% 외국에서 시켜야 한다. 전투기 조종사는 기본훈련기와 고등훈련기 연습을 거쳐 만들어진다. 싱가포르는 기본훈련기 연습은 인도양에 면한 서(西)호주 퍼스에서 시키고 있다. 퍼스 북동쪽에 있는 피스(Pearce) 기지를 빌려 병아리 조종사들을 양성한다.

고등훈련기 훈련은 프랑스군의 핵무기 저장기지로 유명한 카조(Cazaux) 공군기지에서 시킨다. 고등훈련을 끝낸 조종사는 인도와 미국 기지로 보내 전투기를 모는 실전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베테랑급 실력을 갖췄을 때 비로소 싱가포르로 불러 조국의 영공을 지키는 실전 임무에 투입한다.

양을 질로 바꾸는 작업도 차곡차곡 추진했다. 이러한 시도의 대표가 노후한 F-5 전투기를 도태시키고, F-15E로 교체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F-15E를 도입한 나라다. 한국이 도입하는 F-15E를 F-15K라고 하듯이, 싱가포르가 도입하는 F-15E는 F-15SG로 불린다. 싱가포르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가 양산되기 전까지 총80대의 F-15SG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더 성능만을 놓고 비교할 경우 F-15SG는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꼽힌다. 미 공군이 보유한 F-15E에는 기계식인 AN/APG-70 레이더가 탑재돼 있고, 한국 공군의 F-15K에는 AN/APG-70보다는 낫지만 역시 기계식인 AN/APG-63(v)1 레이더가 실려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F-15SG에는 ‘AESA’로 불리는 전자식 레이더 AN/APG-63(v)3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겠다는 싱가포르의 전략은, 지난해 7월 결정된 기본훈련기 도입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싱가포르 공군은 오랫동안 서호주의 피스 기지에서 30대의 S-211 기본훈련기로 병아리 조종사를 양성해왔다. 그런데 S-211이 오래돼 이를 신형 기본훈련기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KT-1 기본훈련기를 생산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KT-1의 경쟁자가 스위스 필라투스 사(社)가 생산하는 PC-9인데, 필라투스 사는 PC-7에 이어 PC-9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기본훈련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KT-1과 PC-9은 1000마력대의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필라투스 사는 1600마력의 힘을 가진 새로운 기본훈련기 개발에 착수해 2007년 PC-21을 양산하게 되었다.

양보다는 질

KT-1으로서는 좇아갈 수 없는 ‘차원이 다른’ 기본훈련기가 탄생한 것이다. 세계 최고임이 분명할 것 같은 PC-21의 최초 고객이 된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다. 필라투스 사의 모국인 스위스는 두 번째 고객이 되었다. 싱가포르 공군은 S-211을 30대 운영해왔으나, PC-21은 18대만 도입하기로 했다. 역시 ‘양보다는 질’로 간 것이다.

PC-21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싱가포르 공군은 ‘한국으로서는 처음 듣는’ 새로운 기본훈련기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공군은 사천에 있는 3훈련비행단에서 KT-1으로 병아리 조종사를 훈련시킨다. 공군이 기본훈련기를 구입해 직접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공군은 훈련비행단을 만들지 않고 민간기업에 맡겨버렸다. PC-21도 훈련을 담당할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구입케 했다.

싱가포르가 도입한 방식은 운전학원 체제와 비슷하다. 운전기술을 익혀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운전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자동차는 구입하지 않는다. 운전기술은 운전학원에 있는 자동차로 익히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운전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자동차는 운전학원이 구입한다.

싱가포르의 이러한 선택은 안보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깨버린 것이다. 전통적으로 국방은,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함께 국가가 ‘국가재정’으로 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민간재정으로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흔하게 보는 ‘사철(私鐵)’과 한국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여러 건설 회사가 공동으로 투자해서 만든 ‘신공항하이웨이(주)’에서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도 민자(民資)로 건설해 운영하는 사회간접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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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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