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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해적과의 전쟁’에 나선 국제사회

  • 번역·김재영│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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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조사국의 소말리아 해적 보고서

올해 5월에 잡힌 소말리아 해적.

소말리아 해적의 가장 큰 특징은 몸값을 노려 인질을 납치한다는 것이다. 말라카해협이나 나이지리아 연안의 해적들이 선박을 탈취하거나 선적물을 노리는 것과는 다르다. 소말리아 영토와 영해에 안전한 근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적들은 여기에서 선박을 습격하고 인질 몸값 협상도 벌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선이 해적을 최초 발견한 뒤 납치되기까지 평균 15~30분이 걸린다. 군함의 항해속도가 보통 30노트(시속 약 55㎞) 정도라 우연히 사고 현장 인근에 있지 않다면 제 시간에 도착해 납치를 막기 어렵다. 순찰해야 할 바다는 너무 넓고 해군 함정의 수는 너무 적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선박 공격 과정에서 선원들에게 큰 위해를 가하진 않는다. 몸값을 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위성전화, 제3자의 중재, 언론 홍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몸값 협상에 나선다. 4월에 미국과 프랑스 해군의 인질 구출작전이 전개됐지만 인질 구출은 대개 막대한 몸값 지급을 통해 해결됐다. 우크라이나 화물선 파이나 호는 피랍 6개월 만인 2월 320만달러를 지급하고 풀려났다. 러시아제 탱크와 탄약 및 무기를 가득 실은 배를 납치한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스타 호도 1월 300만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이 사건은 소말리아 해적이 국제 에너지 공급까지 위협할 수 있으며 해적의 공격범위가 원양의 대형 선박에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해적들은 인질 몸값을 받아낸 뒤 정교한 무기를 구입하고 지역정부와 국제사회의 개입에 대비해 근거지를 요새화하고 있다. 또 그들을 지원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금, 물자, 선박 이동정보 등을 제공받고 있다. 따라서 몸값을 지급하면 해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험사와 선박회사 입장에서는 인명과 화물의 가치를 고려할 때 몸값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해적 퇴치를 위한 해군의 무력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적의 맞불작전으로 폭력행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적 의심 선박에 대한 무력 사용 또한 해적 모선과 적법한 상선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 해군은 해적 모선으로 의심되는 상선을 공격했으나 해적과 관계없는 태국 트롤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덴만과 소말리아 동부 해안에서 해적을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 작전 중인 해군력을 12~20배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다 해적 행동반경이 인도양까지 확장되는 것을 고려하면 군함이 다시 곱절은 필요하다. 해적 근거지로 의심되는 해안지역을 공격할 때도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소모된다.

소말리아 해적 활동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몸값 지급, 선박 및 화물 피해, 화물운송 지연, 위험에 따른 선박 보험료 증가, 군사적 비용 등 막대하다. 해적 활동에 따른 연간 비용이 10억~16억달러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무역활동에도 큰 타격을 준다. 이집트 정부의 주요 재원인 수에즈 운하는 최근 몇 달 동안 해적의 위협 때문에 선박 통과 횟수가 크게 감소했다. 선박들이 아덴만과 아프리카의 뿔 수역을 피해 우회하면서 운송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해적은 인도적 지원까지 위협한다. 소말리아는 인구의 43%인 320만 명이 식량 원조를 받고 있다. 지난해 소말리아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은 2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오랜 가뭄과 정치 불안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최근 해적 활동 때문에 해운을 통한 지원길이 막혔다. 운송비용이 증가하고 공격받을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4월 해적 공격을 받은 머스크 앨라배마 호와 리버티 선 호 모두 세계식량계획(WFP)의 원조 식량을 싣고 있었다.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

미국과 국제사회는 지난해부터 소말리아의 해적 위협에 대응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해적 퇴치를 위해 외국군의 소말리아 영내 진입을 허용했다. 최근 미국 선박 납치로 미국 정부와 의회 내에서도 해적 퇴치 문제가 우선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6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는 해양에서 해적 및 폭력범죄의 근절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이행계획을 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4월1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해적 소탕을 위한 정책대강을 발표했다. 미국은 소말리아 과도정부 및 푼틀랜드 준자치정부와 접촉해 이들이 해적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4월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소말리아 지원국 회의에 참석하고 ‘소말리아 해적관련 연락그룹(CGPCS)’ 회의 개최도 요청했다. 해적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선박 및 보험회사와 협력해 방어수단을 모색하기로 했다. 해적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적들의 지상 근거지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엔 차원에서도 안보리 결의를 통해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결의안 1816호는 해적 소탕을 위한 외국 군함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 및 군사작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10월 결의안 1838호는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모든 당사국에 함정과 항공기의 파견을 요청했다. 12월에 다시 결의안 1846호를 통해 결의안 1816호의 시효를 1년 연장하고 해적 퇴치를 위해 과도정부에 무기와 군사 장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같은 달 결의안 1851호는 해적 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내에서 적절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승인했다. 결의안 1851호에 근거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24개 회원국 정부와 5개 지역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CGPCS를 구성했다.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 오만만, 아덴만, 홍해, 아라비아해, 인도양 등에서 연합해군작전을 개시했다.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 퇴치를 주 임무로 하는 연합해군함대(CTF-151)를 1월 창설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해적 출몰이 잦은 아덴만에 국제해양안전수로(MSPA)를 설정했다. 3월 현재 CTF-151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15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일본 한국 싱가포르 스웨덴 등도 조만간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주 : 3월 소말리아 해상에 파병된 한국 청해부대는 4월 CTF-151에 배속돼 작전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해적을 퇴치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뒀다). 러시아 중국 인도 등도 자국 해군을 소말리아 해상에 배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WFP의 원조물자를 실은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연합제공작전(OAP)’을 시작했다. 나토는 지난해 12월 이 임무를 유럽연합(EU)에 넘겨주고 3월 나토 제1해상전투단(SNMG1)이 수행하는 새로운 해적 퇴치작전을 개시했다. EU는 유럽안보방위구상(ESDP)에 따른 첫 해군 작전으로 지난해 12월 해적 퇴치 작전인 ‘아탈란타 작전’을 도입했다. 아탈란타 작전에 참여한 다국적 해군은 WFP 선박을 보호하고 해적 퇴치를 위해 무력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현재 CTF-151, 아탈란타 작전, OAP 등 국제 해군 전함 50여 척이 해상을 순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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