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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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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 K의 반란에        박수 보내는 이유

4월29일 재보궐선거 참패로 한나라당 선거상황실이 썰렁하다.

범국민적 ‘친이계’ 왕따

정권 출범 초 특정 학교, 계층, 지역, 종교에 편중된 인사를 했다는 이른바 ‘고소영’ ‘강부자’ 논란이 사회를 휩쓸었다. 이어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권의 고위공직자 인사의 특성은 충성심, 도덕성, 전문성, 사회적 신망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대통령 측과 친하다”는 게 발탁의 가장 큰 공통점이었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여러 건의 비리의혹으로 교체 여론이 빗발쳤지만 정권은 경청하지 않았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빗장을 열어젖혔다. 이번에도 사전 설명이 없었다. TV프로그램에 자극받은 분노한 수십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자 그때서야 재협상에 나섰다. 촛불정국 타개책으로 이명박 정권은 2008년 6월27일 2기 인사를 단행했다. 1기 인사에 대한 비판이 그렇게 거셌는데 성격이 달라진 게 없었다. 측근에서만 사람 뽑아 쓰면 국민은 처음엔 정권에 경고를 보낸다. 그래도 안 바뀌면 등을 돌려버린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 대선공약인 한반도대운하사업을 추진했다. 민자(民資)사업이므로 국가예산은 거의 들지 않는다고 했다. 1년여 사이 4대강 정비로 변모했다. 20조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민자에서 국가재정부담으로 사업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출산장려, 첨단 R&D, 에너지, 우주개발, 교육, 국방, 사회안전망 구축은 투자한 만큼 효과가 확실히 나온다. 왜 4대강 정비가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설득과 경청의 배제’는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여론의 객관적 지표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 30%선에 걸쳐 있다.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대0으로 참패했다.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경고였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권을 향한 이 같은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주류에게 6월11일 여론조사 결과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한나라당 정치세력 중 친이계 선호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각각 15.9%, 14.2%에 그쳤다. 친박계의 3분의1 토막에 불과하다. 이런 ‘범국민적 왕따’ 분위기를 돌려놓지 못한다면 친이계는 얼마 안 가 유권자의 손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른다.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착각

반이명박 진영이 ‘민주주의 위기’라고 공격하자 이명박 정권은 “존재하지 않는 위기를 정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과 제도에서 숙의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반박은 먹혀들었다. 그러나 형식논리에만 매달려 계속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여권이 숙의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권자인 국민은 국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국민은 이런 사실을 개념화하여 설명은 못하지만 ‘체험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적극 반영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경시해서 국민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식 정치 탈피’ 발언으로 상징되듯 ‘정치 거부감’이 크다. 숙의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정에만 전념한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정’과 ‘정치’를 구분하고 있다. ‘정치=정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반면 ‘국정’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적 윤리관’에 입각해 큰 호감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정을, ‘일에만 미쳐 살아온’ 현대건설 경영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데(정치)에 한눈팔지 않고 일(국정)만 하겠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기업에서 인사와 경영은 경영자의 고유권한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제조과정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 CEO는 상품을 시장에 내어놓는 최종단계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매출과 수익 등 객관적 수치로 평가받는다.

이런 기업 마인드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공직 인사와 국가정책 수립은 자신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인 국민과 소통, 숙의민주주의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일로 여기게 된다. 여러 정치지도자는 “사실 여론은 얼마나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인가”라고 말한다. 또 경제성장률 등 수치화된 국정성과로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태도를 갖게 된다. “일단 나를 선출했으면 회기년도까지는 믿고 맡겨달라. 주총 때 수치로 보여주겠다”는 기업 대표이사의 심정과 같다.

만약 이 대통령 측이 이런 ‘실적주의’에 입각해 뭔가 보여줄 때까지는 일만 하고 국민 소통은 유보해온 것이라면 이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국민은 실적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건설업 경영은 계약금과 기성금, 생산성과 흑자 등 간단한 수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은 다르다. 국민이 의사소통을 원하면 정부는 그것부터 최우선으로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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