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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秘事

뿔난 北, ‘서울 길들이기’…南,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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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秘事

4월21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앞에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화물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분위기라면 북한이 Y씨를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승철의 오판

한국 정부의 억류자 문제 해결 노력은 헛바퀴를 돌고 있다. 문제는 Y씨 석방과 관련해서 북한과 대화할 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남북 간 대화 루트는 크게 셋으로 △공식-비공개(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 △공식-공개(통일부-통일전선부) △비선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비공개, 공식-공개라인을 16개월 동안 한 차례도 가동하지 못했다. ‘16개월의 대북 공백’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남북관계가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대선이 있었던 2007년으로 시곗바늘을 되돌려 보자.

2007년 3월7일 중국 선양(瀋陽)의 날씨는 사나웠다. 56년 만의 폭설. 이해찬 전 총리가 탄 평양행 비행기는 오후 2시30분 타오셴 공항을 이륙했다. 이 전 총리는 당시 방북을 계기로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핫라인을 뚫었다.



최 전 부부장은 한국 정치인을 차례로 북한으로 초청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불렀으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코가 비뚤어지게 폭탄주를 마시는 모습도 지켜봤다.

한나라당도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정형근 전 의원(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좌장으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재검토하는 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한 정 전 의원은 2007년 7월 보수단체 회원에게 ‘페인트 달걀’을 맞았다. 정 전 의원은 A씨를 통해 북측에 방북의사를 전달했으나 평양은 초청장을 발급하지 않았다.

이명박 캠프도 간접적으로 북측과 접촉했다. 이명박 캠프에서 일하던 박영준 선대위 네트워크팀장은 북한 정보와 평양발(發) 메시지를 취합해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2007년 10월 방북한 한나라당 인사는 북측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더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5월18일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오판과 남측의 햇볕정책이 북한 사회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 전 부부장이 지난해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최 전 부부장은 내부 강경파의 반대에도 남한과의 관계 진전을 강력히 밀어붙였고 10·4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일선에서 지휘했으나 남한의 정권교체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정책판단 실책 등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희생양이 됐다.”

김영남 방남 무산

처형설이 나도는 최 전 부부장은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8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금강산 비로봉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 전 부부장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현대아산 관계자는 전한다.

A씨는 “최 전 부부장이 김 위원장에게 서울의 정권이 바뀐 뒤 남북관계가 더 좋아질 거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죄목은 개인비리지만 남측의 정세를 잘못 판단한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북소식통 C씨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차기 정권과의 경협을 겨냥한 측면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통일전선부는 지난해 초 단행된 숙정(肅正)으로 쑥대밭이 됐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기업, 관료, 정치인과 접촉하던 담당 일꾼도 걸려들었다. 수만달러를 챙긴 하위직은 물론 수백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고위직도 드러났다.

일부 기업들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포용정책으로 해석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대선 직전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의향서와 초청장에 직접 서명했다. 항공산업(아시아나항공), 해주조력발전소(대우건설)와 관련한 것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검토 수준에서 접근했다가 접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협력단지를 추진했으며, 포스코는 북한의 자원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기업이 북한과 추진하던 경협사업은 하나둘씩 무산됐다. 북한 처지에선 이명박 정부가 돈 벌 기회를 빼앗은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명목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했다. 북한이 물러날 정권의 요구를 들어줄 까닭은 없었다. 북한은 답방 카드를 이 대통령 취임식용으로 돌렸다. 북한은 복수의 루트를 통해 축하사절단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자문위원이던 고려대 남성욱 교수(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는 “부총리급 이상의 고위 당국자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군불을 땠다. 이 대통령도 “북한에서 경축사절단이 온다면 언제나 환영한다”(지난해 1월17일 외신기자 회견)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북측 주요 인사들이 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겠느냐며 당국자 간 회동을 제안했으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며 이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제안을 받은 남측이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다가 1월말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 대통령 취임 후에도 남북 간 경제협력이 노무현 정부 때처럼 유지되기를 바라고 고위 인사의 취임식 참석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전 부부장은 이즈음 철직(撤職)된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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