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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자료로 본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미스터리

금강산 관광대금 중개한 조광무역, 핵개발용품 은밀 구입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비밀자료로 본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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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거래는 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북핵 위기와 미사일 위기를 잠재우려면 세계 여러 나라 은행에 갖가지 위장 명칭으로 설정된 북한의 계좌를 찾아내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통제는 그 은행이 속해 있는 나라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압력을 넣어도 해당국 정부나 은행이 협조하지 않으면 북한 계좌 동결은 이뤄질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한국 외한은행을 통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의 북한 계좌로 2억8200만달러를 송금했다. 흥미롭게도 이 송금을 주도한 것은 김대중 정부 국가정보원의 간부였다. 국정원 간부는 중국은행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중국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로 2억8200만달러를 보내게 했다.

국제거래는 대개 달러로 이뤄진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인 외국자산통제국(OFAC·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은 금융분야의 CIA(중앙정보국)로 통한다. OFAC는 테러나 마약조직,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들려는 조직이나 국가로 흘러가는 달러를 전문적으로 추적한다. OFAC는 테러나 마약 WMD와 관련된 달러 거래가 발견되면 이를 CIA 등에 통보해 조사케 한다. 그리고 이 돈을 움직이게 한 주체가 미국 내에 자산을 갖고 있다면 이를 동결시키는 권한도 행사한다.

세계 거의 모든 은행은 미국과 거래한다. OFAC는 검은돈의 유통에 협조한 은행이 발견되면 그 은행의 미국 거래를 차단시킬 수 있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를 거래할 수 없게 된 은행은 은행의 기능을 하지 못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다. BDA는 북한과 거래해왔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사생활을 보좌하는 조직은 서기실이다. 서기실 요원들은 해외로 나가 김정일이 필요로 하는 자금과 물자도 확보하는데 이러한 김정일 서기실의 요원이 제 이름으로 BDA에 계좌를 개설해놓고 있었다.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은행인 대성은행과 통일발전은행, 북한이 오스트리아에 설치한 금별은행도 BDA에 계좌를 설정해놓고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가 보내준 2억8200만달러를 중국은행 마카오지점 계좌로 받아, 9730만달러는 BDA의 북한 관련 계좌로 보냈다. 그리고 1억4830만달러는 인민무력부 산하 은행인 창광신용은행과 금성은행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개설한 계좌로 이체했다. 1730만달러는 마카오에 있던 조광무역 대표가 현금으로 인출해 북한으로 가져가게 했다.

한국과 거래로 드러난 北비밀계좌

2000년 당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놓고 있었으므로, OFAC는 북한과 달러 거래를 한 은행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고 국가 규모도 매우 크므로 중국은행을 제지할 수 없다. 중국은행과 북한 사이의 거래는 냉전 때부터 있었던 일이라 OFAC는 북한과 중국은행 사이의 거래를 눈감아왔다.

2003년 말 기자는 김대중 정부의 비밀 대북송금에 관여한 외환은행 관계자로부터 “김대중 정부에 협조했던 국정원 간부와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2억8200만달러를 중국은행 마카오지점 계좌로 송금해준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불법송금 사실이 폭로됐을 때 OFAC는 중국은행을 전혀 제재하지 못했지만, 김정일 서기실 요원의 계좌를 만들어주고 이 계좌로 중국은행에서 보낸 돈을 찾을 수 있게 해준 BDA에 대해서는 호된 징벌을 내렸다. 이렇듯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유력무죄 무력유죄(有力無罪 無力有罪)’는 국제금융 거래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비슷한 시기 조총련계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운영해온 아시카가(足利)은행이 다른 이유로 무너졌다. 우쓰노미야에 본점이 소재한 아시카가은행은 수신고 기준으로 일본 10위를 기록한 최대의 지방은행으로 1990년대부터 평양에 지점을 설치해 운영했다.

이 때문에 대북사업에 나선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도 초기에는 이 은행을 통해 북한과 거래했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북한 경수로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임금을 송금한 곳도 이 은행이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그룹이 4억5000만달러를 북한으로 비밀송금 할 때 이를 협조해준 곳이 아시카가은행과 중국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 등이었다. 이 은행들에는 인민무력부 산하의 강성무역과 혁신무역, 조선노동당 소속인 능라888과 조광무역의 계좌가 설정돼 있었다. 현대그룹이 비밀송금한 돈은 이 계좌로 분산돼 들어갔다. 그리고 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개성공단을 만드는 대가로 지급한 4430만달러는 김정일 비자금을 조성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무역이 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설정한 계좌로 입금됐다.

이렇게 대북송금에 협조하던 아시카가은행은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IMF 외환위기를 맞아 휘청거릴 때 함께 쇠락하다, 2003년 모든 주식을 소각하고 국유화됐다. 아시카가은행의 몰락은 일본에 있던 가장 큰 북한자금 루트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BDA와 아시카가은행의 몰락을 계기로 북한과 거래하려는 은행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북한은 벌어놓은 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중고 미그-21 40대 도입

1991년 소련이 무너짐으로써 독립하게 된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과 동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이들 국가는 당장 현금이 긴요했으므로, 소련군이 사용하던 무기를 암시장에 내다팔았다. 이렇게 팔려 나간 무기는 1999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개입으로 중단된 유고 내전에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일부는 아프리카 군벌에게도 흘러갔는데, 이렇게 흘러간 무기를 지금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벌이 소말리아 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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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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