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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연재’‘1등 코드’를 찾아서 ①한국 양궁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박경모-박성현 연애 몰라 금메달 놓치고 분해 잠 못이뤘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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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없습니다. 원칙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칙에 철저한 것이 원칙의 기본입니다. 천둥번개 소리에 화살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실력입니다. 노력하는 자에게 운도 따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 실제로 그렇게 떨어진 선수가 있나요.

“그럼요. 윤미진 선수도 태풍 속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순간 ‘어머나’ 하면서 놀라 탈락했어요. 그래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한 명을 구제하려면 다른 한 명이 불이익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양궁에선 모든 선수가 대표선발전의 공정성을 인정합니다. 무명선수도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대표로 선발될 수 있어요. 연고주의도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어요.”

▼ 그렇다면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딴 박성현 선수도 출발점이 같나요.

“그럼요. 실제로 박 선수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습니다. 양궁에서 ‘과거의 금메달’은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의 기량’이 중요합니다. 양궁에서 새로운 스타가 계속 나오는 것은 이런 시스템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궁 선수 중에는 스타의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폼을 잡다간 한순간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목에 힘줄 수 없습니다. 남자팀에서도 박경모 선수가 16강에서 탈락했어요. 과거 남자양궁의 미국, 여자양궁의 소련은 거대한 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두 국가가 양궁에서 2류,3류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이유는 국가대표 선발이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혹시 이 같은 기계적인 시스템에 대해 회의한 적은 없나요.

“있었습니다. 저도 인간인데. 감독으로서 누가 뛰어난 선수인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선수가 대표팀에서 탈락하면 고민이 많지요. 저 선수를 데리고 가야 금메달을 확실히 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외를 두면 원칙이 무너지고 선수자원이 고갈됩니다. 그러면 양궁 전체가 무너집니다. 이처럼 국가대표 선발이 공정하기 때문에 양궁계는 파벌이 없습니다.”

▼ 이런 시스템에서도 장수한 선수가 있지요.

“남자는 박경모 장용호 선수, 여자는 박성현, 윤미진 선수가 장수했지요. 특히 김수녕 선수는 대단했습니다. 김 선수는 독특한 뭔가가 있어요. 담력과 침착성을 타고났고, 집중력이 탁월한 선수였어요. 김수녕 선수 참 독합니다. 철저한 승부사였고, 지고는 못 사는 선수였습니다. 연습에서라도 지면 아예 밤을 새웁니다.”

▼ 어떤 책을 읽어보니 스포츠나 음악계에서 성공한 지도자는 스타 출신이 아니고 성공직전까지 갔지만 실패한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양궁은 어떤가요.

“100% 공감합니다. 스타 출신 지도자들은 지도자로 성공하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자만이 배고픔을 안다고, 선수 시절 뛰어난 선수들은 많은 관심을 받고만 자라왔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베풀지를 못합니다. 리더는 줄 줄 알아야 합니다. 무명도 아니지만, 실력도 어느 정도 있고, 항상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지도자로 성공합니다.”

▼ 서 전무는 선수시절 어땠습니까.

“선수로선 상위권이었지만 탁월하지는 못했습니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못해 선수들을 통해 못다 한 꿈을 이루려는 경향이 강한가 봅니다.”

▼ 한국 출신 지도자들이 전세계에 진출한 것이 한국 양궁에 위협요소가 아닌가요.

“베이징올림픽에서 박성현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딴 중국 장쥐안쥐안 선수는 사실 1986 서울아시아경기대회 4관왕이었던 양창훈 감독의 수제자였습니다. 양 감독이 중국에서 4년 동안 중국선수들을 지도했는데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중국이 너무 앞서가서 우리가 양 감독을 한국에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 공백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국 감독이 키운 중국 제자에게 금메달을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한국 지도자들이 외국에 나가있는 것이 기회이기도 합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더욱 노력하지요. 좋은 쪽으로 생각합니다.”

서 전무는 인터뷰에서 지도자와 선수 간에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1994년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삼익악기 양궁팀이 본사 부도로 해체되자 함께 있던 선수들을 받아줄 팀을 찾기 위해 국가대표 감독직 사표를 내고 인천계양구청 양궁팀이 창단될 때까지 16개월 동안 백수생활을 하기도 했다. 자신은 대표팀 감독 월급만 받고도 살아갈 수 있었지만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팀을 구하는 데 자신을 다 걸기 위해 대표팀 감독직을 던진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있는 박성수 코치도 23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 세상에 영원한 1등은 없다고 합니다. 기업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습니다. 한국 양궁도 영원히 1등 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한국 양궁은 펀더멘털이 튼튼합니다. 공정성, 변화에 대한 열정, 이런 게 바뀌지 않는 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한국 양궁은 어느 한순간에 1등이 된 게 아니고, 20년 동안 저변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1등 인프라 구축으로 1등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완만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혹시 지더라도 완만하게 오래갈 것입니다.”

▼ 중국처럼 인구가 많은 국가가 양궁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면 한국 양궁에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지요. 현재 여자는 중국이, 남자는 전통적으로 이탈리아가 강한데 이제 남자종목에서 인도까지 라이벌로 부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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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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