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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MB, 영화 한 편 보시지요

MB, 영화 한 편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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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대통령이 말했듯이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 보수-진보, 우파-좌파의 이분법적인 잣대로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일이다. ‘좌파정권하의 잃어버린 10년’이란 프레임은 선거용으로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말하는 순간부터 폐기해야 옳았다. 다행히 요즘 들어 ‘잃어버린 10년’ 얘기는 쑥 들어갔으나 집권 측의 마인드까지 변화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우호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친(親)서민 중도실용을 앞세운 포섭전략을,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법치적 권위주의를 앞세운 배제전략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두 국민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두 국민 정치’에 적지 않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이 정부는 비판세력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모든 비판이나 반대를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못 박는다면 ‘커다란 조화’는커녕 ‘거대한 분열’로 심화될지 모른다.

민주주의를 위해 법치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데에는 국민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법치가 비판이나 반대세력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런 법치는 법의 첫째 요소인 정의(正義)에서 멀어질 수 있으며, 결국 법의 안정성도 흔들리게 된다.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공공연하다면, 정부가 법치를 자의적(恣意的)으로 운용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법치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는다면 과거 독재정권의 ‘위장된 법치’와 다를 게 없지 않겠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용산참사와 관련해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위법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국가에 의한 범죄행위의 불처벌 현상이 발생해 법치주의에 대한 심대한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시위 철거민 진압을 위한 무리한 경찰력 행사가 사실상 위법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참사 직후 무리한 공권력 행사를 시인하고 적절하게 수습했더라면 오히려 이 정부의 법치가 공정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한 기관 두 위원장’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는 법치가 이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격이다. 이른바 ‘좌파 적출’이란 소아병적 조급함에서 빚어진 과도한 권력행사에 대해 1심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렸으니, 아직 최종심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법치를 강조하는 정부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러니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조화를 이루자는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하기야 지난 정권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코드 인사’에 연연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을 실패한 좌파정권으로 규정했다면 새로운 우파정권은 그들과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중도실용을 국정철학으로 내세웠으면 이 정부부터 ‘낡은 이념의 틀’에서 탈피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념형이 아닌 실용을 중시하는 CEO형 지도자다. 그런 대통령의 정권이 좌파 배제란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의아하고 유감이다. 대통령이 용기 있게 그 틀에서 벗어날 때 ‘커다란 조화’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MB, 영화 한 편 보시지요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천주교 주교회의는 최근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는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도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면서까지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불교와 개신교, 원불교 등 종교계 전반의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실상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4대 종단의 대표자들을 만나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만델라는 남아공 럭비대표팀의 이름과 유니폼을 바꾸려는 체육위원들을 찾아가 그래선 안 된다고 설득하고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상대 비교할 성격은 아닐지라도 4대강 사업이 남아공 럭비대표팀 문제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지금 4대강 사업의 반대자들이 완성된 뒤에는 지지자들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일방적 언명(言明)으로는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도리어 비판과 반대를 강화시킬 뿐이다. 소통 없는 리더십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이(가능하다면 주요 각료 및 참모들과 함께) 영화 ‘인빅터스’를 관람하기를 권유하는 이유다.

신동아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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