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8·21 회동’.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그러자 당장 지지율이 올라갔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0월 첫 주에 실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표는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전주보다 1.5%p 상승한 30.0%를 기록해 지난 4월말 이후 무려 23주 만에 30%대로 다시 진입했다. 6월말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 직전에 최저점(22.7%)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그동안 박 전 대표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나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최고점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에 기록됐다. 무려 60.2%(이하 리얼미터 조사)를 찍었다. 그러나 8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34.8%로 반 토막이 났다. 박 전 대표에게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대선 본선보다 더 어려운 관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 만큼 비상상황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 사이에서도 박 전 대표 지지율이 급반등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태호 해명’도 주효한 듯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8월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한 직후부터. 이후 친이계 의원들과의 오찬(8월23일)→대구 당정회의 참석(9월10일)→당 소속 여성의원들과의 오찬(9월14일)→청와대 만찬 참석(10월1일) 등을 거치면서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화해하고 국정운영에 협력할 자세가 돼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국민, 특히 보수층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친이계의 국정협력 요구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자신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일일이 참견하면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란 생각이었다. 세종시 문제나 미디어법 처리 등에서 목소리를 낸 것은 국민 생활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각종 선거 때 당 지도부의 지원유세 요청도 모두 뿌리쳤다.
정치행위를 자제해온 이유 중에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쌓인 불신도 있다. 박 전 대표를 상징하는 ‘한마디 정치’도 대부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이명박 정부가 끝날 때까지 화해하지 못하리라는 견해가 많았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도 이 대통령의 지원을 받기보다는 투쟁해서 쟁취하는 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8·21 청와대 회동 이후 두 사람 사이에 화해 기류가 급속히 조성됐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이 대통령과 회동한 이후 박 전 대표가 확실히 달라졌다. 활동반경을 넓힌 것도 그렇지만,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뭔가 깊숙한 얘기가 오갔던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8·21 회동 이후 40일 만에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이 대통령이 10월1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다. 이날 박 전 대표의 자리는 이 대통령 바로 옆에 마련됐다. 이 대통령이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썼음을 보여준다. 박 전 대표는 사회자가 예정에 없던 건배사를 부탁하자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 건배하겠습니다. 이 뜻을 담아 건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