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한 연인> 1770년경, 캔버스에 유채, 50×61㎝, 개인 소장 2 <아침> 연도 미상, 종이에 과슈, 24×19㎝, 개인 소장
남자는 11분을 위해 섹스하지는 않는다. 섹스에 이르는 과정이 더 흥미로운 법이다. 배우자와의 섹스는 몸이 말하는 순간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새로운 상대와의 섹스는 시작 전부터 두뇌를 써야 하기에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불륜이기에 들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륜은 몸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만 하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불륜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는 불륜은 순수하게 섹스의 쾌락만을 탐닉하게 만든다. 만남 자체가 섹스가 목적이어서다.
섹스의 쾌락에 빠진 불륜 커플을 그린 작품이 프라고나르의 ‘행복한 연인’이다. 침대에서 중년의 여인이 벌거벗은 채 소년의 목을 끌어안은 채 키스하고 있고, 침대에 걸터앉은 소년은 여인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안고 있다. 남자의 짧은 머리와 앳된 얼굴, 그리고 어색한 자세는 소년임을 나타내며 여인의 풍만한 엉덩이와 뒤로 묶은 머리스타일, 키스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은 그녀가 중년임을 암시한다.
화면 오른쪽의 흰색 시트 아래 드러난 푸른색 쿠션은 여인이 유부녀임을 나타낸다. 푸른색은 기만을 상징한다. 흐트러진 침대 시트는 연인들의 격렬한 사랑을 암시한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는 밝은 색을 사용해 활기찬 정사를 묘사하며, 연인들의 에로틱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배경을 명확하지 않게 처리했다.
불륜 상대는 결혼 상대와 달리 선택할 필요가 없다. 생활의 의무와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섹스 코드만 맞으면 된다.
불륜 상대를 기다리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보두앵의 ‘아침’이다. 여인은 다리 사이를 드러내기 위해 속옷을 걷고 침대에 누워 있고 의자 위에는 겉옷이 걸쳐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남자는 여인의 다리 사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함께 온 어린아이의 눈을 가리고 있다.
외투를 입은 젊은 남자의 옷차림은 성직자를 나타내며, 불륜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자는 다리 사이로 적나라하게 보이는 여인의 음부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소년의 눈을 가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성욕을 참지 못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 주머니에 넣은 남자의 손은 자위를 암시한다. 피에르 앙투안 보두앵(1725~69)의 이 작품에서 침대 옆에 걷혀 있는 커튼은 아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성의 음부를 암시하면서 속옷을 걷고 있는 여인을 강조한다.
불륜이 가장 맛있게 느껴질 때는 배우자 곁에서 몰래 할 때라고 한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에서 섹스하기 때문이다. 짧게 한다고 섹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곁에 머물고 있다면 비록 섹스를 느긋하게 즐길 시간은 없지만 공포영화보다 더한 스릴을 주기 때문에 섹스 내내 긴장과 흥분을 동시에 느낀다.
3 <침실 풍경> 1660~65년경, 패널에 유채, 49×39㎝, 헤이그 브레디우스 박물관 소장 4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 1825~26년, 32×25㎝,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소장
여인이 의자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청소 중이라는 뜻이다. 즉 그녀가 하녀임을 의미한다. 요강은 구멍을 나타내는 속어적 의미로 쓰이며, 하녀가 요강을 가리키는 것과 여인의 음부를 상징하는 신발을 벗고 있는 것은 주인의 유혹에 넘어갔다는 것을 암시한다.
얀 스텐(1626~79)의 이 작품은 혼외정사를 풍자하는데, 개는 주인 남자의 아내를 상징하는 것으로 개가 짖고 있는 것은 아내가 남자의 불륜을 눈치 채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가라고 해도 불륜은 들키게 돼 있다. 일회성 매춘은 돈이 필요하고, 불륜은 일회성이 아니기에 두뇌가 필요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듯이 불륜이 길어지면 들킬 위험은 배가된다. 두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배우자의 육감 아닌가.
하지만 불륜을 들켰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인하는 것이다. ‘의학적 증거’ 외에는 확실한 게 없으므로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다. 일단 시인했다가는 남은 결혼생활 내내 시달린다. 여자들은 다른 무엇보다 남편의 불륜을 평생 기억하며, 그것을 부부싸움할 때마다 무기로 써먹는다.
불륜을 들킨 남자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들라크루아의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이다. 오를레앙 공작은 상사의 아내와 불륜에 빠졌는데, 정사 도중 부르군도 공작이 기습적으로 방문한다. 다급해진 오를레앙 공작은 침대 시트를 들어올려 여자의 얼굴을 가린다. 부르군도 공작은 침대 위의 여자가 자신의 아내인 것 같다고 의심하지만, 얼굴을 보지 못해 정확하게 판단하지는 못한다. 아내와 섹스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의 몸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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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는 여자의 얼굴을 가리고 몸은 보여줌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오를레앙 공작을 강조했다. 웃고 있는 부르군도 공작은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도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벌거벗은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