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호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보고

강원도 평창군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

    입력2010-11-02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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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은 누가 뭐래도 국내 동계스포츠의 메카다. 동계스포츠가 너무 유명하다보니 사계절 레포츠 적지(適地)로서의 매력은 오히려 간과되고 있을 정도다. 평창은 국내 유일의 체험형 동굴인 백룡동굴이 소재한 생태관광 명소다. 동계스포츠 메카에 이어 녹색 생태관광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평창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보고
    “평창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릅니까.” 이 질문에 십중팔구는 동계올림픽과 스키장이라 답할 것이다. 대관령 양떼목장이나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과 봉평장이란 대답이 그 뒤를 이을 수 있다. 그러나 평창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깊은 산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경관이다.

    평창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대한민국 유일의 체험형 생태관광지인 ‘백룡동굴’이 평창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에야 일반인에게 문을 연 탓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인터넷 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관람형이 아닌 체험형 동굴로 운영되는 백룡동굴에는 대한민국 그 어떤 동굴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동굴복과 장화, 그리고 헤드랜턴

    10월5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벗 삼아 한국형 생태관광 10선에 선정된 백룡동굴 탐험에 나섰다. 백룡동굴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소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과 관광지가 영동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데 비해 평창에서도 오지인 마하생태관광지는 사람의 손길이 비교적 적게 닿아 미개척지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백룡동굴로 향하는 길에서는 호젓한 강원도 두메산골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 높은 산과 그 옆을 유유히 흐르는 동강의 정경은 참으로 여유로웠다.

    백룡동굴 탐험에 앞서 모든 관광객은 동굴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신어야 한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 동굴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옷을 갈아입는 데 대해 다소 싫은 내색을 하자 직원이 웃으며 답한다. “가보시면 알아요.”



    동굴복은 소재가 면인 것만 빼면 우주복과 흡사하다. 동굴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벨트를 매고 헤드랜턴이 달린 동굴모 등 개인 탐사장비로 완전무장한 뒤에야 비로소 동굴 탐험에 나설 수 있다. 그것도 동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매표소와 탈의실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800m 정도. 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절벽을 따라 데크가 설치돼 있는데, 낙석에 대비해 철제 지붕으로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관광객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는 매표소에서 동굴입구까지 배를 타고 이동해서 동굴을 탐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헤드랜턴을 켜고 동굴에 들어섰다. 전기 시설을 하지 않은 동굴은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어두웠다. 헤드랜턴 빛을 따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디딜 수밖에 없다. 동굴을 조금 내려가다보니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동굴에서 불을 지펴 살았던 흔적이란다.

    백룡동굴은 5억년 전쯤 만들어졌지만 동굴 초입은 오래전부터 마을주민이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1999년에 영월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가 영월댐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일반인에게 동굴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백룡동굴이 생태동굴로 각광받게 된 계기는 1976년 동굴 주통로 중간에 있던 좁은 통로, 일명 ‘개구멍’이 확장된 것이 계기가 됐다. 개구멍을 통해 동굴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서 동굴 전 구간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게 됐고, 이후 백룡동굴 내부 경관과 학술적 가치가 학자들에게 알려져 1979년에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됐다. 한동안 문화재청의 보호를 받던 백룡동굴은 최근에야 생태학습형 체험동굴로 일반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동굴탐험의 진수, 개구멍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보고

    평창 동강민물고기생태관 앞에 설치된 거대한 물고기상.

    백룡동굴은 ‘관람’이 아닌 말 그대로 ‘탐험’을 하는 동굴이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비좁은 통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쭈그린 채 오리걸음을 하거나, 벽면을 잡고 비스듬한 자세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여럿 있다. 헤드랜턴 외에는 불빛이 없어 종유석과 석순 등 동굴의 진면목을 보려면 직접 고개를 돌려 헤드랜턴 빛을 비춰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백룡동굴 탐험의 백미는 개구멍 통과다. 납작 엎드려 기어야만 개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동굴복으로 갈아입도록 한 이유를 개구멍을 통과하면서 절실히 깨닫게 됐다. 10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도 짐작이 갔다.

    개구멍을 통과하고 난 뒤 동굴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너 차례 오리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그 사이 동굴복은 흙범벅이 됐고, 온몸은 땀범벅이 됐다.

    가이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동굴을 제일 잘 탄다”고 했다. 몸이 작고 유연해 좁은 통로를 잘 빠져나가기 때문이란다. 백룡동굴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각종 렌즈를 담은 가방과 삼각대까지 가져간 사진기자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백룡동굴 깊숙이 들어가자 어릴 적 재밌게 봤던 ‘톰소여의 모험’이란 만화영화가 떠올랐다. 친구들과 횃불에 의지해 동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톰소여 일행과 백룡동굴 탐험객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대구에서 단체로 백룡동굴을 찾은 50대 초반의 여성 단체관광객들은 난생 처음 해보는 동굴탐험이 재밌기만한 모양이다. 한 관광객은 “여러 동굴을 가봤는데 백룡동굴이 가장 스릴 있고 재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백룡동굴 탐험에 가이드가 동행하는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도 있지만, 불빛이 없는 동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멋진 종유석과 석순 등 동굴의 볼거리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기 위해서다. 주요 명소에서는 가이드가 별도로 가져간 랜턴으로 밝게 비춰 보여주며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백룡동굴에서는 종유관과 종유석, 석순과 석주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동굴 맨 안쪽에서는 백룡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에그프라이형 석순을 감상할 수 있다. 동굴 내부 물웅덩이에서는 개미보다 작은 아시아동굴옆새우를 찾아볼 수 있다.

    동굴과 어둠, 그리고 빛

    동굴 맨 안쪽으로 들어서자, 앞서가던 가이드가 “동굴 어둠을 맛보라”며 헤드랜턴까지 껐다.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어둠과 고요 속에 잠시 서 있다보니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곧 동굴 반대편에서 환한 불빛이 들어오며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전기를 끌어오는 대신 배터리로 조명을 밝히다보니, 오후에는 배터리 수명이 다해 아주 잠시 동안만 감상할 수 있다. 10초 내외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일반적으로 갈 때 느끼는 거리감에 비해 돌아나올 때 느끼는 거리감이 짧다고 한다. 그런데 백룡동굴은 갈 때나 올 때나 거리감이 비슷했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나와야 하기 때문인 듯했다. 동굴을 막 빠져나올 때쯤 석양이 동굴로 스며드는 광경이 마치 레이저쇼라도 보는 듯 멋졌다.

    동강민물고기생태관

    백룡동굴은 사전에 인터넷 예약(http://cave.maha.or.kr)을 하거나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사서 관람할 수 있다. 비좁은 동굴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탐험해야 하는 만큼 하루 관람객 수는 엄격하게 제한된다. 1회당 20명씩 모두 9차에 걸쳐 180명만이 동굴체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운영되는 패키지상품을 이용하면 동강 래프팅까지 겸할 수 있다. 걷고 기고 오리걸음으로 동굴탐험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동굴 체험을 하려는 관람객은 여분의 속옷과 양말을 준비해오는 것이 좋다. 매표소에는 별도의 샤워시설이 완비돼 있다.

    백룡동굴을 중심으로 한 평창군 미탄면 일원은 자연휴식지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민물고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마하생태관광지에 동강민물고기생태관이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20개의 수조가 마련된 생태관 1층 전시장에는 동강은 물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크고 작은 민물고기 46종이 전시돼 있다. 생태관 해설사는 “동강민물고기생태관에서만 볼 수 있다”며 취재진을 1m가 넘는 메기가 있는 수조로 안내했다. 생태관은 1200미의 민물고기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수조뿐 아니라, 물고기 탐험관과 동강체험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강의 물속을 탐험하고 뗏목을 타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구비해놓았다.

    인터뷰 | 이석래 평창군수

    “질 좋은 명품 생태관광지로 세계 속의 평창을 만들겠다”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보고
    ‘꿈을 향한 우리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평창군청에 들어서면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염원이 짙게 묻어난다. 해마다 1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평창군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세계 속의 평창으로 거듭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이석래 군수는 “수려한 산과 강을 끼고 있는 평창은 사계절 레포츠가 가능할 뿐 아니라 훼손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 속에서 생태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녹색관광지로서 평창군이 갖는 매력은 무엇입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두루 보셨겠지만, 우리 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림이 많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입니다. 평창의 자연환경은 사람의 생체리듬에 가장 적합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 준다고 합니다. 축복받은 자연자원을 보호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녹색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산약초 타운과 산촌생태마을 조성, 금강송 백리길 조성 등이 모두 녹색 관광지 인프라 구축의 일환입니다. 특히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로 지정된 평창 마하생태관광지는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을 끼고 있어 국내 최고의 자연 관광자원이라 할 만합니다. 잘 가꾸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녹색 관광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백룡동굴이 있는 마하생태관광지는 다른 관광지에 비해 조금 먼 느낌을 주더군요.

    “미탄면은 평창에서도 오지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평창의 관광지들이 영동고속도로 주변에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된 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탄면은 자연이 곧 자원인 평창에 남은 자연자원의 보고입니다. 동강과 주변 산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수려합니다. 백룡동굴을 중심으로 마하생태관광지가 활성화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백룡동굴은 하루 입장객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더군요.

    “백룡동굴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그동안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아 석회암동굴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지의 동굴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생태학습 체험동굴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받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관광자원을 개발하더라도 자연을 보존하고 에너지를 적게 쓰려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백룡동굴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광객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자 하는 분들이 제대로 체험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되도록 훼손하지 않고 이용하고 후손에게 자연 그대로 물려주려는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백룡동굴과 마하생태관광지를 어떻게 특화할 예정입니까.

    “우리 군의 생태관광은 품질 관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마간산 격으로 스치듯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잘 보존된 생태계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동강오지와 생태하천 등 생태체험은 물론 동굴과 동강생태탐방, 백운산과 칠족령, 절재 등에서 에코힐링을 특화시켜 우리 고장만이 갖는 차별화된 지오파크로 조성해나갈 계획입니다.”

    -평창군이 녹색관광 활성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7곳에 달하는 명품 산소길과 오대산의 숨은 비경과 함께하는 천년고찰 순례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허생원과 동이길은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인 허생원이 소설 속에서 걸었던 길을 테마로 봉평면에서 평창읍까지 옛길을 복원하고 스토리를 입혀 지역 명품길로 가꿔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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