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세계디자인수도(WDC) 2010’에 선정된 서울이 명실 공히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9월부터 10월까지 도심 곳곳에서 펼쳐진 서울 디자인한마당을 비롯해 현재 추진하는 각종 디자인 산업 지원 육성 방안, 그리고 완공을 눈앞에 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서울의 디자인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입체적인 사업들과 미래 청사진을 소개한다.
2012년 완공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감도.
2010년은 서울디자인재단이 그 어느 때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였다. 9월17일부터 10월7일까지 20여 일간 계속된 ‘2010년 서울디자인한마당’을 비롯해 2007년 샌프란시스코 Icsid 총회에서 선정된 세계디자인수도(WDC) 2010 행사, 그리고 각 지역에 설립된 디자인 지원센터의 운영과 활성화,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사업 추진, 서울 국제 자전거디자인 공모전 및 페스티벌 개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 사업을 상담하는 ‘디자인 마케팅 컨설팅 센터’ 운영,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 기업의 우수 디자인 제품화를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사업을 통해 그 성과를 일궈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파리의 퐁피두센터, 뉴욕의 모마, 도쿄의 롯폰기 힐스… 그리고 2012년, 동대문에 디자인 서울의 새로운 메카가 탄생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의 얼굴이 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완공을 눈앞에 둔 것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독창적인 전시를 개발·육성하고, 기존 세계 유명 전시를 유치하는 디자인 트렌드 센터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이곳을 세계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는 ‘디자인 트렌드세터(trendsetter)’이자 최신 상품이 테스트되고 첫선을 보이는 ‘디자인 론칭 패드(launching pad)’, 디자인 지식 정보를 체험하는 ‘디자인 익스피어리언스(experience)’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들과 교류하면서 도시 디자인의 방향을 모색하는 ‘세계 디자인도시 서미트’, IT를 통해 세계 문화와 교류하는 ‘서울 CIT전’ 등 고유 브랜드 전시회를 개발해 서울의 디자인을 이슈화할 방침이다. ‘서울 CIT’전은 DDP가 개발·추진 중인 기획전시로 ‘CT(Culture Technology)’와 ‘IT (Information Technology)’가 결합된 콘텐츠 작품으로 구성된다. DDP 개관에 맞춰 세계적인 디자인 전시 유치도 계획되어 있다.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가구생활소품 전시회인 ‘VIA 디자인 3.0’, 미국 뉴욕 쿠퍼휴잇 디자인 뮤지엄의 ‘내셔널 디자인 트리엔날레’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구디자인 산업전인 ‘밀라노 사로네 디 모빌레’, 파리 ‘메종 오브제’, ‘디자인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박람회와 디자인 마켓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플라자의 디자인박물관은 TV의 초창기 모델 등 세계 디자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지는데 이미 지난 3월, 3732점의 작품을 수집했으며 상황에 따라 개인 소장품을 임차해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DDP의 역할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세계의 최신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고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론칭 패드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08년부터 잠실운동장에서 개최해온 디자인올림픽을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동대문의 패션 메카 이미지를 분명히 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IT상품의 얼리 어댑터들이 대거 포진한, 섬세하고 까다로운 소비 욕구의 도시로 잘 알려진 서울은 상품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안목을 가진 소비자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두고 있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디자인 론칭 패드’ 구실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전시와 디자인 페어 등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공간인 만큼 규모와 시설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하 3층, 지상 4층, 연면적 8만1210㎡의 어마어마한 공간은 전시시설인 트렌드센터를 비롯해 컨벤션홀, 정보체험센터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지하 1~2층의 200·900·1500석 규모의 컨벤션홀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디자이너의 신제품을 발표하고 디자인 산업 마켓 플레이스를 육성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지하 1층에는 도서관이 있으며 2층에는 리소스센터, 3층과 4층에는 커뮤니티 지원시설과 디자인 체험관이 자리하게 된다. 지하 2층의 일반 전시관에서부터 지상 4층까지 독특한 경사형 램프 통로로 이어져 감아 돌아 올라가는 벽면 전시관은 연중 다양한 기획 디자인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DDP의 정체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 현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2012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험가동 기간을 거쳐 2013년 3월 중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완공을 통해 현재 세계 9위인 우리나라 디자인 경쟁력이 2015년 5위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2020년에는 세계 5대 패션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관련 산업 활성화를 통해 서울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30년 후에는 약 54조원의 이익 창출과 45만명의 고용 창출을 이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경원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통해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 미래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장이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운영에 앞서 2009년 10월 서울성곽 아래에 위치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개장해 디자인 갤러리와 동대문역사관, 동대문운동장기념관, 이벤트홀, 카페와 야외 유구(遺構)전시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서울의 경쟁력
동대문운동장 기념관.
도시 디자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단연 프랑스 파리였다. 에펠탑과 퐁네프 다리 등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체 17개국 중 15위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정한 콘셉트나 개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전자제품, 휴대전화, 패션의류, 주방용품 등의 산업디자인 부문이다. 해외지사 보유 및 아웃소싱 경험 등 디자인 국제화 수준에서는 하위권을 차지했지만 디자이너의 수준과 디자인의 질적 수준에서는 높은 점수를 획득해 우수한 인적 역량이 우리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요소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디자인에 대한 국민 의식과 미적 의식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해 디자인의 필요성과 실제 구매시 디자인 고려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디자인 경쟁력 세계 8위’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평가 기준을 반영해 내려진 결과를 단순한 수치상의 경쟁구도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은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디자인에 대한 국민의 의식 수준 역시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특히 도시의 미적 수준이 낮고 전통과 역사를 배제한 도시 디자인으로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한국이 디자인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다각적인 지원 방안과 공공부문 디자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년 전의 평가와 견주어 현재의 한국, 그리고 서울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디자인도시 서미트를 방문한 세계의 디자인전문가들은 ‘서울은 매우 재미있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많은 차량과 건물이 도심을 빼곡히 채우고 있지만 매우 조용하고 매연이 적으며 버스전용차선이 잘 유지되고 있어 질서정연한 모습이라는 점이 그들의 흥미를 끌었다. 사람들의 여유로운 태도, 깨끗한 강과 건물 경관 등도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디자인은 곧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디자인은 단순한 부가적 혜택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도 ‘상품의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근래에야 디자인의 가치를 산업사회의 중요 화두로 인식하게 된 것은 늦은 감마저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이 사랑했던 문화의 도시 밀라노는 지금까지,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로 그 가치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딕 건축의 걸작인 두오모와 16세기 이상적인 건축 도시로 알려진 비첸차, 미식의 도시로 이름난 볼로냐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모자이크의 도시 라벤나를 거쳐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역사와 문화는 그 도시가 가진 예술적 감성과 합일점을 이뤄왔다.
2007년 서울이 세계 최초로 공식 경쟁을 통해 세계디자인수도(WDC·World Design Capital)에 선정된 것은 그런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세계의 이목이 세계디자인수도답게 다양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임을 방증하는 결과다.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월 ‘서울, 디자인의 해를 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이유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자인 사업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역시 ‘2010년 꼭 가봐야 할 도시와 국가 31곳’을 선정, 서울을 3위에 올렸다.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지 ‘월페이퍼’는 ‘최고의 도시, 서울’이라는 기사를 통해 디자인 서울의 면면을 소개했다.
국제산업디자인협의회(ICSID)의 마크 브레이튼버스 회장은 서울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한 이유를 “이미 완성된 도시가 아닌,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디자인수도라는 브랜드가 서울을 명품도시 반열에 오르게 할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재진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서울이 가진 열정이 그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계 어느 도시보다 활기찬 역동성을 지닌 도시 서울은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적극적인 모습의 디자인 도시로 변모해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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