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애들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 안 되는 게 없는 작은 컴퓨터?
- ‘스마트폰’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중장년층 상당수가 스마트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 새로운 기기를 접하는 것이 막연히 두려워서, 또는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귀찮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 스마트폰을 ‘중장년층의 멋진 인생을 응원하는 도구’라고 예찬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년 명사들이 말하는 스마트폰 활용의 모든 것.
그렇다면,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장년층은 얼마나 될까. 현재 통신사 SK텔레콤(이하 SKT)에서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폰만 해도 그 종류가 15가지에 달한다. SKT는 통신사 최초로 지난 8월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 고객 연령대를 분석해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20대 가입자가 35.3%, 30대가 33.2%를 기록했다. 반면 50대는 6.4%, 60대 이상은 2.9%였다. 그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각각 2.3%, 1.4%로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KT는 최근 ‘멋진 중년(Cool Grey)’이라는 주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실버 세대에 접근했다. 스마트폰 사용자이기 이전에 멋지게 사는 중년을 표현하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이지선 대리는 “50~60대 고객은 제조업체 쪽에서 봐도 스마트폰의 주 구매층이 아니고, 데이터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통신시장에서도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버 세대가 스마트폰을 두려워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동안 조사된 바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기업 마케팅에서 주요 관심대상이 아니기에 실버 세대는 스마트폰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문이 불여일터치
대개의 스마트폰은 손으로 화면을 만져 조작하는 이른바 ‘터치’ 방식이다. 은행 자동화기기 앞에서도 긴장하는 실버 세대에게는 이 ‘터치’가 스마트폰의 진입 장벽이 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는 피처폰(Feature Phone)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이 피처폰도 ‘터치’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들이 늘어났다. 일반 터치폰을 써본 실버 세대는 스마트폰에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을 받는다. 스마트폰은 일반 터치폰보다 사용자를 한층 더 배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일단 한번 만져보고 조금만 기능을 배우면, 어떻게 다뤄야 할지 쉽게 감이 오는 편이다.
SKT는 8월 초 자사 스마트폰 이용 고객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구입 후 1주일 동안 어려움을 느꼈다는 고객은 22%였고, 1개월 후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느꼈다는 고객은 5%였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의 78%도 1개월 후에는 불편 없이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로운 기계에 대한 약간의 공포는 세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지만, 직접 사용해 본 고객은 연령의 차이 없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짐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말해 전화가 되는 컴퓨터다.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휴대하기도 편하다는 것이 스마트폰만의 장점이다. 많은 사용자가 e메일 확인이나 인터넷 검색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 다음 순위가 게임, 음악이나 영상 감상이다. 휴대전화 사용자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기술에 기반을 둔 지도나 주변 찾기도 인기다. 트위터처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많은 사용자가 찾는다. ‘백문이불여일터치’다. 스마트폰은 쓰기에 따라 삶을 즐겁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격돌하고 있다. 아이폰은 KT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지만, 갤럭시는 SKT용 갤럭시S, LG유플러스용 갤럭시U, KT용 갤럭시K로 각각 만날 수 있다. LG전자는 ‘옵티머스’라는 이름으로 SKT와 KT용 옵티머스Z, LG유플러스용 옵티머스Q를 내놓았다. 그 외 스카이의 ‘베가’ 등 많은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을 카메라로 적극 활용하는 박시호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
그 다음으로는 인터넷 검색, 메일 확인, 게임 등 각각의 활용을 도와주는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있다. 한꺼번에 나열해놓으니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써보면 매우 간단한 얘기다. 자녀나 믿을 만한 조언자에게 물어 자신에게 맞는 스마트폰을 선택하면 된다. 회사에서 지급받은 스마트폰을 그저 전화기로만 활용하고 있다면, ‘스마트폰 마니아’인 중년 명사들의 경험담에 귀 기울여보는 것이 좋겠다.
스마트폰으로 띄운 ‘행복 편지’
박시호(57)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은 장년층 스마트폰 사용자 1호라 할 만하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구입을 서둘렀다. 박 이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비슷한 연배들에 비해 새로운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컴퓨터를 배우고,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하고 싶어서 갖가지 프로그램을 익혔다. 사진, 음악, 자료 등을 보고 듣고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없을까 했는데, 그가 원하던 물건이 딱 스마트폰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에 익숙한 것은 업무에도 도움이 됐지만, 취미생활도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사진 찍기는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었다.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사무실과 복도에는 박시호 이사장이 찍은 꽃사진이 놓여 있다. 그에게 스마트폰은 스쳐 지나는 순간을 잡아내는 카메라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양해를 구해 상대의 얼굴 사진을 찍어 이름을 저장한다. 시간이 지나 가물가물할 때 검색해보면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트위터도 박시호 이사장이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젊은이들은 신변잡기를 중심으로 수다 떠는 데 쓰지만, 박 이사장은 연륜에 맞게 보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말들만 전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개인 트위터 외에도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의 공식 트위터를 개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시호 이사장의 스마트폰 활용은 ‘행복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행복편지란 2003년부터 박 이사장이 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한 e메일 편지의 이름이다. 여기저기 받아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500명 정도로 구독자 수를 조절하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범위의 사람들과 좋은 글을 나누고 싶어서라고 한다. 어느 정도 내용이 쌓이면 책으로도 발행한다. 신청자에게 배달하는 책에서 나오는 수익금과 마음에서 우러난 기부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매일 아침 7시는 박 이사장이 행복편지를 발송하는 시각이다. 편지에 쓸 내용을 생각하고, 적당한 사진이나 영상을 검색하고,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기까지 품이 제법 많이 든다. 이미 1년치 분량이 준비돼 있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에는 준비가 더 수월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 시간에 내용도 구상하고, 좋은 소재가 보이면 사진도 찍어놓고, 지인에게서 온 음악 선물을 저장해놓기도 한다.
“남이 만들어놓은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도구 덕분에 내가 비용을 절감한 거잖아요. 장년 세대가 이런 것들을 활용해 여러 가지를 했으면 좋겠어요. 달라진 세상은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인생이 무료할수록 지치고 힘들어집니다. 공부든 사업이든 나이 70에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행복, 행복경영이라는 모토 아래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것도 또 다른 방식의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시각, 날씨 알려주는 비서
장성혜 제인인터내셔날 대표는 스마트폰에서 대화용 문자를 즐겨 사용한다.
“난 내가 쓰니까 남도 다 쓰는 줄 알았어요. 주변에 보니까 쓰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친구들은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해요. 문자 보내기만도 어렵다고 하고.”
장성혜 대표는 기계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업무상 전화를 굉장히 많이 쓰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고 한다. 해외 브랜드 가구를 수입하는 일을 하는 장 대표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전화와 e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다. 스마트폰은 장 대표에게 최고의 비서다.
“스마트폰 때문에 움직이면서도 일을 할 수 있어 굉장히 편해요. 어제도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가는 곳마다 e메일을 점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날씨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출장 갈 곳의 일주일치 날씨를 확인하고, 세계시계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전화해야 할 상대 나라의 현재 시각을 알아봐요.”
장 대표가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대화형 문자다. 특정한 사람과 주고받은 문자가 말풍선으로 떠서 한눈에 확인할 수가 있다. 1주일 전에 해놓은 약속 때문에 문자가 여러 번 오갔더라도 한 번의 터치로 대화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일반적인 50대 여성에게는 너무 먼 얘기인 것도 같다.
“그렇게 들릴 수도 있어요. 내 친구들도 지금도 편한데 굳이 스마트폰으로 바꿀 필요 있느냐고 하고요. 하지만 내 스마트폰은 장난감이에요. 게임을 좋아해서 일을 하다가 잠깐씩 게임도 해요. 또 사주풀이, 이름풀이 같은 애플리케이션도 있거든요. 그걸로 만나는 사람들의 사주나 성명학 같은 걸 봐주면 참 재밌어해요. 사진을 찍으면 관상을 봐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어요. 스마트폰이 생활에 재미를 주는 거죠.”
장 대표에게는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쳐주는 지원군이 있다. 서른 살이 넘은 두 아들이다. 아들과는 스마트폰 종류가 달라 제조사별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아들이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만 받아도 짬짬이 즐길 수 있는 게 넘쳐난다. 스마트폰에 친숙하지 않은 실버 세대라면, 자녀의 효심을 자극해 친절한 지도를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중에는 결국 거의 다 스마트폰 쪽으로 변화해갈 거예요. 하루라도 젊을 때 빨리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속하게 정보 찾는 ‘꾀주머니’
드물지만 젊은 세대보다 한발 앞서 기술을 접하는 실버 세대도 있다. 정성립(61) 대우정보시스템 회장도 그중 하나다. 정성립 회장은 2001년부터 휴대전화에 전자수첩 기능을 더한 개인정보단말기(PDA)를 사용했고, 꾸준하게 기종을 업그레이드해왔다. 스마트폰은 정 회장에게 e메일 기능이 추가된 PDA다.
“2001년에 대우조선 사장을 할 때, 일정은 많고 수첩에 꼼꼼히 적어두지를 못해 본의 아니게 약속을 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PDA를 사서 비서의 컴퓨터와 연동해두면, 아주 편하겠더라고요. 컴퓨터에 입력된 일정이 내 PDA에 자동 등록되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그때부터 효율적인 일정 관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PDA는 부피가 커서 가지고 다니기가 힘들었다. 정 회장은 무게는 가벼워지고 기능은 많아진 새 기종이 나올 때마다 PDA를 바꿨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 회장이 PDA를 사용하는 장면을 보고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수군댈 정도였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PDA는 정 회장의 손을 떠나게 됐다. 스마트폰은 e메일 사용이 자유로워서 좋았다. 그는 업무상 간단한 문서를 이동 중에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특히 자주 사용한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여행을 즐기는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회장.
“아직 전자책 종류가 많지 않아 신통치는 않지만, 나름대로 골라 보면 자투리 시간을 달랠 수 있습니다. 노년층에서도 스마트폰을 책 읽는 용도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전 애플리케이션도 유익한데요. 새로운 용어나 영어 단어, 한자를 급히 찾아봐야 할 때 좋습니다. 스마트폰은 제게 꾀주머니라고 할까요. 옛날에는 긴 시간을 들여 찾아야 했던 정보를 지금 여기서 모두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공대를 나와 조선업계를 거쳐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회장에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낯선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장년층을 위한 문자 입력 방법이나 손쉬운 검색 방법 등 스마트폰에 대한 주문 사항도 많은 편이다. 동창이나 지인들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서, 서로 새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는 앞선 실버 세대로서 스마트폰 공포증이 있는 장년층이 스마트폰에 쉽게 익숙해지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단 한두 가지라도 ‘이것 참 괜찮은데’ 하는 계기가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를 활용하는 데서 시작하는 거죠. 거기서 연관 분야로 쭉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자기가 직접 요모조모 뜯어봐야 스마트폰에 금방 익숙해질 겁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정성립 회장의 관심은 현업에서 물러나도 계속될 것 같다. 은퇴 후에도 스마트폰은 그의 동반자로 자리할 것이다. 정 회장은 일이 바빠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느라 몰랐던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확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정겨운 골목길을 걸어 다니고,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하며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사진 찍는 취미를 가져볼까 해서 사진 관련 전자책을 내려받아 읽고 있다고 한다.
“신세대가 곧 구세대가 되는 것 아닙니까. 한 5년만 지나면 나이 든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한결 폭넓은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은 세상을 삭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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