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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보상 지연에 피눈물 흘리는 파주 운정3지구 원주민의 피맺힌 절규

  • 구자홍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

“보상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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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파주 운정3지구 수용비상대책위 정상교 사무국장(왼쪽)과 임인숙 부위원장(오른쪽). 임 부위원장 집에는 붉은 페인트로 쓴 번호가 매겨져 있다.

파주 운정3지구 수용비상대책위 정상교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짧게 잘린 그의 머리카락은 악에 받친 듯한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가정파탄까지 부른 보상 지연

비대위 사무실에서 만난 동패리 황모(49)씨는 “택지로 지정되면 어차피 강제수용될 테니, 농사지을 땅이라도 사두자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 (대체토지를) 샀다”고 했다.

운정1, 2지구에 거주하던 지인들이 토지보상금을 받은 뒤 대토를 매입하려다 땅값이 올라 낭패를 본 것을 지켜본 것이 화근이었다.

“운정2지구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1000평을 보상받았는데, 보상금 받아 땅을 사려고 알아보니까 700평밖에 살 수 없었다고 그래요. 지구로 지정돼서 보상금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데 그 사이 땅값이 올라서 수용된 땅만큼 살 수 없었던 거지. 그런 얘기를 들은 터라, 조금이라도 쌀 때 땅을 사둔다는 것이 그만….”



황씨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했다. 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갤러리 林’ 임인숙 대표는 보상이 지연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고, 최근에는 법원에서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자녀에게 돈을 빌려 가정파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탄했다.

“2000년에 400평 정도 땅을 사서 파주로 이사 왔어요. 내가 원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작업실과 전시장, 창고 등을 지어 갤러리를 운영했지요. 2004년에는 5층 규모로 증축하려고 설계까지 마쳤죠. 그런데 택지지구로 지정 된다 안 된다 말이 많아서 증축을 미뤘어요. 그러다 정 안 되겠길래 2006년에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어요. 애초 이 땅을 살 때 대출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때(2006년) 덜컥 지구 지정(택지예정지구)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이사 가서 살 요량으로 일산 덕이동에 아파트를 분양받았죠. 계약금으로 7800만원을 줬어요. 2008년 12월31일에 사업승인이 떨어져 곧 보상이 이뤄지나 했더니 지금껏 미뤄진 거예요. 작년에는 지장물 조사 나왔다며, 집이며 창고에 다 빨간 페인트로 번호를 다 매겨놓아서 1년 넘게 갤러리 운영도 못하고 있어요.”

임씨는 보상이 지연되면서 갤러리 운영도 못하고 자금흐름이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법원에 드나드는 주민들

“빨리 보상이 안 되면 아파트 계약금도 다 날릴 판이에요. 중도금은 건설사가 무이자로 해줘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데, 연말에는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그것뿐이 아니에요. 수용지구 외에 공장으로 쓰는 땅이 300평이 있는데, 보상 받으면 상가나 원룸을 지으려고 설계를 했어요. 그래서 2008년부터는 세도 안줬죠. 한 달에 300만원씩 세를 받았는데…. 그런데 보상이 늦어지니까, 이자가 또 이자를 낳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예요. 공장 있던 땅도 대출을 끼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매달 300만원 정도 이자를 냈는데, 지금은 1100만원으로 이자가 늘었어요. 결국 아들이 집 사려고 모아놓은 1억5000만원을 빌려 썼죠. 그 돈 때문에 가정불화까지 왔어요. 며느리는 시어머니인 나를 미워하고, 사돈댁에서도 자기 딸 아파트도 못 사게 됐다고 원망하고. 이제는 왕래도 없어요. 올해 초에 딸아이 결혼하는데 아들 며느리 없이 결혼식을 치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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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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