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호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pskim@hri.co.kr |

    입력2010-11-01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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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 무기 시대, 한국의 자원 대외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특히 몇몇 국가에 편중된 수입선이 자원 수급 리스크를 키운다. 이런 사정은 석유, 천연가스 같은 주요 에너지 자원뿐 아니라 최근 이슈화한 희소금속도 마찬가지. 현대경제연구원이 9월 중순 발표한 ‘해외 자원 수입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 보고서를 통해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G7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1인당 석유 소비량이 많은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뿐이다. 또한 GDP 대비 철광석 소비량을 브릭스(BRICs) 국가들과 비교하면 중국과 인도보다는 적지만 브라질과 러시아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을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처럼 소비하면서 동시에 철광석과 같은 일반 광물 자원은 제조업의 경제적 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처럼 소비하는 자원 소비 대국이다. 하지만 국내에 매장된 자원의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의 해외 자원 싹쓸이, 자원 소비국들 간의 해외 자원 확보 경쟁, 자원 보유국들 사이에 불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와 자원 무기화 바람 등 자원과 관련한 각종 이슈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의 자원 환경은 안정적인 자원 공급을 위협한다. 이는 각 산업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민 생활경제의 안정을 위해 자원 수입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철·니켈 수입 편중도 90% 넘어

    먼저 한국이 자원을 공급받는 수입 대상 국가와 수입량을 살펴보면 자원 수입이 일부 지역에 크게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9~1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주요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보여주는 3개국 수입 집중도(특정 자원에 대한 상위 3개국으로부터의 수입÷전체 수입)를 측정한 결과 에너지 자원(석유, 천연가스), 6대 전략 광물(유연탄, 우라늄, 철, 구리, 아연, 니켈)은 모두 50%를 상회했다. 특히 철과 니켈은 90%가 넘어 특정 지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더욱 높음을 알 수 있다.

    희소금속은 지역적 편중도가 더욱 심하다. 10대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수입의 3개국 집중도를 보면 티타늄, 희토, 크롬, 몰리브덴을 비롯한 상당수의 광종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텅스텐, 코발트, 망간, 리튬, 마그네슘은 90%가 넘는 상황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자원의 매장량 자체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3개국 자원 수입 집중도와 세계 자원의 3개국 생산 집중도(특정 자원에 대한 상위 3개국의 생산÷전세계 생산)를 비교해보자.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감소한 희토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원의 수입 집중도가 생산 집중도를 상회한다. 이는 한국 자원 수입의 지역적 편중이 세계 자원 공급의 지역적 편중보다도 심화된 상황이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자원 수입의 지역적 편중 정도와 함께 주요 자원 수입 국가로부터의 공급이 중단됐을 때의 위험 정도를 동시에 알아보기 위해 HHI(전체 자원 수입대비 해당 국가로부터의 자원 수입 비중. 시장의 집중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 중 하나로 수치가 높을수록 집중 정도가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를 측정해봤다.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광물군으로 묶어서 보면 희소금속군의 HHI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6대 전략 광물, 에너지 자원 순으로 희소금속에 대한 수입원 다변화가 가장 시급한 것을 알 수 있다.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광종별로 보면 6대 전략 광물에 속하는 니켈, 희소금속군에 포함되는 코발트, 리튬, 망간이 3개국 수입 집중도와 함께 HHI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입 대상국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대체 공급원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광종임을 뜻한다.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은 세계 주요 자원의 반 이상을 소비하는 지역이다. 또한 현재의 산업 구조와 미래의 산업 변화 진행 방향도 유사해 수요 자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이는 현재 각 자원의 수입 리스크 성격에 따라 해외 자원 개발과 확보, 수입에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 배워라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일의 자원 수입의 지역적 편중 정도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각 자원을 에너지 자원, 6대 전략 광종, 주요 희소금속군으로 묶어서 2009~10년 상반기의 수입을 기준으로 HHI를 비교하면 한국은 모든 광물군에서 일본보다는 낮은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중국과 비교하면 6대 전략 광물만 낮은 수치를 보일 뿐 에너지 자원과 희소금속군의 수치는 매우 높다.

    이런 결과는 최근 수년 동안 중국이 구소련, 중남미 지역을 포함해 세계 각 지역에서 석유, 가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인 적극적인 노력,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벌인 자원 외교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가 자원 수입 리스크를 줄여나가기 위한 방향을 시사한다.

    2007~08년의 HHI, 2009~10년의 HHI를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자원 수입의 지역적 편중이 심화되는 추세도 살펴봤다. 그 결과 한국은 모든 광물군에서 과거보다는 양호해지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6대 전략 광물은 최근 2년 동안 HHI 수치가 상당히 감소했다. 다만 석유, 가스와 같은 에너지 자원은 다른 광물군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현재 기준으로 수입의 지역적 편중 정도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앞으로 편중이 심화될 것에 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도 중국이 최근 2년간 에너지 자원, 주요 희소금속군의 HHI가 크게 줄어든 사실, 또한 이를 위해 펼쳐온 그간의 노력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자원 수입에 있어 지역적 편중의 심화 외에 정치적, 환경적 위험 또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자원 수입의 정치적 위험도는 수입 대상국의 정치적 안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위험의 수준을 의미한다. 그리고 환경적 위험도는 대상국의 환경에 대한 인식, 제도 수준 등이 수입에 미치는 위험의 수준으로 해석하면 된다.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이 보고서에서는 2010년 7월 EU가 발표한 자원 공급 리스크 측정식을 이용해 2009~10년 상반기의 수입을 기준으로 자원 수입의 정치적 위험과 환경적 위험의 수준을 살펴봤다(수치가 높을수록 자원 수입의 정치적, 환경적 위험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희소금속군이 특히 높은 위험도 수치를 보여줬다. 그중에서 코발트, 텅스텐, 마그네슘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처음부터 수입의 지역적 편중에서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래 한국이 집중적으로 자원을 수입하는 일부 지역 및 국가들이 정치적, 환경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희소금속 외에는 6대 전략 광물에 포함되는 니켈의 위험 수준이 특히 높다. 이 같은 광물이 신소재, 2차전지 등과 같은 미래의 성장동력, 신성장 산업에 필요한 주요 자원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일본과 치열한 자원 확보전 예상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은 정치적 위험도에서 에너지 자원, 6대 전략 광물, 주요 희소금속의 순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에너지 자원은 석유와 천연가스 모두 정치적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 수치는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높은 상황이다. 반면 니켈, 코발트, 텅스텐, 마그네슘 등 각각의 광물로 봐서 위험도가 높은 전략 광물 및 희소금속군의 일부는 그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등 광물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이는 광물별로 위험도에 대한 차별 대응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환경적 위험 수준에서는 6대 전략 광물, 희소금속, 에너지 자원 순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 정치적 위험 수준과는 또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5개 광물은 환경적 위험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적 위험 수준이 다른 광물에 비해 높지 않은 철(6대 전략 광물)과 리튬(희소금속)의 경우에도 환경적 위험 수치가 높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치 및 환경적 위험 수준에서도 한국의 위험 수준은 일본과 비슷하거나 양호한 상태이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모든 광물군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도 수치를 보인다. 중국이 한국, 일본에 비해 자원의 소비량과 수입량이 절대적으로 많은데도 위험 수준이 가장 낮다는 점은 한·중·일의 자원 수입 리스크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수입 리스크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위험도 변화 추세가 상당 부분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2007~08년, 2009~10년 상반기의 위험도 수치 변화를 비교해보면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 위험도에서는 6대 전략 광물의 수치가, 환경적 위험의 측면에서는 에너지 자원과 6대 전략 광물의 수치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자원 수입 리스크 관리가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중국이 세계 각지의 자원을 싹쓸이하는 분위기 속에 한일 양국의 해외 자원 확보 및 수입 지역 다변화 전략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하지만 자원 수입의 각종 리스크는 위협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해외 자원 수입 전략에 있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자원 수입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고, 이 지역들이 정치적, 환경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이들 지역 상당수가 선진국이라기보다는 개발과 원조가 필요한 국가라는 뜻이다. 이를 해외 자원 개발과 수입 협상에 있어 국가별 대응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

    편중, 불안정, 과열경쟁… 자원 수입 리스크 비상
    자원 수입 리스크를 완화하고 관리하려면 먼저 자원 공급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직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자원 외교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서 지역적 편중의 심화는 자원 보유국과의 외교 관계와 함께 해당 지역과 관련해 축적된 정보량에 영향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외교 관계가 미흡하고 정보의 투명성이 낮게 판단되는 지역이나 국가에서는 자원 개발 사업을 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해외 자원 개발의 단계부터 대상 지역 및 국가의 정치적, 환경적 안정성을 고려해 진출해야 한다. 해외 자원 수입의 상당 부분은 개발부터 시작해서 이를 생산하고 수입하는 단계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최근에는 동북아 3국을 비롯한 주요 자원 소비국 사이에서 해외 자원 개발 및 확보를 통한 수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외 자원 수입의 리스크 관리는 개발 단계부터 안정성을 고려한 진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 및 국가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라면 해당 지역의 위험도를 직접적으로 낮추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개발도상국 혹은 후진국과의 자원 외교 과정에서 건설 부분에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각종 인프라 공급을 반대급부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때 정치적, 환경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자원 외교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인 국가라면 이 같은 분야의 인프라 산업이 추가적으로 진출하는 방법도 좋다.

    아울러 자원별 대체 소재 기술, 재활용 기술 수준 및 실제 재활용 비율, 산업적 수요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자원의 리스크에는 해외로부터의 수입 리스크와 재활용 기술과 활용 정도를 포함한 국내 리스크가 포함된다. 또한 대체 소재 기술의 유무와 그 수준도 미래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요구되는 사안. 이 같은 공급 측면의 데이터와 함께 수요 측면의 데이터 구축 역시 중요하다. 자원별로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의 수요량, 국가 경제적 중요성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도 자원 리스크에 대비한 전략 수립에서 빠질 수 없는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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