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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문정인 교수가 진단하는 북한 권력승계와 급변사태 가능성

“후계자 접촉해 비밀회동 만드는 ‘상상력’, 우리는 왜 못하나”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문정인 교수가 진단하는 북한 권력승계와 급변사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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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교수가 진단하는 북한 권력승계와 급변사태 가능성

9월13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 ‘북한 후계승계에서의 위기 가능성’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는 양시유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오른쪽)과 문정인 교수.

▼ 반면 토론의 중국 측 참석자들도 김정은이 이렇듯 전면적인 방식으로 등장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포럼이 8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이후에 열렸음을 감안하면 사뭇 의외인데요, 중국이 북한의 후계 동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걸까요.

“유교적 전통이 강한 북한 정치체제 특성을 볼 때 인민을 위해 공헌한 바가 전혀 없는 인물에게 갑작스레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됐죠. 당 대표자회를 통해 노출은 되겠지만 요직 임명은 쉽지 않다는 게 중국 측 패널이나 제 생각이었죠. 결과적으로 이는 우리가 잘못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포럼에서의 언급만 놓고 보면 중국도 미처 예상 못했던 방식임은 분명합니다.”

▼ 그렇다면 평양이 이렇듯 전격적인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인데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당 대표자회를 전후해 이뤄진 조치들을 보면 상당히 오랜 기간 착실히 준비한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당의 제도적 기반을 확고히 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이후 ‘고난의 행군’과 선군정치를 거치는 동안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중앙군사위원회 등 핵심멤버들이 사망해도 일일이 보충하지 않고 그냥 넘어왔습니다. 선군주의를 표방하면서 당이나 내각이 기형화된 상태였다는 거죠.

이번에 그렇게 비어 있던 당 요직을 모두 채워 군과 균형을 맞추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김경희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하는 제1서클, 당을 중심으로 하는 제2서클, 군이라는 제3서클로 3중의 후견서클을 만들어 후계체제를 지탱하겠다는 계산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각 총리를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한 것은 당과 군과 내각이 삼위일체로 김정일과 김정은을 지킨다는 구도를 시사하고요.



지난 6월 장성택과 그 측근들이 전면에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방위 부위원장과 당 중앙군사위원, 정치국 후보위원에 치안감찰기관을 총괄하는 당 행정부장까지 겸임하는 장성택은 이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이런 정밀한 설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죠. 물론 김 위원장이 본인의 건강을 확신할 수 없다보니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권력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승계절차를 서둘렀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엄밀히 말해 지금도 총비서 김정일의 시대이지 아직 김정은 시대는 아닙니다. 갈 길이 멀죠.”

문제는 밥이다

▼ 그런 의미에서 6월 장성택의 전면부상 직후에는 ‘장성택 과도체제’라는 표현도 나왔는데요. 한국의 재벌기업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활용했던 전문경영인 시스템과 비교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추후 후계자가 자기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관리체제의 구성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자신들이 지금 누리는 입지나 권력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을 텐데요.

“‘과도체제’라는 표현이 재미있긴 하지만 지금의 북한에 딱 맞아떨어지는 설명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아시아의 가족주의적 승계문화, 특히 재벌구조를 보면 후계자의 나이가 어릴 경우 대리인이나 그 주변인물들이 독자 권력을 구축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죠. 그러나 이는 선대가 죽었는데 후계자는 아직 경험이 일천할 때의 얘깁니다. 특히 후계자의 정통성이 흔들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그런 균열이 생기곤 합니다.

반면 앞서 말했듯 아직은 김정일 체제이고, 장성택과 김경희는 그 믿을 만한 관리자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선대가 아직 서슬 퍼렇게 살아 있으니 과도체제라고 말하기 어렵고 특히 대리인이 다른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장성택 부부의 역할은 오히려 승계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뜻을 관철해내는, 재벌그룹 가신(家臣)들과 비교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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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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