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10일 서울 여의도 산림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 청장은 기자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깼다. 갸름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친근한 모습, 골똘히 생각할 때는 입술과 턱 사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르고는 수줍게 웃는 표정은 영락없이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신임 청장은 산림청 역사상 첫 교수 출신 청장이다. 2월9일 29대 산림청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는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였다. 1967년 개청 이후 1대 김영진 청장부터 28대 정광수 청장 중 2명(14대 최평욱 육군중장, 16대 조남조 국회의원)을 빼곤 모두 공무원 출신 청장이었으니 기자의 고정관념도 생길 만하다.
이 청장은 1965년 서울대 임학과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부터 30년간 교수 생활을 했으니 천생 그의 직업은 교수다.
“오늘 제가 지도하던 제자 2명의 지도교수를 바꿨어요. 제자 중 한 명은 서운해서 울기에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요즘은 일주일에 절반은 서울 사무소로 출근해요. 국회 업무보고도 있고 이곳저곳 찾아 인사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그런데 아직은 청장 호칭이 낯설어요.”
2월8일 이 청장 내정 소식에 산림청 안팎에선 ‘잘됐다’와 ‘설마’라는 반응이 함께 터져 나왔다고 한다. 각국 산림 관계자들과 나무를 잘 아는 전문가가 와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주류였지만, 고위직일수록 ‘설마’라는 반응이 컸다고 한다. 당시 A교수가 ‘산림청장 되기 운동’을 펼치고 있어서 학자 출신 중 산림청장이 나온다면 다들 A교수일 것으로 짐작했다. 이 청장 역시 A교수의 ‘산림청장 되기 운동’을 도왔다고 한다. 지인에게 ‘A교수가 산림청장으로는 제격’이라고 알리는 게 이 청장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청장은 그의 몫이 됐다.
다른 사람 밀다 자신이 감투 써
“(제가 청장에 내정돼) 겸연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청장 내정 통보를 받고 (서울대) 오연천 총장에게 말씀드렸더니 ‘하시라’더라고요. A교수에게도 말씀드렸어요.”
인터뷰는 그렇게 첫 교수 출신 산림청장 임명 배경부터 시작됐다.
▼ 산림청장이 되실 거라고 예상했습니까?
“전혀요. 통보받고 놀랐습니다. 주변 어르신들이 ‘산림청 공무원이 좋다더라’고 하시기에 임학과에 입학했는데, 정말 산림청 공무원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 이 청장께서 대학에 입학할 때는 산림청 개청 전인데요.(산림청은 1948년 농림부 소속 산림국으로 설치돼 1967년 1월 산림청으로 승격했다. 이 청장은 1965년 청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다)
“당시 농림국이 산림청으로 승격한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덩달아 ‘산림청 공무원이 좋다더라’는 얘기도 많이 퍼졌죠. 저희 때는 물리, 화학, 생물 중 한 과목을 선택할 때였는데 저는 물리를 선택했어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공대에 가려고 했는데, 결국 산림청에 들어가려고 임학과를 선택했죠.”
▼ 결국 꿈을 이뤘네요. 임명권자(이명박 대통령)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숲’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서울숲에 아파트를 지으면 4조원이 남는다고 했는데, 서울시민들의 도시 숲 필요성에 당시 이 시장이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에서 이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러 오셨을 때도 만났습니다. 2008년에는 한국 주도의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Asian Forest Coop- eration Organization) 설립을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