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호

46년 만에 꿈 이룬 이돈구 신임 산림청장

“이래봬도 별명은 터프 가이, 국장들만큼은 터프하게 대하겠다”

  • 배수강│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sk@donga.com

    입력2011-03-18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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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청 가려고 임학과 입학
    •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회장 출신…“국제기구 설립한다”
    • 서울숲 사업으로 MB와 인연
    • “그린벨트 해제는 안타까운 일”
    • “구제역으로 산불 경각심 느슨”…취임 첫 업무는 산불 대비태세 점검
    • “나무 심는다면 달나라라도 간다”
    46년 만에 꿈 이룬 이돈구 신임 산림청장
    청장실 문을 열면, 아이보리색 공무원 점퍼를 입고 새마을운동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사각형 얼굴의 사람이 흙 묻은 목장갑으로 바지를 툭툭 털면서 인사할 줄 알았다. 적어도 이돈구(65) 산림청장을 만나기 전까지.

    3월10일 서울 여의도 산림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 청장은 기자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깼다. 갸름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친근한 모습, 골똘히 생각할 때는 입술과 턱 사이를 손으로 지그시 누르고는 수줍게 웃는 표정은 영락없이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신임 청장은 산림청 역사상 첫 교수 출신 청장이다. 2월9일 29대 산림청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는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였다. 1967년 개청 이후 1대 김영진 청장부터 28대 정광수 청장 중 2명(14대 최평욱 육군중장, 16대 조남조 국회의원)을 빼곤 모두 공무원 출신 청장이었으니 기자의 고정관념도 생길 만하다.

    이 청장은 1965년 서울대 임학과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부터 30년간 교수 생활을 했으니 천생 그의 직업은 교수다.

    “오늘 제가 지도하던 제자 2명의 지도교수를 바꿨어요. 제자 중 한 명은 서운해서 울기에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요즘은 일주일에 절반은 서울 사무소로 출근해요. 국회 업무보고도 있고 이곳저곳 찾아 인사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그런데 아직은 청장 호칭이 낯설어요.”



    2월8일 이 청장 내정 소식에 산림청 안팎에선 ‘잘됐다’와 ‘설마’라는 반응이 함께 터져 나왔다고 한다. 각국 산림 관계자들과 나무를 잘 아는 전문가가 와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주류였지만, 고위직일수록 ‘설마’라는 반응이 컸다고 한다. 당시 A교수가 ‘산림청장 되기 운동’을 펼치고 있어서 학자 출신 중 산림청장이 나온다면 다들 A교수일 것으로 짐작했다. 이 청장 역시 A교수의 ‘산림청장 되기 운동’을 도왔다고 한다. 지인에게 ‘A교수가 산림청장으로는 제격’이라고 알리는 게 이 청장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청장은 그의 몫이 됐다.

    다른 사람 밀다 자신이 감투 써

    “(제가 청장에 내정돼) 겸연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청장 내정 통보를 받고 (서울대) 오연천 총장에게 말씀드렸더니 ‘하시라’더라고요. A교수에게도 말씀드렸어요.”

    인터뷰는 그렇게 첫 교수 출신 산림청장 임명 배경부터 시작됐다.

    ▼ 산림청장이 되실 거라고 예상했습니까?

    “전혀요. 통보받고 놀랐습니다. 주변 어르신들이 ‘산림청 공무원이 좋다더라’고 하시기에 임학과에 입학했는데, 정말 산림청 공무원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 이 청장께서 대학에 입학할 때는 산림청 개청 전인데요.(산림청은 1948년 농림부 소속 산림국으로 설치돼 1967년 1월 산림청으로 승격했다. 이 청장은 1965년 청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다)

    “당시 농림국이 산림청으로 승격한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덩달아 ‘산림청 공무원이 좋다더라’는 얘기도 많이 퍼졌죠. 저희 때는 물리, 화학, 생물 중 한 과목을 선택할 때였는데 저는 물리를 선택했어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공대에 가려고 했는데, 결국 산림청에 들어가려고 임학과를 선택했죠.”

    ▼ 결국 꿈을 이뤘네요. 임명권자(이명박 대통령)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숲’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서울숲에 아파트를 지으면 4조원이 남는다고 했는데, 서울시민들의 도시 숲 필요성에 당시 이 시장이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에서 이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러 오셨을 때도 만났습니다. 2008년에는 한국 주도의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Asian Forest Coop- eration Organization) 설립을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졌어요.”

    여기서 잠시 부연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서울시는 서울 성수1가에 있는 뚝섬에 ‘서울숲’을 조성해 이듬해 6월 개원했다. 당초 골프장, 승마장 등이 있었지만 서울숲 사업으로 5개의 테마공원이 만들어지고 수목 41만 그루가 심어졌다.

    세계산림과학대회는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가 5년마다 개최하는 학술행사로, 2010년 서울대회에는 세계 100여 개국 산림분야 각료급 인사와 유엔 등 국제기구 인사, 학자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청장은 IUFRO 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 교수가 말한 AFoCO는 이 대통령이 2009년 6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설립을 제안했고, 2010년 세계산림과학대회에서도 기구 설립을 재차 언급했다. 이 아이디어는 2008년 이 청장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핀란드에 있는 유럽산림연구소(EFI)를 벤치마킹해 ‘한국에 아시아산림연구소(AFI)를 설립하자’는 내용이었다. AFI가 AFoCO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AFoCO 얘기가 나오자 차분하던 그의 말이 조금씩 빨라졌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설립 추진

    “AFoCO는 아시아지역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한국 주도의 독립된 국제기구입니다. 현 정부 임기 내 기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기구가 출범하면 총 200만달러 규모의 협력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뒤 정부는 한·아세안 산림분야 그룹회의와 한·아세안 산림분야 고위급 회의, 농림장관 회의 등을 통해 AFoCO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국제기구로는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유일하다.

    대화는 자연스레 또 다른 국제회의인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로 흘렀다. UNCCD는 사막화를 겪는 국가를 지원해 사막화를 막고 가뭄 피해를 완화하려는 유엔 3대 환경협약(나머지 두 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중 하나. 2년마다 194개 회원국 대표와 장관급 인사 2000여 명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로 올해 10월10~2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 청장은 3월8일 창원시를 방문해 행사장 시설과 숙박 등 총회 준비에 따른 협력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UNCCD는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열렸는데, 2008년 6월 UNCCD 럭나가자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황폐화한 토지를 성공적으로 녹화한 모범국 한국에서 개최해달라고 제안했어요. 아시아에서 처음 총회를 개최하는 겁니다.”

    ▼ 저도 어릴 적 녹화사업에 참여(?)했는데요, 식목일 즈음 나무 심으러 선생님과 산에 올랐죠.

    “그러셨군요.(웃음) 우리나라 대표 국가브랜드가 3개 있는데 일류 IT 기술, 개도국이 배우려 하는 새마을운동,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성공사례인 치산녹화 기술입니다. 국가지도자의 리더십과 치산녹화 계획의 단계적 추진, 국민적 참여 등으로 가능했던 거죠. 전 국토의 64%가 산림이지만 사실 토양과 기후가 썩 좋은 조건은 아닙니다. 대신 바위를 깨 나무를 심어 민둥산을 녹화하는 등 조림기술만큼은 외국인들도 부러워합니다. 몽골 등 사막화가 진행되는 국가에 우리의 조림기술을 전파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우리의 치산녹화는 해외 임업 관계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아킴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한국은 환경보호에 대한 여러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한국의 조림사업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라고 했고,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성공작이며 개도국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청장 역시 외교통상부 한-아세안 환경협력사업단 단장으로, 아세안 지역 학생들을 초청해 공부시키며 한국의 우수한 조림 기술을 가르쳤다.

    “아세안 각국은 나무가 잘 자라나는 기후여서 좋은 협력관계를 가져야 해요. 한국으로 유학 온 각국 엘리트들에게 체재비 2000만원을 지원해주면 모두 ‘친한파’가 됩니다. 이런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해요.”

    46년 만에 꿈 이룬 이돈구 신임 산림청장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일대에서 학생과 시민 200여 명이 나무심기 행사를 하고 있다.

    ▼ 해외에도 나무를 심었군요.

    “몽골 고비사막 3000ha와 중국 쿠붙이 사막 804ha에 나무를 심었는데 황사 방지를 위한 그린벨트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심을 거고요. 국내에서 부족한 목재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의 2만5000ha에 나무를 심을 겁니다. 이미 조림대상 지역 40만ha를 확보했어요. 지난해까지 12개국에서 약 23만ha에 걸쳐 나무를 심었죠.”

    치산녹화는 한국 대표 브랜드

    ▼ 우리나라 치산녹화를 위해서 아카시 나무를 많이 심지 않았나요?

    “그렇죠. 아카시, 오리나무를 많이 심었죠. 빨리 자라는 나무를 많이 심는 양적 조림이었죠. 일부에선 아카시 나무가 참나무 같은 고유수종의 생장을 방해한다고 하잖아요? 아카시 나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아카시 나무 덕분에 빠른 시간에 녹화에 성공했고, 우리는 꿀도 얻잖아요? 연구결과 참나무가 커가며 햇빛을 가려 오히려 아카시 나무가 자연 고사합니다. 그러니 아카시 나무를 일부러 베어내려 하지 않아도 돼요.”

    ▼ 그런가요? 저희 선친 묘소 주변 아카시 나무는 자연고사는커녕 베어내어도 옆으로 더 잘 자라던데요?

    “묘소는 뻥 뚫려 있어 햇볕을 잘 받아서 그래요. 베어내면 얘들(아카시 나무)이 위기감을 느껴 옆으로 뿌리를 뻗어 싹을 틔우거든요. 그래서 다음에 묘소를 찾을 때는 더욱 ‘번성’해 있는 겁니다. 그땐 제초제를 뿌려야죠.”

    나무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인터뷰하는 1시간 반 동안 자문자답하며 다양한 손짓으로 추임새까지 넣는 모습은 이때가 유일했다.

    “철쭉 있잖아요? 얘들은 철분이 많아야 잘 커요. 집에 철쭉을 키운다면 못 몇 개를 흙에 묻어두고 물을 주세요.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니까 (알칼리성인) 우유는 주지 마세요. 아스팔트나 시멘트 사이에 싹을 틔운 식물들은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요. 생장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어려워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요. 그러고 보니 식목일도 다가오네요.”

    ▼ 식목일(4월5일)은 나무 심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식목일 변경론’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랬죠. 결국 2009년 3월 국무회의에서 결론을 냈죠.”

    ▼ 어떤 결론이었던가요?

    “헐벗은 국토를 녹화한 기념일로서 의미가 커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어요. 통일 후 북한지역 나무심기도 고려했고요. 그러니 굳이 식목일을 고집하지 말고 남부지역은 2월 셋째 주부터, 중부지역은 3월 둘째 주 정도부터 심으면 됩니다.”

    산림청은 올해에도 3월21일부터 4월30일까지 전국 산림과 하천변, 자투리 땅 2만ha(서울남산 면적 67배) 공간에 3800만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성공을 위해 ‘4대강 희망의 숲’ 조성 사업도 추진한다. 전국 38곳(한강 4, 금강 8, 영산강 8, 낙동강 18) 59ha에서 식목일 전후 한 달간 동시에 진행된다. 3월20일까지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4대강 희망의 숲 사업으로 전국 38개 휴식 공간 생겨

    “가족이나 연인, 친구, 직장동료 등이 함께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수변생태공간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뜻 깊은 사업입니다. 동시에 지역 특징에 맞는 ‘숲’ 명칭을 공모해 표지판도 세울 겁니다. 예를 들어 남한강 수계인 경기 광주시 숲은 팔당호의 아름다운 물안개를 떠올려 ‘물안개 숲’으로 이름 짓는 식이죠. 전국에 휴식 공간 38개가 생기는 거죠.”

    46년 만에 꿈 이룬 이돈구 신임 산림청장
    ▼ 자투리땅에도요?

    “그럼요. 나무 심는다면 자투리땅이 아니라 달나라라도 날아가야죠.”

    ▼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합니다. 수목이 잘 자라도록 비료도 주고 나무를 돌보는 날도 정할 겁니다. 주민과 참여단체, 지자체 등이 한 달에 한 번 ‘숲 관리의 날’에 숲을 가꿀 예정입니다.”

    ▼ 요즘은 건강을 위해 산림욕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요.

    “그렇습니다. 2009년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국민 61.1%가 산림치유에 대해 알고 있고, 81.5%가 ‘효과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환경성 질환 등이 늘면서 국민들이 숲 치유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산림청도 2008년부터 산음자연휴양림(경기 양평군 소재)에 ‘치유의 숲’을 개장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4월에는 전남 장흥 편백숲과 강원 횡성 숲체원을 개장해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현재 경북 영주·예천 지역에서는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를 조성하고 있고요. 전국 123개 자연휴양림에 숲 해설사도 600여 명 배치했습니다. 치산녹화에 동참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숲길, 둘레길 조성 등도 그렇고요.”

    산림치유는 숲이 가지고 있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자연경관, 토양, 온습도 등을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음자연휴양림 내 치유의 숲을 찾은 사람은 2599명. 당일 체험과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치산녹화도, 산림치유도 모두 숲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데요,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계속 줄고 있네요.(그린벨트는 1971년 7월 수도권에서 지정되기 시작해 1977년 4월 전국 53억9711만㎡가 지정됐지만, 2000년대에만 14억7186만4000㎡(27.3%)가 해제됐다. 현 정부 들어서도 주택공급 등을 위해 그린벨트를 더 풀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린벨트 해제는 좋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공장이나 도로 등 국민생활에 필요한 토지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이 낮은 산지에 대한 개발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그린벨트나 국유림을 쉽게 생각하면 안돼요. 국유림도 보전가치가 낮거나 개발수요가 예상되는 산지는 전용을 허용하겠지만, 보전이 필요한 산지는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겁니다. 골프장 등 대규모 산지전용에 대해서는 허가기준을 보다 강화할 거고요. 국유림 비율은 현재 24.2%에서 2030년까지 32.1%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공무원들도 개발 토지가 마뜩잖으면 ‘국유림 내놔라’하고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이 대목에서 그의 강단이 느껴졌다. 산림청이 만만한 곳이 아니고, 청장도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듯한.

    “산림은 나무와 야생 동식물, 토양, 미생물, 산림생태계 구성 요소들이 상호작용하고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관련 기능들이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등으로) 분리 관리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고 봐요.”

    ▼ 그렇군요.

    “겉보기와는 다르겠지만, 제자들은 저를 ‘터프 가이’라고 부릅니다. 가르칠 때는 매섭게 혼내기도 하고 터프하게 밀고 나가서 그렇게 붙였대요.(웃음)”

    ▼ 터프한 산림청장으로 기록되겠군요?

    “제가 (산림청장으로) 간다고 하니 (교수 출신이) ‘가봐야 바뀌겠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전체 1800여 명 직원에게는 터프하게 하지 않겠지만 국장들만큼은 터프하게 대할 겁니다. 일을 제대로 해야 하니까요.”

    ‘스스로’란 말을 즐겨 쓰는 긍정적 성격

    ▼ 취임식 직후 첫 업무가 산불상황실에서 산불 감시태세를 점검한 것인데요, 직원들에게 터프하게 보이기 위해서인가요?

    “그렇게 보였나요?(웃음) 산불은 산림청의 대표적인 재난입니다. 연평균 산불 478건 중 봄철에 296건(66%)이 발생합니다. 연중 산불 피해면적만 놓고 보면 91%(1053ha)나 돼요. 봄철은 고온 건조하고 동해안 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어요. 예전에 낙산사를 태운 양양 산불을 생각해보세요. 국민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줍니다. 올해 4월 초순에는 예년보다 건조할 것으로 예상돼 걱정스럽습니다. 구제역 방역 때문에 산불에 대한 경각심도 다소 느슨해졌고…. 그러니 청장으로서 더욱 경각심을 갖고 꾸준히 점검하고 있어요.”

    그에 따르면 산불 발생 원인은 등산객 등의 실화(43%), 논두렁·쓰레기 소각(26%), 담뱃불 실화(10%) 순이다.

    ▼ 봄철 산불은 어떻게 대비하나요?

    “산불감시원 2만5000여 명을 산불 취약지역에 배치했어요. 산불이 나면 감시원이 GPS 신고단말기 긴급버튼을 누르는데, 그러면 산불발생 위치가 상황실에 전송되죠. 이미 단말기 1만4000대를 보급했어요. 마을 이장 등 7만명에게는 산불위험정보를 휴대전화 문자서비스(SMS)로 제공해요. 4월 중순까지는 소각금지 기간으로 정했고요. 산림청 진화헬기 47대도 항상 대기합니다.”

    ▼ 국회 업무보고는 했나요?

    “네. 3월 4일에요.”

    ▼ ‘선방’했나요?

    “대부분 구제역과 관련해 (유정복) 농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질문하더라고요. 저한테는 한 세 분이 질문했나? 모두 구제역 관련 질문을 하다보니 민주당 최인기 의원이 웃으며 ‘따로 (산림청장) 청문회 해야겠다’고 했을 정도예요.”

    ▼ 그럼 ‘신동아’ 독자에게 제대로 된 업무보고 한번 해보시죠?

    “청장으로서 네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후변화 대응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해 녹색성장을 선도하겠다는 것, 임업인 소득증진과 국민 삶의 질 제고에 힘쓰겠다는 것, 재해에 강한 산림재해 안정망을 구축하겠다는 것, 글로벌 산림 리더국가가 되도록 산림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산림청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사기를 돋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도시락 싸들고 길도 없는 산에 올라 나무를 점검하는 직원들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스스로 이런 봉사에 나서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해요.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는 구슬을 한번 꿰어볼까 합니다.”

    ▼ 구슬을 꿴다?

    “지금까지 산림청 노력으로 구슬을 많이 만들었으니 이젠 꿸 차례죠. 예를 들면 전국 휴양림과 숲길, 둘레길 교통 정보나 특징, 많이 심어진 나무와 꽃 이름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식이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인터뷰 중 ‘스스로’라는 말을 꽤 즐겨 썼다. 고3이 된 외동딸에 대해서도 “어디에든 스스로 (대학에) 가겠죠”라고 했고,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1학년 때 스스로 학교 근처 교회를 찾아 신앙인이 됐다고도 했다. 기자가 ‘스스로’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고 하자 “긍정적으로 살려다보니 그런가 보다”며 웃는다.

    산림청 44년사(史)에 처음 등장한 교수 출신 산림청장. 그가 ‘스스로’ 어떤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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