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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9장 조중전쟁 (朝中戰爭)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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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동지, 저 등빛을 바꿀까요?”

평양 주변 군부대의 등은 모두 붉은색이다. 4군단이 위치한 해주시에도 붉은 등이 반짝이고 있다. 이윽고 김정일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흰색으로 해.”

그렇다면 중립이다. 황해북도 봉산 근처에 흰 등이 외롭게 켜져 있다. 바로 12군단인 것이다. 김정일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주변 장성들은 다 들었다.

“박정근이가 역사에 애국자로 기록될지도 모르겠군.”



7월26일 14시20분, 개전 27시간30분25초 경과.

막사 안으로 들어선 이동일이 도열해 선 해병들을 둘러보았다. 1소대장 황찬우 중위가 보고했다.

“총원 39명, 부상 8명, 현재원 31명. 집합 끝.”

46용사가 이제 39용사로 줄었고 그중 부상으로 누워 있는 병사가 8명, 이제 전력은 31명이다. 전사자는 7명. 조한철만 막사 뒤쪽의 공터에 매장했고 나머지는 이곳저곳의 전장에다 버려놓고 왔다. 매장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시신은 낯선 땅에서 비바람에 시달릴 것이었다. 이동일이 입을 열었다.

“평안북도 정주에 주둔한 북한군 425기계화군단이 중국군 1개 전차사단을 공격, 전멸시켰다.”

그 순간 병사들이 동요했다. 생기 띤 눈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다시 이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이로써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군과 북한군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거야, 그래서.”

목소리를 낮춘 이동일이 다시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12군단 특수정찰대와 함께 북상, 반란군과 합세해 적진을 교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동일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지만 모두 숨죽인 채 주시하고 있다.

“그래, 난 안다. 우리가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을. 하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꼭 죽는 생명체, 국민으로서 남자로서 이렇게 멋지게 죽을 기회가 또 있겠냐? 그렇게 생각하고 같이 떠나자꾸나.”

그러고는 몸을 돌려 막사 밖으로 나가버렸지만 남은 30명은 몇 초 동안 숨소리도 내지 않고 서 있었다.

“자, 준비.”

그래도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황찬우다. 소리친 황찬우가 뒤에 선 이용섭 하사한테 투덜거리며 물었다.

“중대장 연설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어?”

이용섭이 눈만 껌벅였으므로 황찬우가 대답까지 했다.

“영화에서 말야, 무슨 장군이 한 것 같은데.”

7월26일 15시, 개전 28시간10분25초 경과.

최기상 앞으로 다가온 사내가 경례 대신 손을 내밀었다.

“난 10군단 산하의 92교도사단 회천 군수공장 교도대 소속의 백한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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