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SK텔레콤(이하 SKT)의 애플 아이폰 출시로 변화한 업계 판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KT의 아이폰’과 ‘SKT의 갤럭시S’라는 경쟁 구도가 사라지고, 두 통신사와 삼성전자 간의 새로운 역학 관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삼성전자와 KT는 ‘불편한 관계’로 비춰졌다. 발단은 2009년 11월 KT의 아이폰 독점 출시였다. ‘아이폰 대항마’ 개발이 시급했던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SKT와의 ‘전폭적 파트너십’을 택했다. ‘삼성전자의 SKT 몰아주기’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될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KT에 대한 차별대우는 윈도모바일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옴니아2’에서 시작됐다. 이 폰은 3개 통신사에서 T옴니아(SKT), 쇼옴니아(KT), 오즈옴니아(LG유플러스)라는 이름으로 2009년 말 출시됐다. ‘옴니아 패밀리’의 인지도는 확연히 갈렸다.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삼성전자 ‘T옴니아2’ 광고가 인기를 누리면서, T옴니아가 옴니아2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반면 쇼옴니아는 단말기 광고에서 모델명인 ‘SPH-M8400’으로 명기되는 수모를 당했다. 급기야 이석채 KT 회장은 쇼옴니아를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홍길동’에 비유했다.
갈등은 삼성전자 대표 스마트폰 ‘갤럭시S’를 계기로 정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SKT를 통해 갤럭시S를 가장 먼저 선보였고, 2개월 후 LG유플러스에 갤럭시U를 제공했다. KT가 ‘갤럭시K’를 출시한 것은 SKT보다 4개월이나 늦은 지난해 10월이다.
배타적 공조 → 합종연횡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와 SKT의 밀월은 끝났다. SKT의 아이폰 출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뿐인가.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최신판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2.3)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넥서스S를 SKT와 KT를 통해 동시 출시했다. 구글 넥서스S는 애초 ‘SKT 독점 출시’로 알려졌기에, 이번 결정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갤럭시S2’ 역시 SKT와 KT에서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SKT의 관계가 소원해진 걸까.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 양사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삼성전자 측은 “SKT, KT 양사 모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정 업체 중심으로 라인업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0년 휴대전화 신모델 출시 현황을 보면, SKT에서 출시된 15개 모델과 KT에서 출시된 12개 모델 중 전용모델은 각각 5종이다. 양사 전용모델 수는 동일하다.”
삼성전자는 SKT의 아이폰 출시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류한석 소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로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갤럭시S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대적할 유일한 스마트폰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초라면, SKT가 아이폰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이제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아이폰 출시를 결정한 SKT 역시 성공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고 본다.”
서먹해 보였던 KT와 삼성전자의 협업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첫 근거리무선통신(NFC) 탑재 휴대폰을 KT에서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간의 ‘스마트카’ 협력에도 KT가 참여하고 있다. 3월 초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Wibro·무선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탑재한 태블릿PC ‘갤럭시탭 와이브로’를 KT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갤럭시탭은 4G 와이브로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운로드 속도가 3배가량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