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오랜 진통 끝에 나온 결과물치고는 비판도 만만찮다. 부대구조 개편과 장군직위 하향 조정을 통해 444명인 전체 장군 숫자를 2020년까지 15% 줄이기로 했다지만 정확한 감축 내역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보병사단, 지역군단, 기계화부대 개편과 병력규모 조정 등 육군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대부분 2016년 이후 2030년까지 진행될 장기과제로 미룬 것도 개혁의지를 의심케 한다며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번 계획안의 핵심이라 할 상부구조 개편 계획에 대한 해·공군 인사들의 반발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의 합동참모본부에 합동군사령부의 기능을 추가하고 사령관을 겸하는 합참의장에게 군령(작전지휘)권을 뒷받침하는 군정(작전지원)권을 부여하겠다는 기본구조가 1992년 818계획 당시의 개념과 흡사하다는 것. 국방참모의장(현 합참의장)에게 각군에 대한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부여하려 했던 이때의 그림은 해·공군과 여론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해·공군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부구조 개편이 사실상 육군 중심의 통합군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은 뒤 작전지휘 기능이 각군 총장으로 이관된 후에는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이 수직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나, 각군이 나누어 맡고 있는 군수와 교육 등을 하나의 기능사령부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의구심 어린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당 예비역 고위인사들이 연쇄회동을 갖고 대응책 마련을 논의하는 등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청와대와 국방부 역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에는 역대 해군참모총장 전원이 서명한 건의서가 정부에 제출되기도 했다.
3월10일 서울 해군호텔 영빈관에서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을 대표로 다섯 명의 예비역 해군 고위장성이 ‘신동아’와 마주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307계획이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들의 ‘육군 중심주의’가 잉태한 최악의 개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사관학교 17기로 2함대사령관과 작전참모부장, 작전사령관 등 요직을 두루 지낸 안 전 총장은 재임시절 ‘대양해군’이라는 모토를 처음 공론화한 인물로 해군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비역 인사로 손꼽힌다. 미 해군대학 연수 등을 통해 외국군의 현황과 전략개념을 연구하기도 했다.
마침 이날 아침에는 3월7일 307계획 보고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면담한 자리에서 남긴 발언이 ‘동아일보’에 보도돼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에 올랐다. 일부 참석자가 국방개혁이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해·공군이 육군의 ‘기능부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자 이 대통령이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는 것이 그 골자. 단도직입, 첫 질문으로 먼저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에 대한 생각을 안 전 총장에게 물었다.
문제와 다른 답
▼ 기사가 전하고 있는 대통령 발언의 골자는 “해·공군 총장의 얘기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많은 예비역의 의견과 똑같은데, 예비역들의 압력에 휘둘려 국방개혁의 발목을 잡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걸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국가 지도자를 함부로 비판해선 안 되겠지만, 군에는 나름의 전통과 전문성이 있는 겁니다. 현역과 예비역이 의견을 나누는 것이지 현역들이 예비역들 하라는 대로 무조건 따릅니까. 오히려 국방개혁 같은 중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죠. 대통령 본인부터 많이 들어야 하는 겁니다.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이의 의견을 듣고 종합하고 조정하는 것, 그게 민주주의의 과정 아닙니까. 군인은 거기서 제외되는 건가요.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국방개혁 논의가 예비역을 중심으로 하는 각군 이기주의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고 인식하는 듯한데, 나는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봅니다. 이기주의 때문에 개혁이 좌절됐다면 그건 육군의 이기주의 때문이었죠. 이기주의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겁니다. 해·공군은 갖고 있는 것도 빼앗겨왔어요. 이건 자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이죠. 지금 우리가 전하고 싶은 뜻은 한쪽 얘기만 듣고 그 말이 옳다고 믿어버리면 큰일이 날 수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