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유 옵션 상품을 중개하는 직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영향으로 이날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분신한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올해 1월5일에 사망하자 튀니지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벤 알리 대통령이 하야했다. 튀니지의 일일 산유량은 8만6000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0.1%밖에 되지 않지만, 이러한 반정부 시위의 물결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는 1월 중후반까지 소폭 상승했다.
이윽고 1월25일부터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로 상승했다. 이집트의 일일 산유량 역시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0.9%로 매우 미미하지만 세계 원유 수송량의 2.3%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때문에 수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유가가 치솟았다.
최근 들어서는 튀니지나 이집트와 달리 원유 순수출국인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리비아는 세계 12대 원유 수출국으로서 국제석유시장에 직접적인 공급 차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위가 내전양상으로 격화되면서 원유 생산이 평소의 절반가량(1일 85만배럴)으로 줄어들고 원유 수출도 위축되는 등 리비아의 고품질 원유 공급 차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시나리오로 본 파장 예측
국제석유시장에서 공급 비중이 높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정세의 향방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현재 리비아 등 이 지역 국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볼 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상황을 중동 지역 정세 분석을 기초로 구성된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가정한 뒤 각각의 경우 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해보기로 하자.
우선 리비아 사태를 정점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이 조기에 가라앉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이다. 비록 원유 수출 감소로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원유 생산 비중은 2%로 크지 않다. 더욱이 리비아발(發)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여유 생산능력이 리비아의 원유 생산 규모(1일 165만배럴)의 2.8배에 달하기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증산에 나설 경우 리비아의 공급 차질 우려는 해소되고 국제석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리비아에 이어 바레인, 수단, 알제리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배럴당 10~40달러가량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은 원유 생산량이 일일 200만배럴 미만인 중소 산유국이므로, 이들 국가가 순차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앞서 위기를 겪은 산유국의 산유량이 순차적으로 회복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이 증산하면서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