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은 3월2일 미국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이다. 미국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 생물학 교수 앤서니 바노스키 연구진은 화석 기록상의 멸종률과 현재의 멸종률을 비교했다. 현재의 멸종률은 포유류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연구진은 지난 500년 동안 포유류 5570종 중 적어도 80종이 사라졌다고 본다. 반면 화석 기록상 포유류 멸종률은 100만년에 2종 이하였다. 그러니 현재의 멸종률은 사실상 대량 멸종 수준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지금의 멸종 위기종과 취약종은 100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향후 3세기에서 22세기 사이 지구 생물체의 75%가 사라지는 대규모 멸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멸종의 특징은 인간이 일으킨다는 점이다. 서식지 파괴, 공해, 온난화, 전염병 등이 지구 전체에서 생물들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6번째 대재앙
인간이 일으키는 이 멸종을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지구의 생물체는 다섯 차례 대규모 멸종을 겪었다. 이들 사건으로 지구 생물체는 적을 때는 50%, 많을 때는 95%가 사라졌다. 공룡도 대멸종 사건으로 사라졌다.
바노스키 연구진이 강조하고 있지만, 앞서의 다섯 차례 멸종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과 성격이 다르다. 지난 멸종은 소행성 충돌, 빙하기 같은 자연 현상으로 일어났다. 반면에 여섯 번째 멸종은 인류가 공통의 조상에서 내려온 친척 종들을 없애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 죽음의 물결이 인간에게도 밀어닥친다고 한다.
대멸종이란 생물 다양성이 단기간에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일컫는다. 얼마나 줄어들어야 대멸종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략 해양 생물 종의 65% 이상이 사라졌다. 해양 생물은 죽으면 바다 밑에 쌓여서 화석이 되기 쉽다. 상당수 육상 생물은 여러 환경 요인으로 인해 화석이 되기 전에 없어진다. 그래서 육상 생물이 얼마나 멸종했는지는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생명체는 약 38억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왔다. 5억7000만년 전까지는 단세포 형태였다. 약 6억7000만년 전 첫 번째 대멸종이 일어났다. 그러나 대멸종이라는 말이 와 닿지는 않는다. 세균 같은 단세포 생물은 거의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 설령 미생물 수억 종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해도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것이다. 어쨌든 당시 살고 있던 생물들은 거의 전멸했지만 이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대멸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5억7000만년 전 생물은 갑자기 다양해졌다. 조물주가 세포를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며 갖가지 형태를 시험하는 양 온갖 생물이 등장했다. 최초의 척추동물도 이 시기에 출현했다.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이것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한다.
멸종 피한 극소수엔 기회
이렇게 마구 늘어난 생물들은 4억4400만년 전 갑자기 사라졌다. 바로 첫 번째 대멸종이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에 일어난 이 사건으로 해양 생물 집단의 50%가 사라졌다. 학자들은 이 대멸종이 빙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지표면의 대부분이 얼어붙으면서 해양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나 많은 생물이 죽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