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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슈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후폭풍

재계는 지금 빨대로 숨 쉬는 기분

  • 배수강|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sk@donga.com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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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기환송 高法, “2년 이상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으로”
  • ●4년 전 大法 ‘불법파견’ 판결…대법원의 오락가락 판결
  • ●노동계 “전원 정규직화하라” 고삐
  • ●현대차 “하청업체 근로자일 뿐…재상고했다”
  • ●조선, 철강 등 사내하도급 근로자 32만명 영향권
  • ●“정리해고 못하게 하면서 정규직화만?” 재계는 부글부글
  • ●파견법 개정 등 勞社政이 지혜 모아야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문제를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가 정면충돌 양상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한 데 이어, 지난 2월10일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게 발단이 됐다.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사내하청노조)는 “모든 비정규직의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재계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을 이용해 노동계가 노사관계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대차는 대법원에 즉시 재상고했다.

이처럼 재계와 노동계가 전면전 양상을 보이는 것은 양측 모두 이 사안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메가톤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현대차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를 한번에 풀겠다’는 태세다.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지만 금속노조는 1900여 명을 원고로 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현대차 하청지회는 노동계 지원 속에 지난해 11월15일부터 25일간 울산 1공장 CTS(도어탈착공정) 라인을 점거해 3269억원의 매출 손실을 냈다. 조계사 단식 농성(2월9~22일)과 서울 양재동 광고탑 고공농성(2월12~18일),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재계는 납빛이 됐다. 3월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긴급 성명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원청 기업의 비정규직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정규직 노동자인데, 노동계가 사내하도급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난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다.

재계, “대법원 확정판결 나면 뒤집힌다”



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재계는 시쳇말로 ‘뒤집힌다’고 말한다. 사내하도급 문제가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철강, 전자 등 주요 기간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판결에 따라 연쇄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사내하도급 활용 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전체 근로자 132만6040명 중 사내하도급 근로자 수는 32만5932명(24.6%). 사내하도급 근로자 비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조선 61.3% △철강 43.7% △기계·금속 19.7% △자동차 16.3% △전기·전자 14.1% 순이다. ‘하도급 뇌관’이 터지면 국내 주력 수출업종 대부분이 파편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남은 대법원 판결을 경제 5단체가 주시하는 이유다.

“2006년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는 지금까지 줄곧 ‘적법한 도급’이라고 판결했는데, 지난해 대법원과 올해 고법은 ‘불법 파견’이라고 봤다.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로 산업현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요즘 경제인들은 정말 ‘빨대로 숨 쉬는 기분’이다. 갑갑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판결이기에 이처럼 재계의 숨통을 조이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판결 쟁점인 고용형태(도급과 파견계약)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급과 파견계약 모두 근로자가 외부 업체에 고용돼 특정 회사로 보내져 일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도급계약은 도급인(원사업자)이 수급인(하청업체)에게 일정 업무의 완성을 맡기는 것이다. 수급인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를 사용해 수임한 업무를 완성한다. 사용관계와 고용관계가 같아 작업 지시와 감독도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인이 담당한다. 이때 도급업무가 도급인 사업장에서 이뤄질 경우 일반 도급과 구별해 ‘사내하도급’이라고 한다. 시설 경비 용역이 대표적이다.

반면 파견계약은 사용사업주(원사업자)가 파견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에 규정한 32개 업종에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는데, 제조업은 대상이 아니다. 근로자의 사용관계와 고용관계가 분리돼 있어, 사용사업주가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지 않았다 하더라도 근로자를 작업 지시·감독할 수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현대차에서 작업 지시와 감독을 받는 ‘불법 파견’이었다”고 주장한다. 제조업은 파견계약 업종이 아니어서 도급만 가능한데, 사실상 파견 업무를 했으므로 ‘불법 파견’이라는 얘기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는 2년 초과한 파견근로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일반화된 사내하도급을 ‘도급으로 볼 것이냐 파견으로 볼 것이냐’가 이번 판결의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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