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타블로이드판 시사주간지 ‘일요서울’은 지난해 3월9일 윈저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에 대해 여권 실세-국세청과의 로비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디아지오는 윈저 외에도 조니워커 등을 판매하는 세계 1위 주류회사로 디아지오코리아는 디아지오의 한국법인이다. 보도가 나가자 디아지오코리아(이하 디아지오)는 해당 언론사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금 지급과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조원철)는 디아지오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요서울’ 보도는 사실이라면 꽤 충격적인 내용인데, 법원은 언론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먼저 이러한 의혹이 제기된 배경과 보도내용을 알아봤다.
꽤 충격적인 의혹 내용
디아지오는 2003년 6월23일 주류수출입면허를 취득,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서 수입직매장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국세청은 2006년 10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주류업체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를 벌였다. ‘신동아’가 확인한 국세청 문서에 따르면 디아지오가 부가가치세법을 위반한 점이 적발됐다.
구체적인 범칙사실은, 2005년 무면허판매업자 조모씨에게 2억3900만원(공급가액)어치의 주류를 판매하고 위장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점, 2005년 같은 방법으로 T사 등 16개 업체에 20억원(공급가액)어치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점, 2006년 같은 방법으로 S사 등 18개 사에 23억8000만원(공급가액)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점이었다.
국세청 측은 2007년 6월 디아지오에 탈세액을 추징하고 벌과금을 부과했다. 또한 디아지오 영업상무 이모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후에 이씨는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외에 국세청 측은 디아지오의 주류수출입면허를 취소했다.
특히 면허취소 조치는 국내 주류업계의 판도를 바꿀 사안이므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일벌백계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세청이 소규모 주류 수입업체의 수입업 면허를 취소한 적은 있지만 업계 상위사에 대한 취소 처분은 이례적인 고강도 제재 조치로 받아들여졌다.(한국일보 2007년 6월27일 보도)
이로 인해 디아지오는 1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다음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면허 재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세청이 디아지오에 면허를 다시 내줄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로 국세청 관계자는 2007년 6월2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 뒤에 디아지오가 새 면허를 신청할 수 있지만, 면허를 내줄지 안 내줄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정상적, 문제는 이후”
국세청 측은 2008년 2월25일(면허증 기준) 디아지오에 주류수출입면허를 다시 발부해줬다. ‘일요서울’은 이명박 정권 실세와 국세청에 대한 로비의혹을 제기했다. ‘일요서울’ 보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로비의혹의 핵심은 디아지오 측, 여권 실세 K씨 L씨 D씨, 당시 국세청 고위인사다. 디아지오 측은 탈세 등으로 취소된 수입면허를 다시 발부받기 위해 영남권의 유명 주류업체 사장 등을 통해 여러 여권 실세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디아지오에) 최종적으로 면허취소 결정이 난 것은 2007년 중반경이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세무활동이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정권이 현 정권으로 바뀌자 디아지오 측은 현 정권이 인수위 시절이던 2008년 초 영남권 유명 주류업체의 C사장을 찾아가 현 정부에 구명로비를 부탁했다는 것.
디아지오 측의 부탁으로 C사장은 인수위의 고위 인사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C사장이 어떤 조건으로 디아지오 측의 부탁을 들어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디아지오 측의 연 매출을 감안하면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무조사에 관여했던 J씨는 ‘여권의 L씨가 국세청 고위 인사를 자주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다. 국세청 고위 인사는 이후 수입면허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디아지오는 재판과정에서 “법령상 필요한 요건들을 구비하여 관할 세무서장에게 주류수입업 면허를 재신청했다. 관할 세무서장은 면허를 재발급하는 데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법령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주류수입업 면허를 재발급해준 것”이라며 로비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디아지오의 이 같은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은 국세청 관계자가 ‘일요서울’ 기자에게 “디아지오는 면허를 재발급받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국세청 고위 인사는 디아지오 세무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챙긴 것은 물론이고 면허 재발부와 관련된 지시도 직접 내렸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제보한 점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