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한반도 일대의 야간 위성사진. 남북한의 불빛 개수 차이가 확연하다.
3월초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일제히 쏟아낸 발언의 골자다. 과연 그럴까. 3월7일 유엔아동기금은 “북한 주민 가운데 37%가 외부의 식량지원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연재해와 식량난을 겪는 바람에 아사 위기에 놓인 북한 주민의 숫자가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것. 최고의 북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정부와 북한에 상주 직원을 두고 있는 국제기구의 엇갈린 판단은 혼란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체제가 과연 위기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들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으로 곳곳에서 소요와 질서 붕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 “붕괴에 대비해야 할 만큼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견해와 “악화되긴 했지만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돼 버틸 만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 휴전선 이북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계량할 방법이나 자료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이나 국내총생산(GDP)에 관해서는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추정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추정치일 뿐 정확성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 한국은행이 1991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통계치가 대표적이다. 정확한 집계방법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이 통계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신뢰도를 두고 계속 논쟁을 벌이고 있다. 유엔 통계국이나 세계은행(World Bank), 미 중앙정보국(CIA) 등이 조사한 수치 역시 기관 간 편차가 크기는 마찬가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라는 북한의 특성에다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는 군사경제와 지하경제의 엄청난 규모가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신동아’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지구물리자료센터로부터 입수한 관측 데이터는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1992년부터 최근까지 매일 저녁 8시30분부터 10시 사이에 북한을 촬영한 야간 위성사진이 그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집무실 벽에 붙여놓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이들 사진은, 총 다섯 개의 미국 기상관측 위성이 매일 지구 주위를 돌며 촬영한 것 가운데 구름 등의 방해물이 없는 것만 모아놓은 방대한 분량의 자료다. NOAA는 매년 이렇게 축적된 수백 장의 야간 사진 속 불빛의 개수를 추출해 연 단위로 합성한 뒤, 이를 세계 전체지도의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빛 개수 데이터는 각국의 경제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그간 미국 측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2009년 브라운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외기권에서의 경제성장 측정(Measuring Economic Growth from Outer Space)’이 대표적이다. NOAA의 위성사진 합성본에 나타난 나라별 불빛 개수 증감이 해당 국가의 GDP 추이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그 골자. 이러한 방법을 통해 통계가 부실하거나 제대로 축적되지 않은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러한 접근방식은 군사경제나 지하경제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포착한다. 쉽게 말해 직접 들어갈 수 없는 나라의 경제 형편을 우주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