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이 대통령 왼쪽)와 함께 아랍에미리트 브라카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가 2009년 12월27일 홈페이지에 올린 첫 문장이다. ‘400억달러 UAE 원전 수주’의 ‘쾌거’가 알려지는 순간이다. 이 보도자료에는 ‘한국 역사상 최대의 초대형 프로젝트’ 등 최상급 수식어들이 일제히 동원된다. 오랫동안 전국이 이 빅뉴스로 들썩인다.
청와대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원전 수주 경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정상외교가 최종사업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이라면서 공(功)을 이 대통령에게 돌렸다.
UAE 원전의 세 번째 진실?
그러나 청와대가 침묵해온 UAE 원전의 진실 중 두 가지가 나중에 드러난다.
첫 번째는 UAE 원전 수주와 연관돼 우리 국군을 UAE에 파병한 점이다. 지난해 11월11일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UAE 파병이 원전 수주와 전혀 무관치는 않다고 뒤늦게 밝힌 것이다. 그 이전까지 정부는 원전 수주와 국군 파병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해왔다. 특전사 파병 및 주둔에 드는 연간 100억원대의 비용도 우리가 대부분 부담하기로 했다.
UAE 파병과 원전 수주가 ‘패키지’라는 점은 UAE 원전 계약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UAE 파병동의안에 반대한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원전 수주를 위해 국군을 파병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 국방장관, 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 본 비밀 합의문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UAE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공개를 거부했다.
두 번째는 UAE 원전 공사비 중 100억달러를 우리가 28년 동안 회수하는 조건으로 UAE에 빌려주기로 한 점이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UAE에 빌려줄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정부 측 문건이나 증언으로 이 같은 사실에 접근하고 있었다. 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도 이를 다뤘다. 지난 1월30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공론화됐다. ‘2580’은 “우리나라는 UAE보다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높은 이자로 돈을 꿔와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손해를 보게 된다”며 역마진 발생을 우려했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이야기를 일절 알린 적이 없다.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은 과도하게 홍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선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가 말하지 않은 세 번째 진실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것은 4기의 UAE 원전이 가동될 경우 필연적으로 쏟아지게 될 핵폐기물에 관한 것이다.
2010년 4월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강 의원은 “(UAE) 원전 핵폐기물 처리 책임은 우리 한전이 맡도록 돼 있어요. 그렇지요”라고 질의한다. 이어 “(핵무기 개발 우려가 있는) 핵폐기물 처리시설이 (중동인) UAE 내에 있는 것을 미국이 바라지 않았다고 해요”라고 부연했다.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아닙니다. 이 원전 폐기물 처리는 UAE 측이 전적으로 맡도록 돼 있고요. 그리고 지금 관련 국제규범에 따르면 사용 후 핵연료는 자국 이외에 빠져나갈 수 없도록…”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