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사상 세계 4번째로 큰 진도 9.0의 대지진, 10m 높이 쓰나미, 원전 연쇄 폭발, 계속되는 여진과 쓰나미 경보…. 상상하기조차 힘든 다중 재난 앞에 삶의 흔적은 처참하게 스러졌다. 배가 마을로 향하고, 자동차가 지붕 위에 걸리고, 철도가 엿가락처럼 휘고, 아스팔트 도로가 끊어졌다. 3월15일 현재 잠정 사망·실종자수 4만여 명, 예상 피해액 206조원 이상, 국내총생산 -1%, 가스공급 중단 320만명, 식수공급 중단 140만명…. 오열, 또 오열이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일본인의 DNA 속엔 위기를 견디는 남다른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다섯 시간 줄을 서서 기름을 20ℓ밖에 사지 못해도, 버스가 오지 않아 네 시간을 기다려도,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폐허 속에서 지친 어깨를 서로 기대며 희망의 모닥불을 피워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