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은기<br>●1951년 충남 당진 출생<br>●충남고, 고려대 심리학과, 인하대 경영학 박사<br>●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br>●‘하트 경영’ ‘스마트 경영’ 등
나는 20대부터 정말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늘 일이 따라 다니고 가는 곳마다 해야 할 일이 새로 생긴다. 어쩌면 일을 자꾸 만드는지도 모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장교로 군 복무를 할 때는 소위 때부터 부관생활을 했다. 비행단장 부관, 한미연합사 정보참모부장 부관, 공군본부작전참모부장 부관을 했으니 남보다 한 시간 전에 출근해야 하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 게다가 추석, 설날,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은 오히려 일이 더 많았다. 내가 모시던 장군은 실력과 인품이 출중한 분이어서 나는 이런 일복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이때부터 내 좌우명으로 삼았다. 5개월 훈련받고 임관한 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만 4년간을 이렇게 일복 속에 보냈다.
그 후 종합무역상사 근무 5년을 거쳐 1983년부터 경영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섰고 1988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KBS, SBS, MBN 등에서 십수 년을 방송에 몰두했다. 특히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오늘’을 중심으로 일일 생방송 시사프로그램만 10년 이상을 진행했다. 이때도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는 특집방송 등으로 더 바빴다. 남이 휴가를 갈 때도 나는 늘 생방송에 매달려 있었다.
그 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에서 부총장과 총장을 하면서 역시 낮 밤 없이 일을 했다. 신설 대학교라서 일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레저경영MBA, 산업보안MBA 과정을 개설하고 ‘지속경영CEO과정’‘기후변화리더십과정’‘녹색성장리더십과정’ 등 차별화된 최고경영자과정을 통해 각 분야 리더와 최고경영자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지식경영커뮤니티를 만드는 벅찬 일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61년의 역사를 지닌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원장으로 발령을 받아 공무원교육의 근본적인 혁신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우리나라 국가공무원의 모든 교육을 책임지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곳이다. 임명 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아예 교육원 내의 숙소에서 수시로 숙박하면서 일을 했고 고위공직자들이 참여하는 국가전략세미나를 신설해 일년 내내 매주 토요일은 이들과 함께 강의와 토론으로 보냈다.
이처럼 평생 일이 많은 것을 보고 아내는 분명히 팔자소관이라고 말한다. 아내가 팔자소관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숨은 뜻이 있는 듯하다. 결혼 후 수십 년을 경영컨설턴트, 산업강사, 저술가, 골프칼럼니스트, 방송인, 대학총장,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늘 이게 불만이다. 가족의 생일에도 생방송을 해야 하고 크리스마스에도 생방송을 했다. 집안 제삿날에도 강의를 해야 했고 아이가 아파서 한밤중에 병원으로 달려갈 때도 짬짬이 마감에 걸린 원고를 작성해야 했다.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 5시나 5시반경에는 일어나서 원고를 쓰거나 책을 보거나 여러 가지 구상을 한다. 20대 이후에는 늘 이렇게 지냈다. 겉으로는 남 눈에 내 인생이 순탄하게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아내는 내가 ‘백조의 물길질’을 하느라고 고생해온 것을 잘 알고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물 밑에서는 수많은 물길질로 발가락이 부르튼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