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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음악평론가

‘진모’표 빈대떡 개발 · 죽기 전까지 아들과 술자리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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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 식당 내기

화단 연못 우물과 함께 낭만적으로 여생을 즐기려면 생활밑천을 꾸려내야 한다. 빈대떡 식당이 그 해결책이다. 제자 중에 현재 방송작가를 하는 안재필이란 친구가 있다. 안군의 아버님이 2009년까지 서울 수유리에서 빈대떡 집을 운영하실 때 그 집에서 먹어본 빈대떡은 그야말로 발군이요 환상이었다. 반드시 그 비법을 전수받아야 한다고 다짐해왔다.

아버님도 “임 선생이 한다면 조건 없이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다만 당신이 잊어버리기 전에 서둘러 배우라고 하신다. 아들은 의지가 없고 친척 중에 적당한 사람이 있지만 그는 너무 땀을 흘려서 곤란하다는 것이다. 손님들 앞에서 빈대떡을 굽는 사람이 땀을 흘리면 손님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장보기, 반죽, 굽기(불 조절이 필수란다) 등 전반의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건 문제가 안 된다. 녹두빈대떡이든, 해물빈대떡이든, 고기빈대떡이든, 파전이든 다 자신 있다. 빈대떡은 대개 막걸리, 소주와 같은 술과 함께 먹으므로 어렵지만 안주용으로 국물이 있는 탕을 창조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테이크 아웃’도 고려해야 하며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한 홍보 또한 중요하다. 안군 아버님의 그 빈대떡 맛만 재현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세계적인 트렌드세터 타일러 브륄레가 해외에 수출해야 할 한국의 문화상품 10가지를 뽑았을 때 빈대떡이 9위였다. 그가 뭘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금 빈대떡 식당에 대한 욕망이 불타올랐다. ‘진모빈대떡’을 세계적인 브랜드, 명품 패스트푸드로 키워내고 싶은 게 40대 이후에 생긴 꿈 중 으뜸이다.





죽기 전까지 아들과 술자리 하기

아내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안타깝게도 술을 못한다. 알코올 냄새만 나도 거리를 둔다. 결혼 전의 꿈 한 가지는 ‘아내와 술 마시기’였지만 지금은 ‘아들과 술자리 하기’로 바뀌었다. 현재 군복무 중인 아들은 나와의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휴가 나와 첫날은 무조건 아빠와의 술자리 시간을 위해 비워두니까. 고마운 일이다. 특히 입대하기 전에 함께 먹은 삼합에 입맛이 붙은 뒤에는 아들이 술자리 마련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이다.

언젠가 아들과 어느 술집에서 한잔 기울이고 있을 때, 주문하지도 않은 술 한 병이 왔다. “안 시켰는데요”라고 주인에게 말했더니 “저쪽 자리 손님들이 보냈습니다” 한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술 마시던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셋 중 한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술 마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한 병 보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분이 참 묘했다(물론 금전적으로는 손해였다. 답례로 그쪽에 비싼 안주를 보냈으니까).

술자리는 늘 즐겁다. 어떤 사람들과 해도 불편한 상황만 아니면 유쾌한 게 술자리다. 과장되지만 기분 좋은 언어들, 과거 무용담, 너도나도 술값을 내려는 호의 등 일터에서는 볼 수 없는 인정이 난무한다. 그런데 자식과의 자리는 또 기분이 다르다. 아버지의 위풍도 지켜야 하지만 스스럼없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감정의 밸런스 유지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쾌감으로 치자면 단연 최고다.

아들 입대 후 대학생인 딸이 대신 자리해주곤 했지만 갑자기 다이어트에 돌입한 후로 술을 거의 끊는 바람에 아쉽기 그지없다. 아들과 술자리 하기 위해 휴가를 기다리고 전역을 손꼽는 아빠가 있을는지. 지난번 아들이 상병휴가 나왔을 때 슬쩍 “아빠가 죽을 때까지 이렇게 같이 술자리 해줄 수 있겠니?”하고 물었더니 “당연하죠. 당연!”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취직, 결혼, 육아 등이 기다리는 아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들과의 평생 술자리가 꿈이 되는 이유는 나나 아들이나 서로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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