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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자살은 사회적 질병…정책적인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

‘자살 없는 사회’ 전도사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자살은 사회적 질병…정책적인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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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고 자살사망률 증가 속도가 빠른 이유는 뭘까요?

“정신과적 문제와 복지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봐야죠. 협회 연구 자료를 보면 전체 자살자의 약 30%는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50%는 신체적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 성적 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로 자살에 이르고요. 나머지 20%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죠.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에도 우울증 환자가 있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체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세상을 떠나는 걸까. 저는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하고 급격하게 변화한 점이 자살률과 자살 증가속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급격한 가족 해체와 통신 수단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고민을 털어놓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지가 적어진 것도 문제죠. 예전에는 ‘다 같이 잘살아보자’ ‘민주화를 이룩하자’ 같은 사회 공통의 지향점과 가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이제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가치가 돈이 됐으니, 일종의 아노미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변화하는 조류에 잘 적응해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열광하지만 변화에 더디게 적응하거나 아예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면당하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을 배려하는 서비스나 제도,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게 문제입니다.”

“자살은 막을 수 있다”

▼ 최근에는 명문대 학생, 대학교수,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듯 보이는 이들의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앞의 얘기와 맥이 통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과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사실 성과를 내는 것 못지않게 성과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겠죠. 100을 가진 사람이 50을 잃었다고 가정합시다. 애초 10을 가진 사람 눈에 그 사람은 50이나 가진 걸로 보이겠지만 실은 50을 잃은 고통이 있는 거거든요. 잃을 게 적은 사람,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저렇게 많이 가진 사람이 왜 자살하나 싶겠지만 모든 건 상대적인 거죠.”



하 회장은 “자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미비도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한때 자살률 세계 1, 2위 국가였지만 관련법을 만들고 자살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자살률 증가세를 꺾었다는 것이다.

▼ 자살예방법이 제정됐지만, 지금도 과연 이 법이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 의심하는 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자살예방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도 바로 그겁니다. 많이 배우신 분이든 아니든 한결같이 ‘법을 만든다고 죽을 사람이 안 죽냐?’‘법으로 자살하지 말라고 하면 자살을 안 하냐?’되물었어요. 그런데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고,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면 암 사망자가 줄어드는 건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나요. 국가가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분명히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건 자살 문제 해결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하 회장은 “누가 위궤양 혹은 간염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와 우울증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낌이 서로 다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사람들은 분명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조차 싫어하고, 자살에 따른 사망을 다른 죽음과는 다른, 불편하고 어색한 것으로 여긴다. 하 회장에 따르면 자살예방협회는 홍보대사를 구하기조차 어렵다.

“기업도 자살예방 활동을 후원하는 건 꺼려요. 돈만 쓰고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제 막 법이 제정된 터라 아직 관련 예산은 없는데, 도와주는 분도 거의 없으니 사실 기쁜 만큼 걱정도 많습니다.”

국민 100명 중 1명은 자살 시도자

그는 이런 의식을 바꾸고, 자살을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며,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만이 날로 높아지는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구체적으로 자살예방법이 어떻게 자살을 막을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먼저 자살의 프로세스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보통 첫 번째 자살 시도로 죽는 사람은 드물어요. 대부분이 5번, 10번씩 시도하고 그때마다 응급실로 실려 오죠. 그럼 왜 대부분이 계속 자살을 시도하느냐. 그걸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죠. 삶의 옵션 중 잘못된 옵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자살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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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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