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창력 없이는 ‘출전’이 불가능한 ‘나가수’에 간택된 실력파 가수여서만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방송에서 들려주는 노래 마디마디에 심연을 파고드는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 있어서다. 백지영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호소력 짙은 애절한 목소리에 그만 넋을 놓게 되는 건 기자만이 아닐 터.
백지영은 그런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난 4월 홀연히 ‘나가수’에서 자진 하차했다. 그러고 한 달여 만인 5월19일, 8집 앨범 ‘팔색조’를 내놨다.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다양한 색깔을 담은 앨범이라는 의미다.
타이틀곡은 발라드풍의 ‘보통’. 그녀의 소박한 꿈이 담긴 노래다. 평범한 남자를 만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 꿈. ‘보통’은 그녀의 대표 히트곡인 ‘총 맞은 것처럼’‘내 귀에 캔디’ 등을 작곡한 방시혁이 만들었다. 멜로디와 가사 모두 그가 썼다. 음반이 나오자마자 이 노래는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쓰는 저력을 보였다.
5월19일 저녁 앨범 쇼케이스 현장은 각양각색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가 아닌 관객으로 쇼케이스를 지켜보며 흥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백지영의 열렬한 팬서비스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25일 뒤인 6월13일 오후,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근처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관객이 아닌 인터뷰어로서다.
평상복 차림에 민낯으로 나온 그녀. 피부가 참 곱다. 얼굴에서 윤기가 좔좔 흐른다. 1999년 갓 데뷔한 신인 때도, 8년 전 인터뷰 때도 그녀의 피부가 이렇게 좋았던가 싶다. 메이크업한 얼굴보다 다섯 살은 더 어려 보인다고 했더니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요 며칠 잠을 푹 자서 그런가 봐요. 평소 이러고 잘 다녀요. 민낯에 선글라스만 써도 사람들이 잘 몰라봐요. 긴가민가하다 말죠.”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담담한 편이다. 일부러 사람을 피해 다니거나, 얼굴을 못 알아보게 모자와 선글라스로 가린다거나,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건 체질상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 근처 대중목욕탕도 종종 이용한다.
“남보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이지, 내 자신은 특별할 게 없어요.”
“술 마시면 남자친구한테 많이 혼나”
요즘 백지영에 관한 가장 핫한 뉴스는 단연 9살 연하남과의 커플 선언이다.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더니 화장기 없이도 광채를 내뿜는 게 우연이 아닌 듯하다. 그녀는 6월 초 연하남과의 교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상대는 스턴트맨 출신의 전도유망한 탤런트 정석원. 예전 같으면 벌써 둘의 관계를 헐뜯는 흑색 비방이 난무했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뀐 듯하다. 30대 중반 이상의 미혼녀들은 심지어 백지영을 ‘골드미스의 희망’으로 치켜세운다.
▼ 남자친구가 그동안 그리던 ‘보통’남자인가.
“내가 볼 때는 보통남자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한다. 탤런트 서민정씨가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디테일하게 했더니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그 기도 중 ‘아주 순수한 미소를 가지고 있고 한 팔로 나를 감쌀 만큼 포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현재 능력보다는 비전이 있어서 나한테 열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걸 배우자의 조건으로 소망했는데, 그 모습에 가장 가깝다. 비전도 있고 가정적이고 부모님 두 분이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더라. 그걸 보고 자라서 되게 따뜻하다.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 사람은 날 좀 더 여성스럽게 만든다.”
▼ 나이 차를 느끼나. 남자친구는 못 느낀다고 하던데….
“평소에도 농담처럼 자기(남자친구)가 노안이라고 한다. 내 경우는 생각이 깊으면서도 평소에는 단순하고 가벼운데, 이 사람은 매사에 진지하다. 한길밖에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운동을 해 스턴트맨이 됐고, 무술감독을 꿈꾸다 배우의 길로 샜다. 지금은 최고의 액션배우를 꿈꾸고 있다. 액션배우도 어려서부터 해온 운동이 밑거름이 되니까 그 방면으로 목표를 정해 가고 있다. 매일 운동한다.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태권도도 배우고 있다. 배움에 열정적이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일과 운동, 집, 가족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잘못은 주로 내가 한다. 내가 과음하는 걸 싫어한다. 술 마시면 많이 혼난다. 그 사람도 나이차를 못 느낀다고 생각하고, 나도 내가 더 모자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