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팔색조 꿈꾸는 가요계 디바 백지영

“9살 연하 남자친구는 기도하며 내가 그리던 그 사람”

  • 김지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1-06-20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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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친은 날 더 여성스럽게 만드는 남자”
    • 민낯도, 대중목욕탕도 삶의 일부
    • “다음 생이 있다면 가수 안 해”
    • ‘단짝친구’ 유리와의 관계는 ‘성역’
    • ‘나가수’ 출연 “생각 없다”
    • 노래는 방시혁, 드라마는 하지원
    팔색조 꿈꾸는 가요계 디바 백지영
    가수 백지영(35)의 인기가 실감난다. 누리꾼들은 물론 기자 주변의 평소 과묵하던 이들까지 그녀의 열성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러한 팬덤 현상은 3월 초 그녀가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창력 없이는 ‘출전’이 불가능한 ‘나가수’에 간택된 실력파 가수여서만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방송에서 들려주는 노래 마디마디에 심연을 파고드는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 있어서다. 백지영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호소력 짙은 애절한 목소리에 그만 넋을 놓게 되는 건 기자만이 아닐 터.

    백지영은 그런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난 4월 홀연히 ‘나가수’에서 자진 하차했다. 그러고 한 달여 만인 5월19일, 8집 앨범 ‘팔색조’를 내놨다.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다양한 색깔을 담은 앨범이라는 의미다.

    타이틀곡은 발라드풍의 ‘보통’. 그녀의 소박한 꿈이 담긴 노래다. 평범한 남자를 만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 꿈. ‘보통’은 그녀의 대표 히트곡인 ‘총 맞은 것처럼’‘내 귀에 캔디’ 등을 작곡한 방시혁이 만들었다. 멜로디와 가사 모두 그가 썼다. 음반이 나오자마자 이 노래는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쓰는 저력을 보였다.

    5월19일 저녁 앨범 쇼케이스 현장은 각양각색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가 아닌 관객으로 쇼케이스를 지켜보며 흥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백지영의 열렬한 팬서비스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25일 뒤인 6월13일 오후,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근처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관객이 아닌 인터뷰어로서다.



    평상복 차림에 민낯으로 나온 그녀. 피부가 참 곱다. 얼굴에서 윤기가 좔좔 흐른다. 1999년 갓 데뷔한 신인 때도, 8년 전 인터뷰 때도 그녀의 피부가 이렇게 좋았던가 싶다. 메이크업한 얼굴보다 다섯 살은 더 어려 보인다고 했더니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요 며칠 잠을 푹 자서 그런가 봐요. 평소 이러고 잘 다녀요. 민낯에 선글라스만 써도 사람들이 잘 몰라봐요. 긴가민가하다 말죠.”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담담한 편이다. 일부러 사람을 피해 다니거나, 얼굴을 못 알아보게 모자와 선글라스로 가린다거나,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건 체질상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 근처 대중목욕탕도 종종 이용한다.

    “남보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이지, 내 자신은 특별할 게 없어요.”

    “술 마시면 남자친구한테 많이 혼나”

    요즘 백지영에 관한 가장 핫한 뉴스는 단연 9살 연하남과의 커플 선언이다.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더니 화장기 없이도 광채를 내뿜는 게 우연이 아닌 듯하다. 그녀는 6월 초 연하남과의 교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상대는 스턴트맨 출신의 전도유망한 탤런트 정석원. 예전 같으면 벌써 둘의 관계를 헐뜯는 흑색 비방이 난무했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뀐 듯하다. 30대 중반 이상의 미혼녀들은 심지어 백지영을 ‘골드미스의 희망’으로 치켜세운다.

    ▼ 남자친구가 그동안 그리던 ‘보통’남자인가.

    “내가 볼 때는 보통남자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한다. 탤런트 서민정씨가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디테일하게 했더니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그 기도 중 ‘아주 순수한 미소를 가지고 있고 한 팔로 나를 감쌀 만큼 포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현재 능력보다는 비전이 있어서 나한테 열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걸 배우자의 조건으로 소망했는데, 그 모습에 가장 가깝다. 비전도 있고 가정적이고 부모님 두 분이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더라. 그걸 보고 자라서 되게 따뜻하다.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 사람은 날 좀 더 여성스럽게 만든다.”

    ▼ 나이 차를 느끼나. 남자친구는 못 느낀다고 하던데….

    “평소에도 농담처럼 자기(남자친구)가 노안이라고 한다. 내 경우는 생각이 깊으면서도 평소에는 단순하고 가벼운데, 이 사람은 매사에 진지하다. 한길밖에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운동을 해 스턴트맨이 됐고, 무술감독을 꿈꾸다 배우의 길로 샜다. 지금은 최고의 액션배우를 꿈꾸고 있다. 액션배우도 어려서부터 해온 운동이 밑거름이 되니까 그 방면으로 목표를 정해 가고 있다. 매일 운동한다.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태권도도 배우고 있다. 배움에 열정적이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일과 운동, 집, 가족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잘못은 주로 내가 한다. 내가 과음하는 걸 싫어한다. 술 마시면 많이 혼난다. 그 사람도 나이차를 못 느낀다고 생각하고, 나도 내가 더 모자란 것 같다.”

    ▼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나.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애감정으로 흘렀다. ‘우리 사귀자. 이제 여친,남친(여자친구, 남자친구)이야’라고 말한 건 그쪽이지만 그전부터 관계는 시작됐다. 서로 호감이 없었으면 발전이 안 됐을 거다. 서로 호감이 있었는데도 나이차를 의식해 둘 다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 연말연시에 그도 나도 짝이 없으니까 만나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귀었다. 연애다운 연애는 2월에 시작했다.”

    두 사람의 교제가 물 흐르듯 시작돼 이렇다 할 기념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처음 얼굴 본 날을 기념일로 잡았다. 그게 지난해 7월. 이제 곧 만난 지 1년이 된다.

    ▼ 남자친구와 싸운 적이 있나.

    “연애하면서 이렇게 많이 싸운 사람은 처음이다. 내 잣대랑 이 사람(남자친구) 잣대랑 다르다. 이 사람은 가족이 제일 중요하고 내 여자가 중요하고 일이 그 다음이다. 반면에 난 일하고 그럴 때는 자유롭고 싶다. 그런 데서 마찰이 생기는 것 같다.”

    백지영은 예전에 자신의 이상형을 “지진희의 미소, 추성훈의 몸매, 신하균의 부드러움을 가진 남자”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남자친구가 그 이상형일까.

    “가장 가깝다. 더구나 유머감각도 있고 참 밝다. 지금은 내가 더 잘 벌지만 나중 일은 알 수 없는 거고.”

    ▼ 그 사람과 결혼할 생각도 하고 있나.

    “결혼을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너무 부담이 된다. 내 나이를 생각해도 부담스럽고, 나만 생각하기엔 이 사람이 아직 펼칠 게 너무 많고 어리니까 우리끼리는 (결혼에 대해) 아예 얘기를 안 꺼낸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데이트는?” 하고 물었더니 표정이 금세 환해진다. 답도 하기 전에 눈과 입은 벌써 웃는다.

    “우리 집 주변을 함께 산책하다 보니 꽤 긴 거리를 걸은 적이 있다. 마침 둘 다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온 김에 데이트나 하자며 간 곳이 영화관이다. 둘이 택시를 타고 한양대 근처에 있는 왕십리 CGV에 가서 ‘내 이름은 칸’이라는 영화를 봤다. 그 사람이 힘든 시절 자취하던 집이 인근에 있었다. 그 집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기에 그 집도 보고, 한양대 주위를 배회하며 2~3㎞를 걸었다. 근데 아무도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다들 취했더라. 중간에 떡볶이도 사 먹었는데 맛은 참 없었다. 어묵 국물만 계속 마시다가 그 사람이 택시로 바래다줬다. 그 데이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한다. 우리 엄마 아빠와는 우연히 인사를 나눴다. 차를 타고 가다 차끼리 만났다. 아빠를 보더니 그 사람이 머리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인사하더라. 아빠가 원래 되게 무뚝뚝하고 무서운 분인데 그거 하나 보고 마음에 들어 하셨다.”

    “단짝친구 유리는 해피바이러스”

    그룹 쿨의 보컬 출신이자 그녀의 단짝친구인 유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남친(남자친구)이 없으니까 너무 부러워한다. 우리가 몇 년 전만 해도 남자친구가 먼저 생길 것 같으면 괜히 초치고 그랬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는 잘되도록 도와주더라. 집에 남친하고 있다고 하면 나오라고 하지 않는다. 나오면 싸우는 거 아니까. 유리는 대인배다.”

    그녀와 유리는 한때 위아래 층에 살면서 돈독한 우정을 다져왔다. 지금은 그녀가 서울 서초동으로 이사해 거리상으로는 다소 멀어졌지만 둘의 관계는 여전하다. ‘아이엠유리(www.iamyuri.com)’라는 인터넷 의류쇼핑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유리와 회사에서도 그렇고 거의 만날 본다”며 “지금은 유리가 쇼핑몰 때문에 미국에 가 있는데 이틀 뒤면 들어온다”고 전했다.

    둘이 전생에 부부였을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그녀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누가 마누라였을 것 같으냐”고. “백지영”이라고 답했더니 이내 맞장구를 친다. “유리는 같이 있으면 덩달아 즐거워지는 해피 바이러스”라는 인물평도 곁들인다.

    “나도 내가 마누라였을 것 같다. 유리는 챙겨줘야 한다. 항상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될 대로 되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깊이 고민해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안 되면 바로 포기한다. 반면에 난 사소한 일에도 진지하게 충고해주는 타입이다. 그런 둘이서 8년을 지내다 보니 서로 좋은 영향을 받았다. 난 유리처럼 아닌 일은 포기하고 던져놓을 줄 아는 여유가 생겼고, 유리는 좀 더 신중해지고, 맡은 일에 열중하게 됐다.”

    팔색조 꿈꾸는 가요계 디바 백지영
    ▼ 평생 심심할 일이 없겠다. 대신 남자친구가 피곤하겠다.

    “남친이 생겨도 절대 유리와 나의 관계는 터치할 수 없다. 남친이 그걸 건드리면 기분이 언짢다. 서로 다른 관계니까.”

    두 사람이 운영하는 쇼핑몰은 인터넷에서 인기가 좋다. 인터넷 의류쇼핑몰 중 방문자 순위는 2위. 지난 5월 하루 평균 매출이 6000만원을 돌파했다. 몸매로 치면 어디에 가든 빠지지 않는 이들은 직접 쇼핑몰에서 파는 의상의 사진모델로도 나선다. 최근에는 이들이 S라인 몸매가 돋보이는 관능적인 비키니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리가 패션 사업을 하고 싶어했다. 유리는 패셔니스타로 알려져 있고 패션감각이나 옷맵시가 나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유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난 뒤에서 비즈니스나 금전문제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대표직을 맡고 있다.”

    ▼ 새로운 분야라 배우는 것도 많겠다.

    “친한 친구끼리 동업하면 의만 상하고 망한다던데 우린 그 반대다. 싸운 적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알게 되고, 싸워도 일 때문에 또 만나 금세 화해하고 그러면서 더 돈돈해졌다. 정말 궁합이 잘 맞는다. 쇼핑몰을 운영하니 유리는 자기 감각을 발산하고 표출할 데가 있어서, 난 비즈니스를 많이 배워서 좋다.”

    그녀는 쇼핑몰 대표로서 경영감각을 익히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꿀벌과 게릴라’라는 책, 만화로 된 경영학 서적 등을 통한 이론 학습은 물론 비즈니스 미팅에 직접 참여해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기도 했다.

    “사람이 재산”

    백지영 주변에는 유리 외에도 좋은 관계를 이어온 지인이 많다. 그녀는 삶의 키워드가 뭐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사람”이라고 답했다.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끝에 고마운 이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절친한 친구 유리는 물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소속사 사장과 수년간 함께해온 매니저, 그리고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낸 탤런트 오지호를 비롯한 ‘천하무적야구단’ 식구들까지.

    “(오)지호는 앨범 쇼케이스는 물론 ‘보통’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줬다. 유리도 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그런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서 든든하다. 아무런 계산 없이 인간적으로 맺어진 인연들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 그런 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땐 나 또한 열일을 제쳐둔다.”

    1999년 라틴댄스곡 ‘선택’으로 데뷔하며 그해 엄정화의 뒤를 이을 댄싱퀸으로 주목받았던 백지영. 그동안 그녀에게는 이외에도 발라드의 여왕,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여왕 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녀는 가장 듣고 싶은 애칭으로 ‘가요계 디바’, 가장 적절한 애칭으로는 ‘0ST의 여왕’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히트곡 상당수가 OST 삽입곡이다. 오죽하면 ‘드라마 삽입곡은 백지영이 불러야 뜬다’는 흥행 공식이 생겼을까.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 드라마로 꼽히는 ‘시크릿 가든’도 백지영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드라마에서 하지원의 테마곡으로 쓰인 ‘그 여자’는 본래 백지영이 이번 8집 앨범에 수록하려고 꿍쳐둔 노래였다. 이 노래가 ‘시크릿 가든’에 삽입되기까지는 그녀의 공이 컸다.

    “‘시크릿 가든’ 시놉시스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미 내 마음에는 대박이 나 있었다. 주연이 하지원씨인 걸 알고 기뻤다. 드라마 ‘황진이’ 때도 하지원씨 테마곡을 내가 불렀는데 나랑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그분 팬이다. 그래서 ‘시크릿 가든’ 삽입곡을 멀리서 찾지 말고 ‘그 여자’로 하자고 했다. 멜로디는 이미 들어가기로 돼 있었고, 가사는 내가 원태연 오빠에게 SOS를 쳐서 새로 붙였다.”

    ‘시크릿 가든’이 방영되는 동안 그녀는 이 드라마의 열혈팬이었다. 현빈이 맡은 김주원 캐릭터에 푹 빠져 한동안 ‘주원앓이’도 했다. ‘그 여자’의 멜로디를 개사해 현빈이 부른 ‘그 남자’는 그녀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다.

    “참 신선했다. 프로 가수는 노래할 때 감정이나 호흡을 계산할 수밖에 없지만 아마추어는 다르다. 음이 좀 가고 못 불러도 노래 자체를 느끼는 대로 부르니까 담백하고 신선하다. 현빈씨가 ‘그 남자’ 녹음할 때 녹음실에 못 간 게 철천지한이다(웃음).”

    ‘나가수’의 교훈

    백지영이 없는 ‘나가수’는 여전히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지난 3월 김건모의 재도전을 허락한 김영희 PD가 경질되면서 한때 프로그램 존폐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백지영은 그 사건이 있고 얼마 후 ‘나가수’를 스스로 떠났다. 대외적인 이유는 8집 음반 준비를 위해서였다. 정말 그뿐이었을까.

    “(김 PD의 경질이) 아예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신정수 PD도 참 좋아하는 분이다. 두 PD는 프로그램에 애착을 갖고 임하기 때문에 김 PD가 신 PD에게 맡겼다고 해서 ‘못하겠어’ 한 건 아니다. 김 PD가 경질된 데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만두는 게 의리를 지키는 길 아닌가 싶어 고민도 했다. 그러나 그게 100%는 아니고 한 15~20% 작용했다. 나머지는 앨범 준비에 매진하고 싶은 마음 80%다.”

    ▼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많이 힘들었나.

    “정말 힘들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저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다’가 반이고,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진짜 잘 나왔다’는 생각이 반이다. 사실 ‘나가수’에서 다시 출연을 제의해도 할 생각이 없다. 못하겠다. 무섭다. 지금 앨범 활동을 하면서 ‘나가수’까지 해야 한다면 정말 ‘헉’이다.”

    ▼ ‘나가수’에서 얻은 것은 없나.

    “첫 번째로 ‘그동안 무대를 만만하게 생각했구나. 무대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게 가장 큰 소득이다. 두 번째는 김범수와 박정현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하는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어 가수로서 남모르는 콤플렉스도 털어놓았다. 첫 번째 콤플렉스는 “건강한 발성이 몸에 밴 김범수나 박정현과 달리 성대를 혹사하는 발성 때문에 노래를 오래 할 수도 오래 들을 수도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공부해 애드리브가 약하다”는 것.

    “음감은 뛰어나다. 절대음감이다. 녹음할 때 음정이 살짝 튀어도 오토튠(Auto-Tune)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데 난 그걸 안 써도 될 만큼 음정이 정확한 편이다. 절대음감이라는 걸 미처 모르고 학창시절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선택했다. 클라리넷은 도가 시 플랫인 악기다. 그 때문에 소리가 거슬려 연주음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욕심이지만 현란한 애드리브까지 구사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 사람들이 왜 백지영 노래를 좋아한다고 보나.

    “신이 내린 가창력은 아니어도 부모님이 주신 목소리 덕을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이제껏 인내하며 살아온 것을 노력이고 저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삶을 대중도 알기에 내 노래에 그런 삶이 비치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녀의 롤 모델은 마돈나. 1980년대 미국에 댄스 붐을 일으킨 섹시가수다. 그녀는 마돈나가 “영화 속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혹평을 들어도 개의치 않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도전정신을 거듭 발휘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앨범에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해 ‘팔색조’ 같은 매력을 뿜어내는 이 여자. 다시 태어나도 과연 가수로 살고 싶을까.

    “다음 생이 또 있다면 가수 말고 선생님이 되고 싶다. 가수생활을 하다가도 결국 내가 가진 것들을 가수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100% 가르쳐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봉사일 것 같다. 후학 양성을 위해 내가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기 위해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 땅의 ‘골드미스’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한 답은 덤이다.

    “연하남 사로잡는 비결이 도대체 뭐냐고?”

    “하하하. 자꾸 관심을 보여요. 그럼 하나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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