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8월5일 화요일 22시30분, 개전 12일째.
선양군구사령관이며 북한 진주군사령관 후성궈 대장이 탄 장갑차가 평양특별시 구역 안의 용성으로 향하고 있다. 39집단군의 190기계화 보병사단과 제3장갑여단의 경호를 받으면서 군구사령부 진영이 천천히 남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앞에는 16집단군과 40집단군 병력이 평양시 깊숙이 진출해서 김정일 친위군과 격렬하게 교전을 하는 중이다.
“300m만 전진하면 호위총국이 사용하던 벙커가 있습니다.”
앞쪽에 앉은 참모가 소리쳐 말했으므로 후성궈가 불쑥 묻는다.
“쓸 만해?”
“예?”
참모의 시선을 받은 후성궈가 자르듯 말한다.
“오늘밤에 사령부를 그곳에 설치한다. 물론 벙커가 쓸 만하다면 말야.”
본래 오늘밤 사령부 예정지는 서남쪽으로 5㎞쯤 더 내려간 서포 근처의 평방사 벙커였던 것이다. 참모가 분주하게 연락을 하는 동안 후성궈는 흔들리는 차체에 몸을 맡긴 채 기다렸다. 한국군은 동부전선을 돌파하고 무서운 기세로 북상 중이다. 조금 전에 선발대가 회양과 통천을 돌파했다니 그 속도라면 오늘밤 안에 원산까지 닿을지도 모른다. 그때 참모가 앞서 가던 부대와 연락이 닿았는지 헤드셋을 머리에서 떼고 후성궈에게 소리쳐 보고했다.
“사령관 동지, 벙커가 온전하다고 합니다!”
그 시간에 주석궁 벙커 안에서 김정일이 쓴웃음을 띤 얼굴로 말한다.
“인간사는 정말 알 수 없는 거야. 내 생전에 평양이 중국군의 전차로 짓밟히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김정일의 앞에는 호위총국 부사령관 윤국순 상장이 서 있다. 눈만 치켜뜬 윤국순을 향해 김정일이 말을 잇는다.
“저놈들에게 어떤 것이 중요할 것 같나? 평양인가? 아니면 나, 김정일일까?”
“지도자 동지.”
윤국순이 굳은 얼굴로 김정일을 보았다.
“놈들을 가로막고는 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기다려.”
한마디로 자른 김정일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이곳은 상황실 옆쪽 주석 전용실이어서 방 안에는 대여섯 명뿐이다. 보고하러 들어온 윤국순 외에 경호역 장군 두 명, 그리고 구석 쪽 탁자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평양방위사령관 전백준 차수와 참모, 그 앞쪽에 김정은과 이동일이 나란히 서 있다. 이동일은 항상 김정일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김정일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윤국순이 상황실로 돌아가자 김정일이 전백준에게 물었다.
“전 차수는 어떻게 보시오? 중국놈들이 원하는 건 뭐인 것 같소?”
“평양입니다.”
전백준이 김정일의 시선을 똑바로 받으면서 대답했다.
“평양만 점령하면 지도자 동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입니다.”
김정일은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앞에 서 있던 이동일이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중국군은 이미 평양특별시 북부 지역을 석권했다. 평양에는 호위총국, 평양경비사령부, 평양방위사령부까지 3개 군단급 부대가 배치되었는데 평양 외곽을 방위하던 평양방위사령부 소속 군단이 가장 큰 해를 입었다. 3개 보병사단과 3개 교도사단, 1개 기갑여단과 2개 장갑여단 중 온전한 부대는 남쪽으로 밀려나온 1개 보병사단과 1개 장갑여단뿐이다. 지금 중국군은 16, 40집단군이 양쪽에서 평양을 공격하는 중이었고 후성궈는 39집단군을 이끌고 약간 뒤에 처져서 남하한다. 물샐틈없는 작전이다. 그때 김정일의 시선이 이동일에게로 옮겨졌다.
“지금 중동부전선에서는 한국군 12사단을 선봉으로 6개 사단이 북진하고 있다. 아마 오늘밤까지는 강원도를 석권하고 함경남도, 평안남도까지 진출할 것이다.”
김정일이 차분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내가 한국군 지휘부에 밀서를 전하게 한 거야. 이번 작전은 박성훈 대통령이 연합사 측에 통보하지 않았어. 한국군 수뇌부의 단독작전이야.”
어느덧 김정일의 두 눈은 번들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