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한방으로 이명(耳鳴)을 치료한다

  • 입력2011-06-22 11: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방으로 이명(耳鳴)을 치료한다
    이명(耳鳴)은 귀에서 소리가 나는 병인데, 한의학에서는 ‘귓소리’라 하지 않고 ‘귀울음’이라고 한다. 귀에만 국한된 단순한 병이 아닌, 심신이 고통스러운 상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통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이다. 정신적 고통은 요즘 말로 하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인간관계, 직장의 업무, 고부갈등 같은 것에서 오는 것으로 몸이 아닌 마음의 싸움이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우리 몸속에선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는데, 이것이 마치 외부의 적과 싸움할 때와 같은 긴장상태를 가져온다. 싸울 때 주먹을 움켜쥐듯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발의 혈관은 긴장되어 좁아져서 굳어지거나 저리게 되고 심장박동수는 빨라지면서 흥분하거나 열 받는 상태로 나타난다. 이런 상태가 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일단 귀가 뜨거워지면서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몸에 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동의보감 귀울음 조문에는 이렇게 써 있다.

    “스트레스를 주관하는 경락은 간담이다. 간담이 열을 받으면 기가 치밀어 오르면서 귓속에서 소리가 난다.”

    이런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선조는 중종의 정비가 아닌 창빈 안씨 사이에서 난 둘째 아들 덕흥군 이초의 아들로, 후궁의 자손으로 왕위에 오른 첫 조선왕이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왕위 추대였다.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지 선조의 왕권은 미약했다. 막강한 신권에 휘둘린 선조는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 증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선조가 이명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 최고의 침의(鍼醫)였던 허임의 침을 맞았던 것은 왕조실록에도 기록된 사실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치밀어 올라 귀로 집중된 것을 손발에 침을 놓아 기를 손발 끝으로 인도하고 조화롭게 균형을 잡아 귀울음을 해소했다고 한다. 선조를 치료한 허임 침법에는 특징이 있었다. 일반적인 침법이 득기(得氣)를 위주로 한번 찌르는 반면, 허임의 침법은 세 번에 걸쳐 돌리고 기의 방향에 따라 득기를 하면서 침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었다. 이 침법은 이면에 천지인(天地人)이라는 철학적 원리를 내포하고 있었다.



    열을 식히고 집중된 기를 흩어주고 귀를 건강하게 만드는 약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는 붙이는 외용약물도 있다. 이것을 ‘투관통기약’이라고도 하는데 막힌 것을 열어주고 기를 통하게 하는 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향과 용뇌는 대표적인 투관통기약이다. 지렁이(·#54281;蚓)도 이명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지렁이는 아주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편도선의 달아오르는 열을 식혀준다. 혈전용해제로서의 작용을 인정받은 약물이다. 이런 약물들을 귀 뒤에 붙이거나 솜으로 감싸서 귓속에 넣게 되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의 원인인 귀를 달아오르게 하는 열을 진정시킬 수 있다.

    사향으로 만든 ‘청음고’, 배꼽에 붙이는 ‘장원고’

    스트레스가 귀울음의 정신적 원인이라면, 육체적 원인은 신장(腎)과 관련이 많다. 동의보감에도 이런 대목이 나올 정도다.

    “피로가 겹쳐 과로하거나 중년이 지나서 중병을 앓거나 성생활이 지나치면 신수(腎水)가 고갈되어 음화(陰火)가 떠오르기 때문에 늘 소리가 나는데 매미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종이나 북 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

    한말 한의학의 대가인 조헌영 선생도 저서 통속한의학원론에서 한의학의 신장은 부신과 일치한다고 정의를 내린 바 있다. 부신은 수질과 피질로 나뉘는데 수질은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성하고 분비하며 단기간의 스트레스에 빠르게 반응한다. 부신 무게의 90%인 피질은 수분과 전해질대사 호르몬(알도스테론), 당대사에 관한 호르몬(코르티손), 성호르몬(안드로겐)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손상을 입는 것을 현대의학에선 부신허약증이라고 한다.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신과도 유사한 개념이다.

    부신 기능이 떨어지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자주 깨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로하고 이명이 심해진다. 사는 게 재미가 없거나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고 불안하며 얼굴이나 다리가 잘 붓고 이마, 얼굴, 몸에 검은 점들이 생기고 혈색이 좋지 않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참을성이 없고 화가 잘 나고 배고픔을 참기 힘들어진다. 알레르기나 이유 없는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고 감기가 잘 걸린다. 항상 커피나 청량음료를 마셔야 힘이 생긴다. 한의학 고전인 내경이나 난경에서는 신장이 ‘생명의 정을 간직하는 부위’, ‘정신과 원기가 생겨나는 곳이며 남자는 정액을 간직하고 여자는 자궁이 매달린 부위’라고 했다는 점은 그 근거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겠다.

    육체적 피로와 고통의 연장선에서 귀울음을 치료하는 방식은 바로 보신(補腎)의 개념이다. 동의보감은 송진, 석창포 등의 약물을 솜으로 감싸 귀에 넣어 치료할 것을 권유한다. 신기(腎氣)가 허(虛)하여 귀에서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종이나 경소리가 나거나 갑자기 들리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적고 있다. 신허(腎虛)와 비슷한 말로 ‘하초가 허하다’‘허리 아랫부분이 시원치 않다’라는 따위의 표현을 하는데 아랫배에 붙이는 고약으로도 보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뜸 대신 배꼽에 붙이는 고약으로 ‘하초의 원기가 허하고 차서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계피, 오수유를 이용한 고약’이 있으며 먹는 약물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방으로 이명(耳鳴)을 치료한다
    李 相 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최근 필자의 한의원에서는 이런 문헌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방 이명에 관련된 다양한 패치 처방을 직접 만들어 치료를 시도했다. 책에서는 효능을 자신 있게 표현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제외하면서 선택적으로 압축했다. 특히 효능이 좋았던 것들이 바로 스트레스성에는 사향과 지룡 등의 약물이 들어간 ‘청음고’였다. 보신의 효능을 노린 석창포 등의 약물은 귓속에 직접 넣는데 ‘보신고’라 이름 붙였다. 배에 붙이는 것은 옛날 선현들이 배꼽 뜸을 뜨던 원리에 착안해 원기를 도우는 배꼽 패치인데 원기를 왕성하게 한다 하여 ‘장원고’라 명명했다.

    대나무 밭에 가면 대나무 소리가 나고 소나무 밭에 가면 소나무 소리가 난다. 이명은 자신의 근원적 본질인 자율신경이 내는 자기의 소리다. 오늘 나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건강을 위한 생활 속 실천에 내 몸의 모든 것이 좌우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