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오감 만족 ‘인터랙티브 북’ 만드는 모글루

“벤처 무대, 국내는 좁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7-20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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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벤처붐’이 인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벤처 운용의 폭이 넓어진 까닭이다.
    • 1·4분기 벤처 투자 규모는 3189억원. 전년 대비 89.4%나 급증했다.
    • 새 연재 ‘How to start-up’은 치열한 벤처 전쟁터에서 자기만의 ‘무기’를 가진, 작지만 당돌한 벤처를 찾아 비결을 듣는다.
    • 첫 번째 ‘장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e북의 선두주자, 모글루(Moglue)다.
    오감 만족 ‘인터랙티브 북’ 만드는 모글루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데 글씨만 읽는 건, 최고급 고어텍스 아웃도어를 입고 동네 약수터만 오가는 격이다. 모글루는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스마트 도구를 이용한 독서가 최대 효율을 낼 방법을 고민한다. 그 결과 인터랙티브 e북, 즉 움직이는 e북을 만드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모글루가 처음으로 개발한 크리스마스 동화책 ‘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 화면 가득 앙증맞은 그림이 인상적이다. 아이패드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모닥불 그림을 누르면 지글지글 불타는 소리가 나고, 아이패드를 양옆으로 흔들면 화면 속 양말이 흔들흔들 움직인다. 손가락이 가는 대로 화면 속 선물이 움직인다.

    동화를 보면서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히 떠올랐다. 김태우(23) 모글루 대표는 “단순히 책을 화면으로 옮겨놓은 기존의 e북과는 차원이 다르다. 책을 만지고 듣고 보면서 아이들의 오감(五感)이 자극받고, 이를 통해 상상력도 발달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듣고 보고 만지는 e북

    모글루는 누구나 쉽게 인터랙티브 e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일반인은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가지고 쉽게‘나만의 e북’을 만들 수 있다. 기본형은 무료로 사용하지만 스티커, 캐릭터 등 부가서비스는 유료다.



    전문가는 모글루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저작물을 e북으로 만들어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판매한다. 플랫폼 이용은 무료지만 수익 중 일부나 수수료를 모글루에 제공해야 한다. 모글루는 ‘아이북스’처럼, 모글루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e북을 모아 판매하는 별도의 앱도 만들 예정이다. 오픈베타는 10월부터 제공된다. 김 대표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작다보니 아직 파트너가 많지는 않지만, 국내외 대형 출판사와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1988년생. 또래는 한창 군 복무 중이거나 대학 복학생일 나이지만 김 대표는 직원 17명을 거느린 회사 대표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수학과 졸업반이던 2009년 미국 SKT 벤처스에서 6개월간 인턴을 했다. SKT 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를 하는 SK텔레콤 자회사로 2009년 기준 1000억원 규모의 회사다.

    VC 인턴은 ‘지피’의 시간

    오감 만족 ‘인터랙티브 북’ 만드는 모글루

    모글루가 시범 제작한 인터넥티브 e북.

    당시 김 대표는 SKT 벤처스의 투자를 받고자 하는 수많은 벤처 창업자를 지켜봤다. 당시의 경험은 모글루가 벤처캐피털(VC) 투자자를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벤처 트렌드를 익혔고, 아이템을 구상했다. 김 대표는 “내가 VC 자리에 앉아있으니 벤처 창업자가 임기응변으로 하는 거짓말이 뻔하게 보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지만 오히려 불신이 생겨 안 좋게 보였다”고 말했다.

    모글루 역시 법인화 이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10여 곳, 한국에서 5~6곳의 VC를 만났고 결국 GS shop에서 억대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VC 인턴 기간은 일종의 ‘지피(知彼)’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10년 초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벤처를 모집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7개월간 열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8월경 팀은 해체됐다. 전화위복일까? 그 과정에서 ‘인터랙티브 e북’ 관련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박상원, 김남수씨를 만났다. 세 명이 두 달간 준비한 끝에 10월1일 모글루는 법인 등록을 한 정식 벤처가 됐다.

    김 대표는 “신생아로 치면 겨우 눈을 떴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벤처 꿈나무’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먼저 “VC 투자를 받을 때 사업계획서보다는 데모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린 이런 걸 만들 거다”라고 확실히 보여줘야 투자 유치가 쉽다는 것. 그는 “완성 기능을 100가지 구상하고 있는데 아직 5가지밖에 구현이 안 됐다고 해도 상관없다. 투자 유치와 함께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성공 후 해외 진출 늦다

    모글루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공동창업자 박상원씨는 미국에서 근무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미국인, 프랑스인이 있다. 사무실 내 공용어는 영어, 공식 홈페이지도 영어로 하나만 만들 예정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 싸이월드 등 국내 1세대 IT업체가 국내에서 자리 잡은 후 해외 진출을 계획했다면, 모글루는 처음부터 국내외 경계 없이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등 한 뒤는 늦어요. 세계시장에서 1등을 해야죠. 그래서 아이템을 잡을 때도 ‘미국 시장에 아직 경쟁자가 없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어요.”

    오감 만족 ‘인터랙티브 북’ 만드는 모글루
    모글루는 내년 말 미국에서 먼저 정식 오픈하고 그 다음해 한국에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모글루의 젊은 선장, 김 대표의 목표는 명쾌하다.

    “‘검색한다’는 말 대신 ‘구글하다’는 말을 쓰듯, ‘인터랙티브 북’이란 말 대신 ‘모글루’를 쓸 수 있을 정도로, e북 제작 및 유통업계 세계 1위가 되는 거죠.”

    스타트업 동료를 만나려면?

    김태우 모글루 대표는 “벤처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동료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8개월간 힘을 합쳤던 벤처 팀이 해체되는 일을 겪었고, 모글루 개발자 두 명을 찾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요즘은 시작하는 벤처가 워낙 많아 인력 수요가 많은데다,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8개월간 공들였던 팀이 해체된 이후 김 대표가 모글루 공동 창업자 2명을 만난 건 ‘스타트업 위켄드’라는 창업 관련 세미나에서였다. 김 대표는 “VC 역시 투자 벤처를 찾을 때 아는 사람이 추천한 팀이면 더욱 눈여겨보고, 네트워크도 회사의 능력이라고 판단한다”며 “벤처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창업 관련 세미나에 자주 참여하라”고 권했다.

    ●스타트업 위켄드: 2007년 미국 앤드루 하이드가 만든 프로그램. 주말 54시간 동안 합숙하며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고 창업 정신을 배운다. 30여 개 나라 100여 개 도시에서 진행돼 현재까지 2450개 벤처가 스타트업 위켄드를 통해 창업했다. 8월12일 서울에서 열린다.

    startupweekend.org 참고.

    ●V포럼: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15인의 청년 벤처인이 발기하고 카이스트 배인탁 교수가 이끄는 단체. V는 벤처(venture)와 승리(victory)를 의미한다.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세미나를 연다.

    ●고 벤처(go venture): 자발적인 벤처기업가 모임. 서정민(바이미), 김유(자라자), 김현진(위시쿠폰), 박희은(이음) 등 청년 CEO 다수가 참여한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세미나를 열고 및 서로 아이디어를 나눈다. 회장은 고영하 디지텍시스템스 고문 및 전 하나로미디어 회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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