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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정글에서 ‘로프 타기’로 철권 조지 포먼을 눕히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실상을 관통하는 대서사

  • 안병찬│전 한국일보 부국장·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 ann-bc@daum.net

정글에서 ‘로프 타기’로 철권 조지 포먼을 눕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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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하마드 알리의 인생 대서사는 미국을 관통하면서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일찍이 20대 챔피언일 때 그는 미합중국을 상대로 ‘1인의 전쟁’을 벌였다. 혈혈단신으로 총 없는 ‘반전(反戰)의 전쟁’을 전개했다. 기독교 백인이 기득권을 독점한 아메리카합중국의 모순에 대한 저항이고 캠페인이었다. 그 투쟁 과정에서 그는 기독교 노예 이름을 버리고 이슬람교로 개종해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을 갖는다.

그가 챔피언으로서 미합중국에 온몸을 던져 저항하던 모습은 팍스로마나(로마제국)에 반기를 든 노예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를 연상시킨다. 또는 이슬람 원리주의 전사로 팍스아메리카나의 철천지원수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일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리의 개인사(個人史)를 통해 미국의 내면과 모순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원고는 당초 무하마드 알리가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획득하고 50주년이 되던 해인 2010년에 맞추어 기획한 것이다. 필자는 르포르타주 저널리즘의 형식에 따라 대반전의 연속인 알리의 서사적 삶을 재구성한다. 르포르타주는 역사성과 문학성을 지향하는 비허구적 저널리즘 기록 형식으로 깨끗한 서정, 냉철한 숫자, 체험에서 우러나는 명증(明證)을 근간으로 삼는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정글에서 ‘로프 타기’로 철권 조지 포먼을 눕히다

1974년 10월30일 아프리카 자이르 킨샤사에서 열린 WBA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조지 포먼이 알리의 강펀치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들어가며

흑인이자 이슬람교도인 무하마드 알리는 세계를 뒤흔든 ‘전설적인 복서’라는 명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20년째 중증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결코 주저앉지 않고 평화주의자의 삶과 인도주의의 삶을 지향하면서 인격적인 크기를 더하고 있다. 1942년 1월17일생이니 올해 나이 69세다.



6월18일은 미국의 ‘아버지의 날’이었다. 그날 무하마드 알리의 셋째딸인 해나 야스민 알리(34)는 CNN닷컴에 ‘나의 아빠, 무하마드 알리’라는 글을 올렸다.

해나는 아버지 알리를 네 가지로 평가했다.

첫째, 링 위에서나 밖에서나 맞닥뜨리는 어떤 갈등도 맞서 싸우기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

둘째, 평화와 인도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와 레바논 등지에서 미국 인질들을 석방하려고 평화의 사절로 활동해왔다.

셋째, 중증 파킨슨병을 앓으며 동작이 무척 느려졌지만 남을 돕는 일에는 머리와 가슴이 명석하다.

넷째, 자기의 명성을 선행에 활용하고 정당하게 구현한다.

해나는 아버지의 자서전 ‘나비의 영혼’을 2004년에 집필했다. 그 내용은 부녀의 관계와 아버지의 영향 등에 관한 일화를 담은 것으로 이슬람 수피사상(수피즘)의 신비주의가 깔려 있다. 일찍이 기독교도에서 독실한 이슬람 신도로 개종한 알리는 코란에 계시된 정신적 내용을 깊이 명상하고, 수행을 통해 진리를 체득한다는 수피사상을 신봉하고 있다.

나비의 영혼

인도주의자의 아이콘으로 모습을 바꾸었지만 알리는 천생 권투 챔피언으로서의 인연을 이어간다. 지난 5월2일 영국 기사 작위를 받은 백인 복서 헨리 쿠퍼가 77세 생일을 이틀 앞두고 사망했다. 쿠퍼는 1963년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세기의 흑백대결에서 알리의 턱에 왼손 훅을 명중시켜 알리의 권투인생에서 첫 다운을 빼앗은 명장면으로 이름을 올렸다.

알리는 “나의 친구 헨리 쿠퍼 경의 죽음에 할 말을 잃었다. 2년 전 우리는 영국 윈저에서 열린 마술경기를 함께 보았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따뜻하고 감싸 안는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는 위대한 파이터였고 신사였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51년 전에 그는 로마올림픽에 참가해 권투경기 라이트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열여덟 살이던 그는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본래의 흑인노예 이름으로 미국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출전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알리 권투역정의 화려한 출발을 알리지만, 동시에 흑인의 정체성을 자각하면서 더 크고 넓은 삶의 무대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1년은 그가 3년 반의 유배생활을 거친 끝에 ‘정글의 혈전(더 럼블 인 더 정글)’이라는 이름을 얻은 경기를 치르고 35주년이 되는 해다. ‘정글의 혈전’은 그가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슬람식 새 이름을 가진 후 아프리카의 자이레공화국 수도 킨샤사에서 벌인 세계헤비급통합선수권 결정전의 이름이다.

흑인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저항하고 분투하던 그는 20대 철권인 무패의 챔피언 조지 포먼을 상대로 정글의 혈전을 펴는 권투 무대를 십분 활용했다. 그리하여 킨샤사를 자기 의지대로 아프리카인의 자존을 한껏 선양하는 거대한 캠페인 장으로 바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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