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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정글에서 ‘로프 타기’로 철권 조지 포먼을 눕히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실상을 관통하는 대서사

  • 안병찬│전 한국일보 부국장·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 ann-bc@daum.net

정글에서 ‘로프 타기’로 철권 조지 포먼을 눕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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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알리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하고 27년이 지나간 해다.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안 것은 한창 활동할 나이인 42세였다.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안정(眼睛) 떨림, 경직, 자세불안이 나타나는 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이 파킨슨병이다. 세상은 알리가 치명적인 불행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어 그의 시대는 종막을 고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일반의 상식을 뒤집었다. 불치의 질병을 의연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후기의 인생을 열어 나가기 시작한다. 알리는 한층 원대한 목표를 세워서 어린이를 아끼고 가난한 사람을 구조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봉사적인 일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래 반세기를 이어온 알리의 인생 대서사는 용기 있는 칠전팔기의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삶의 대서사

무하마드 알리는 젊은 시절 권투에 전념하면서 “나는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I am The Greatest)”라고 공언했다. 이 말은 허장성세가 아니었다. 그는 권투기술을 갈고 닦으며 챔피언의 길을 가면서 홍보 전략상 허풍 개그를 고안하고 심리 전략상 랩을 개발해서 스타덤에 오르는 데 활용했다. 권투전문가들은 그가 ‘정글의 혈전’에서 스스로 고안한 ‘로프 타기 기술’을 보여주자 놀라서 말했다. 미친 짓 아냐?



그는 이처럼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며 세계헤비급 챔피언에 세 번이나 오르는 대기록을 세우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이 된다. 알리는 미국 땅에서 흑인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불평등한지 깨닫자 자기가 믿는바 흑인성(네그튜드)을 되찾기 위해 온몸을 던져 투쟁했다. ‘정글의 혈전’은 알리에게 일생일대의 권투행사이자 흑인인권행사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는 흑인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자각과 자부, 흑인성을 되찾기 위한 선구자적인 투쟁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중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오늘도 그는 중증으로 이행하는 파킨슨병과 하루하루 싸우고 있다. 병이 깊어서 이미 얼굴은 표정을 잃었고 몸은 행동력을 상실했지만 그는 어린이를 사랑하고 평화와 통합을 전파하는 박애주의자의 얼굴을 보여준다.

2009년 여름에 알리는 조부의 뿌리를 찾아서 백인국인 아일랜드를 처음 방문했다. 그때 전담 사진작가로 일주일 동안 알리를 동반한 한국인 김명중씨는 한 인터뷰에서 알리가 어린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실례를 들었다.

“…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몸 떨림을 막을 수 없다는데도 그는 자기 힘으로 서 있으려고 했다. 게다가 제 아이들을 보고나선 그렇게 환하게 웃어줄 수 없었다. 두 살 난 내 막내딸을 무릎에 앉히고 10분을 쳐다보았다.”

알리의 딸 라셰다 알리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늠름한 자세를 결코 잃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아버지는 한 번도 ‘왜 내게 이런 병이…’ 하고 원망한 적이 없어요. 지금도 뚜렷한 자기 목표를 가지고 있지요.”

철인(鐵人)과 철인(哲人)의 획을 긋다

알리는 모든 세대와 소통하는 ‘마법의 인물’이다.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은 너무도 극적이어서 ‘살아 있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알리는 승리와 좌절과 극복을 통해 여러 가지 인간상을 드러냈다.

그는 챔피언이고 예능인이다. 그는 저항자이고 선구자다. 그는 우상(아이콘)이고 박애주의자다. 이렇게 다면적인 역할로 무하마드 알리는 살아 있는 전설의 인간이 되었다. 그는 권투라는 타격기에서 주먹 하나로 영웅적인 챔피언이 된 철인(鐵人)의 모습을 넘어서, 권투에 문화와 사상을 혼입해 마침내 박애주의자가 되는 철인(哲人)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리는 패배할 줄 알고 패배를 통해 또다시 승리할 줄 아는 용기로 진정한 ‘삶의 챔피언’이 되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의 역정을 시간대에 따라서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루이빌의 떠버리-건방진 챔피언-흑인 무슬림 개종-징집 거부-증오의 시간-순교-챔피언 재탈환-독점 행진(로드쇼)으로 이어진다고 정리했다.

필자는 무하마드 알리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가 어떻게 대스타가 되고 서사적 영웅이 되고 흑인성의 선구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불치의 병마와 싸우면서 어떻게 평화를 향하는 박애주의자가 되었는지, 일련의 삽화와 사건을 찾아가며 서술하려고 한다. 연대기 순으로 알리의 권투역정과 인생행로를 풀어나가되, 그중에서 의미가 큰 부분은 획(劃)을 그어 강조하고 해석해나갈 것이다.

이야기의 도입부는 아프리카 킨샤사에서 벌어진 ‘정글의 혈전’의 극적인 장면으로 카메라가 접근하며 확대하는 ‘줌 인’ 형식을 빌려서 서술할 것이다. 마침 필자는 ‘정글의 혈전’이 벌어지고 1년 반 뒤에 킨샤사에 가본 일이 있기에 현장 묘사에 그 경험을 혼입한다.

주인공 이름은 성장 연대에 따라서 처음에는 캐시어스 클레이로 써나가다가 1963년 이름을 바꾼 후부터는 무하마드 알리로 표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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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전 한국일보 부국장·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 ann-b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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