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일본 산업이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54개의 일본 원자력발전소 중 37개가 가동을 중단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각 지방정부는 정기점검에 들어간 원전의 재가동을 허가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일본 전 원자력발전소 긴급 안전화 대책을 6월17일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비상시 전원 관련 대응에 관한 것이며, 근본적인 쓰나미 대책 등은 미진한 상황이다. 여전히 주민들은 불안을 느끼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재가동을 허가하지 않는다. 경제산업성 장관 역시 7월6일 “다시 각 지방의 원전에 대해 안전성 검사(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도 혼란스럽다. 일본 원전은 13개월마다 정기검사를 해야 하므로, 현재 가동 중단 사태가 계속될 경우 내년 5월에는 54개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
전력 불안 장기화로 일본 제조업 구조조정
일본 내 원자력발전은 전체 전력의 29%를 차지하고 있어,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멈추지 않으면 일본 경제 및 산업에 큰 영향이 미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도쿄전력이 관할하는 도쿄(東京) 등 간토(關東) 지방에서는 여름의 전력 사용 확대기를 맞아 전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형 사업소에 대해 15% 절전 규제 조치를 단행했고, 일본 내 기업도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근무하고 주중에 휴무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했다. 현재 도쿄에서는 사무실은 물론 백화점 등에서도 냉방이 부족해 고객 불평이 많다.
전력 부족은 생산 활동을 저해하는 한편, 전력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일본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간토 지역의 전력 부족 문제는 원전 비중이 높은 간사이전력이나 규슈전력 등 산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정부는 원자력발전으로 발생하는 각종 재정 수입을 포기하기 어렵다.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1~2년 이내에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도쿄전력은 천연가스 등 원료를 구입하는 데 연간 7500억엔 수준의 부담이 더 생겼다. 일본 전국의 원자력발전이 중단될 경우 연간 3조엔(약 370억달러)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는 수입 원자재를 추가로 구입하는 비용 및 원자력발전 중단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전력 요금 상승, 전력 불안에 따른 생산 및 생활상의 제약 등을 포함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국민의 80% 이상이 원자력에 반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 3개와 건설 계획인 원전 12개를 동결하고, 도쿄전력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4개의 가동을 중단하고, 기타 지역의 노후화된 원전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거나 및 폐기하는 조치가 충분히 예상된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다니 가즈노부(谷和信) 차장은 “현재 30% 수준인 원자력발전 비중이 20%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현재도 극심한 전력난에 고전하고 있는 도쿄전력이 나머지 원전까지 가동 중단하면 오사카, 기타큐슈 등 주요 공업지대에도 큰 영향을 미쳐 결국 위기는 일본 제조업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일본 제조업체는 조명·냉방기기 사용을 줄이고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조업을 하고 자가 발전기를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력 부족 문제가 대지진 이후의 생산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원전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신규투자로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