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호

빈집에 우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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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디론가 떠나는

세상 모든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더 독하게 앓으며

맑아질 수 있다면

지나온 세월만큼 견딜 수 있겠습니다



빈집에 우물 하나
뒤꼍 떫은 감나무

이따금 지나는 허기진 바람 한 점에도

사색에 잠겨 있습니다

세월 지나 폐허가 되어버린

장독대 옆 아주까리

머리 위를 지나는 양떼구름 한 무리

야물게 붙잡고 있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빠져 나간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데

우리는 여전히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한 채

새들이 앉았다 떠나 버린

빈 하늘 한끝

떠받고 있습니다

김정호

● 1961년 전남 화순 출생
● 2002년 계간지 ‘시의 나라’로 등단
● 우리시 동인

● 작품집: ‘바다를 넣고 잠든다’‘상처 아닌 꽃은 없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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